[日산지석]"안 떨어질 집 찾는 법" 논하는 일본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19.03.3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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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평균 공시지가 '4년 연속 올라'
관광객 급증 지역, 상업지 중심 급등
인구감소·빈집문제 겪는 곳↓ 양극화
"집값 오를 곳은 10~15%" 비관론도
'인구쟁탈전' 지자체 경영 중요해져

편집자주 타산지석, 남의 산에 있는 돌이 내 옥을 다듬는 데 도움될 수 있다는 뜻. 고령화 등 문제를 앞서 겪고 있는 일본 사회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배울 점, 경계할 점을 살펴봅니다.

일본 도쿄 시내 모습.일본 도쿄 시내 모습.


[日산지석]"안 떨어질 집 찾는 법" 논하는 일본

지난 19일 일본 국토교통성은 올해 1월 1일 기준 공시지가를 공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전국 평균 가격은 1.2% 올라 4년 연속으로 상승했습니다. 거품이 절정이던 1991년에 비하면 아직 가격이 40% 수준이지만, 이 정도면 부동산 경기가 좋아졌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겁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일본에서 땅값이 오르고 있다니 뜻밖입니다.

그런데 조금 안쪽을 들여다보면 부동산 경기를 '좋다'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평균은 평균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공시지가는 주택지와 상업지를 나눠 조사하는데 평균 가격을 올린 것은 상업지입니다. 오사카권을 예로 보면 상업지는 6.4% 올랐지만 주택지는 0.3% 상승에 머물렀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3대 도시권(도쿄·오사카·나고야)과 4대 중핵도시(삿포로·센다이·히로시마·후쿠오카)가 땅값을 끌어올렸습니다. 특히 중핵도시들의 상업지 평균 상승률은 9.4 %에 달해 3대 도시(5.1%)보다도 많이 올랐습니다.



지가 상승의 큰 이유로는 정부가 중점을 두는 '관광'이 꼽힙니다. 2013년 외국인 관광객 1000만을 넘긴 일본은 5년 만인 지난해 3000만명을 달성했습니다. 늘어난 관광객들이 이제 중소도시들도 찾으면서 상업지를 중심으로 땅값 오른 지역이 확산된 것입니다. 스키장 등으로 유명한 삿포로 인근 굿찬 마을의 지가는 무려 58.8%가 올랐습니다.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그러면 이들 대도시, 중핵도시를 제외한 지역의 땅값은 어떨까요? 이들 권역을 제외한 지방의 평균 지가를 보면 그나마 상업지가 0.014% 상승했지만 주택지는 여전히 하락세(0.2%↓)를 나타냈습니다. 인구 감소, 빈집 증가 문제를 겪는 지역의 하락폭은 컸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양극화 문제를 지적합니다. 한 전문가는 "부동산 버블 때와 달리 땅값의 양극화는 점점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르는 곳이 있지만 고른 상승은 없다는 얘기입니다. 주택에 대한 시각은 더 좋지 않습니다. 부동산컨설팅회사 사쿠라사무소의 나가시마 오사무 회장은 "가치가 유지되거나 오를 주택은 10~15%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론을 펴기도 합니다.


지난해 11월 일본의 대표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신문에는 눈길 끄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제목은 '부(負)동산 위험을 피하기 위해 확인해야 할 6가지'. 부(負)동산이란 부동산이 비용만 들어 '부담'되는 존재가 됐다는 뜻으로 일본에서 자주 쓰이는 말입니다. 집값이 떨어질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 생각, 우리에게는 낯섭니다.

6가지를 보면 교통 같은 익숙한 요소도 있지만 '이런 것도?'라는 생각이 드는 2가지가 눈에 띕니다.

첫 번째는 지방자치단체의 경영 능력입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일본의 지방도시들 사이에서는 인구쟁탈전이 벌어집니다. 인구가 어느 정도 유지돼야 공동체로서 기능하는 데 도움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공시지가 발표 내용을 보면 지방에서도 특히 육아지원책을 통해 인구를 늘린 지자체들은 지가가 상승했습니다. 인구가 늘면 자치단체 세금 수입이 늘고 다양한 편의시설이 생깁니다. 젊은층이 늘면 지역에 활기도 생깁니다.

다른 한 가지는 아파트 수선비입니다. 낡은 아파트가 급증하고 있는 일본에는 수선비가 부족한 곳도 늘고 있습니다. 상속 거부 등으로 빈집이 늘어나면서 수선비 부족 문제는 악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낡고 수리까지 안 되는 아파트는 가격을 떠나 생활하기에도 좋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재건축이 쉬운 것도 아닙니다. 단지의 거주자가 고령화(은퇴)되고 빈집마저 늘어나면 적지 않은 돈을 부담하는 재건축 합의를 이루는 것부터가 넘어야 할 벽입니다. 용적률, 시장상황도 문제입니다. 일본에는 층수를 낮춰 재건축 한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28일 한국 통계청은 '인구 자연감소 국가'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206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46.1%로 일본(36.2%)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지금까지 아파트에 대한 대중들의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각도에서도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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