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합의' 초읽기…기뻐할 수 없는 5가지 이유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이상배 특파원 | 2019.03.05 08:43

[월가시각] "한국, 미중 무역협상 타결 땐 수출서 26조원 손해"…中 합의 불이행시 '추가 관세' 조항, 향후 분쟁 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타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르면 이달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 합의문에 서명한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제시한 날짜는 27일이다.

만약 미중 정상이 합의문에 서명한다면 우린 기뻐해야 할까? 그럴 수 없는 5가지 이유가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직전 거래일 대비 206.67포인트(0.79%) 떨어진 2만5819.65로 거래를 마쳤다. 항공주 보잉과 금융주 골드만삭스가 1% 넘게 하락하며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0.88포인트(0.39%) 하락한 2792.81을 기록하며 2800선을 내줬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7.79포인트(0.23%) 내린 7577.57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 기술주 그룹인 'FAANG'(페이스북·아마존 · 애플 · 넷플릭스 · 알파벳) 중에선 넷플릭스만 떨어졌다.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백악관 참모의 낙관적인 발언이 나왔지만, 시장은 환호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경제 참모인 케빈 해싯 백악관 CEA(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협상에서) 많은 진전을 이뤘다"며 "우리는 중국 문제에 있어 (협상 타결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주식시장의 수치가 보여주듯 조만간 결승점에 다다를 것이라는 데 모든 이들이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WSJ은 미중 양국이 무역협상 타결을 위한 '최종단계'(final stage)에 와 있으며 오는 27일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정식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시장은 협상 타결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은 왜 주식을 팔아치웠을까?

첫째, 미중 무역협상 타결이란 재료는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다. 지난 1∼2월 랠리의 원동력이었다. 미중 정상이 합의문에 서명을 한다고 주가가 추가로 오를 이유는 없다. 아발론 어드바이저스의 빌 스톤 수석투자관리자는 "미중 무역협상 타결이 가까웠다는 것과 같은 좋은 뉴스를 들으면 '소문에 팔고, 뉴스에 팔라'는 격언을 떠올려라"고 말했다.


둘째, 미중 양국의 입장 차이를 고려할 때 '완벽한 타결' 또는 '무역전쟁의 완전한 종전'을 기대하긴 어렵다. 특히 기술 등 지적재산권과 중국의 산업정책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해선 '추상적 합의' 수준에 머물 공산이 크다. 미 상무부에서 중국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크레이크 앨런 미중기업협의회(US-China Business Council·USCBC) 회장은 "미중 양국의 합의는 모호하고 실효성이 없을 가능성이 있다"며 "합의 이후에도 기술 분야 등에서 분쟁의 재발 여지 등 불확실성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퍼튜너스틱 트레이더의 래리 베네딕트 창립자는 "시장이 과매수 국면에 있다"며 "모두가 미중 무역전쟁이 끝날 것이라 생각하지만, 난 그게 그렇게 쉬운지 모르겠다"고 했다.

셋째, 미중간 합의문에는 중국이 합의를 불이행할 경우 자동으로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이른바 '스냅백'(snapback) 조항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장치지만, 한편으론 향후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캐피탈이코노믹스의 네일 셰어링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합의 불이행시 추가 관세를 물린다는 조항은 앞으로도 불확실성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븐스리포트의 탐 이싸예 창립자는 "중요한 건 미중간 합의 자체가 아니라 합의를 통해 관세가 사라질지 여부"라고 했다.

넷째, 미중 무역협상 타결이 미국의 경기둔화 추세를 돌려세울지 미지수다. 이날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 건설지출은 0.6% 감소했다. 당초 전문가들은 0.2% 증가를 예상했다.

지난 주말 발표된 생산·소비 지표도 암울했다.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에 따르면 지난 2월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54.2로, 2016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월 56.6에 비해 큰폭 하락한 것으로, 시장 예상치 55.6에도 크게 미치지 못했다. 미국 상무부도 지난해 12월 미국의 개인소비지출이 전월에 비해 0.5% 감소했다고 밝혔다.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이후 9년만의 최대 하락폭으로, 시장 전망치인 0.3% 감소에도 못 미쳤다.

마지막으로 미중 무역합의가 우리나라엔 오히려 악재가 될 수도 있다. 새로운 무역협정에 따라 중국이 미국 상품을 대규모로 사들일 경우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영국계 투자은행(IB) 바클레이에 따르면 중국이 앞으로 5년(2019~2024년) 동안 총 1조3500억달러(약 1465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한다고 가정할 때 한국은 매년 수출액의 약 3%에 해당하는 230억달러(약 26조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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