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날 검사' 박형철의 눈물.."명예 걸고 사찰은 없다"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18.12.19 20:56

[the300]前 특감반원 폭로관련 직접 브리핑 처음.."김태우 직원" 계속 존중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면도날.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별명이다. 검사 출신 박 비서관은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수사한다는 평판으로 법조계는 물론, 정계에도 알려졌다. 그는 2012년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도 수사했다.

그런 면도날 검사가 울음을 삼켰다. 박 비서관은 19일 오후 브리핑을 자청,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논란에 조목조목 답했다. 박 비서관은 논란의 인물인 전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검찰수사관이 배속됐던 특감반의 상관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당 의원총회에서 사진 여러 장을 공개했다. 한글문서 제목이 가득한 컴퓨터 화면을 찍은 것이다. 김 수사관이 작성한 첩보 목록이라고 주장했다. 공교롭게 나 대표는 판사 출신이다.

그러자 박형철 비서관이 직접 브리핑을 하기에 이른다. 한달여 계속되는 특감반 논란 중 박 비서관의 직접 등장은 처음이다. 박 비서관은 한국당이 폭로한 첩보 파일 중 10개를 골랐다. 부적절한 사찰로 의심되거나, 여권 핵심인사를 다뤄 파장이 큰 사안이다.

박 비서관은 자신과 특감반장이 기억하는 한에서 10개 첩보가 언제, 어떻게 생산되고 어디까지 보고됐는지를 설명했다. 고건 전 총리의 아들 고진씨,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고삼석 방송통신위 상임위원,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 이름과 날짜와 사건이 어지럽게 펼쳐졌지만 설명에 막힘이 없었다. 그는 면도날, 별명처럼 상황을 시작과 끝으로 발라내는 듯했다.

박 비서관은 말미에 "저는 문재인정부 첫 반부패 비서관으로 명예를 걸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 왔다"라고 말했다. 이때까지 쉴새 없이 흐르던 말이 끊겼다.

박 비서관은 감정이 북받친 듯 울컥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몇 초가 흘렀을까, 심호흡을 한 박 비서관은 "비위 행위자의 일방적 주장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말을 이어갔다. 준비한 브리핑은 거기까지였다. 권혁기 춘추관장은 박 비서관에게 "물 한 잔 하시고, 문답을 할까요"라며 분위기를 추슬렀다. 이후는 취재진과 일문일답이었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조국 민정수석이 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정원, 검찰, 경찰 개편 방향 등 '권력기관 구조개혁 안' 을 발표하고 있다. 조국(오른쪽부터) 민정수석, 백원우 민정비서관,박형철 반부패비서관, 김종호 공직기강비서관,김형연 법무비서관. 2018.01.14. amin2@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박 비서관은 이내 단호함을 되찾았다. 그는 김 수사관의 활동 관련 민간인 사찰이란 규정을 거부했다. "사찰은 △지시에 의해 △정치적 목적 가지고 △반대하는 사람 따라다니는 게 사찰"이라며 "어떤 지시도 한 적이 없다. 사찰이란 단어는 동의할 수 없다"라고 강력 반박했다.


박 비서관은 "(간단하게) 오, 엑스로 물어보겠다"라는 질문에 "싫다. 설명으로 하겠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다만 김태우 수사관의 근태관리에는 "제가 근태관리 책임이 없다고 말씀드릴 자격은 없겠다"라고 몸을 낮췄다. 김 수사관은 2017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사관으로 옮기려는 문제를 일으킨 후 특감반장은 물론, 박 비서관까지 일일 상황보고를 해야 했다. 업무 초기보다 근태관리를 잘 하려는 것이었지만 결국 그는 요주의 인물이 됐고 청와대 특감반을 겨냥하고 있다.


박 비서관은, 그래도 한때 같이 일하며 턱걸이 시합, 소주 한 잔까지 함께 했던 김 수사관을 존중하는 자세를 유지했다. 브리핑 내내 그를 '김태우 직원' 다섯글자로 호칭했고 답변 내용도 그랬다.

-김태우가 겁박, 협박한다고 느낀 적 있나.


▶김태우 직원이 감찰 받을 때 '나머지 직원들도 골프 쳤다'고 말할 때, 자기도 묻어달라고 겁박하는구나 느꼈다. 그러나 그 이후에 이런 걸 갖고 협박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가상화폐 관련 김 수사관의 보고에 정보 가치가 떨어져서 활용을 안 한 것인가.


▶저희가 쓰는 방향에 맞지 않았다고 하겠다. 직원이 쓴 정보를 폄훼하고 싶지 않다.


청와대는 이날 임종석 비서실장 명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김씨를 고발했다.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다. 청와대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라고 규정했다. 특히 김씨가 민감한 첩보 내용을 여과없이 공개, 명백히 실정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검찰 고발까지 한 이유다.

하지만 김씨의 월권을 제지하지 못한 지휘책임, 민간인 사찰 여부 논란 등 민정수석실 상부는 적잖게 타격을 입었다. 대응과정은 소모적인 공방으로 치달았다. 이날 자유한국당은 야권 인사를 비롯한 교수‧언론·민간 기업 등에 대한 청와대의 전방위적 사찰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유영재, 선우은숙 친언니 성폭행 직전까지"…증거도 제출
  2. 2 장윤정♥도경완, 3년 만 70억 차익…'나인원한남' 120억에 팔아
  3. 3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
  4. 4 "390만 가구, 평균 109만원 줍니다"…자녀장려금 신청하세요
  5. 5 "6000만원 부족해서 못 가" 한소희, 프랑스 미대 준비는 맞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