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억짜리 문화체험?'…교육공무원 '외유성 해외연수' 논란

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 | 2019.03.20 11:18

5성호텔 머물며 관광, 연수지 적합성도 떨어져…"업무에 대한 보상 성격"

/자료사진=뉴스1
일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지방의회 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연수가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교육공무원 20명이 외유성으로 의심되는 국외연수를 다녀온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나흘 만에 마칠 수 있는 연수 일정인데도 주말을 포함시켜 일정을 늘리고 전용차량으로 현지 문화체험을 즐기는 등 전체의 절반 가량을 관광으로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2019년 학교폭력(학폭) 담당자 역량 강화 직무연수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교육부와 서울교육청, 강원교육청 등 시도교육청 학폭 담당자 20명이 뉴질랜드와 호주로 직무연수를 떠났다.

학폭 사안 담당자의 역량 강화와 프로그램 벤치마킹을 이유로 이들이 떠난 이번 연수는 6박8일 일정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일정 중간에 주말을 끼워 넣고 주말 동안 전용차량 등을 이용해 문화체험을 진행하면서 외유성 논란이 일고 있다.

연수 일정표를 확인한 결과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날과 주말을 뺀 현지 연수 일은 4일이다. 월요일에 출발하더라도 금요일에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일정인데도 주말을 끼워 넣었다. 이들은 주말 동안 국민의 혈세로 5성과 4성급 호텔에 머물며 전용차량을 이용해 마오리족·레드우드 주립공원·오클랜드 시내 문화체험 등을 했다.

연수 6일차에는 공식 일정 대신 '한국 교육원 방문' 밖에 없어 자체 관광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드니한국교육원은 시드니의 유명관광지인 달링하버에서 10여분거리에 위치한 한국문화원. 한국어 강좌 등을 제공한다. 학폭과는 직접적 관련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 이 자리에서 시드니한국교육원장은 호주 개요와 호주의 교육 제도, 한국 교육원 주요 사업에 대해 안내했다.

'2019년 학교폭력 사안담당자 역량강화 직무연수' 일정표. 이번 일정 4일에 끝낼 수 있음에도 주말을 중간에 끼워 넣고 전용차량을 통해 전일정 문화체험을 진행했다. 해당 상품의 여행사 가격은 1인당 430만원이다./ 사진=머니투데이
연수 7일차이자 현지 연수 마지막 날에도 연수 평가회 및 만찬을 제외하고는 전용차량을 이용해 시드니 시내 일대 관광을 했다. 비행기로 이동하는 2일을 제외하고 현지에서 연수를 진행하는 6일 가운데 사실상 절반인 3일 동안 문화체험을 진행한 셈이다.

이번 사업의 예산은 1억원이다. 교육부의 특교사업 예산으로 연수 참가자 1인당 여행사에 지급하는 비용만 430만원에 달한다. 일정을 줄일 수 있었는데도 무리하게 일정을 늘리고 주말을 끼워 넣으면서 과도한 비용이 투입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연수지 선정의 적합성도 논란이다. 한 연수자는 시사점·결론에서 "뉴질랜드와 호주의 청소년 문제는 정신건강이 33.7%, 알콜과 약물 중독이 32.0%, 평등과 차별 문제가 27.3%를 차지하고 있어 우리나라와는 생활 지도에서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고 적었다. 국내와 실정이 다른 곳을 벤치마킹 연수지로 택한 셈이다.

각 시도교육청이 함께 떠나는 해외 연수의 경우 특정 교육청에서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더라도 연수 참여자들이 각 기관에 연수 계획서 등을 제출하고 허락을 받도록 하고 있다. 예산을 집행한 교육부는 물론이고 이번 연수를 주도한 강원교육청, 연수에 참가한 서울교육청 등 다수의 시도교육청이 모두 이를 묵과한 것이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교육부 측은 "학폭의 경우 아무도 맡고 싶지 않아 하는 자리인 만큼 고생에 대한 보상 성격이 있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 국외연수에 대해 더욱 투명하고 적절하게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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