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그 후 1년, 모간스탠리가 틀렸다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장 | 2018.11.13 05:30

편집자주 |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편집자주]


반도체 시장 전망과 관련해 ‘모간스탠리가 맞을까? 내가 맞을까?’라는 칼럼을 쓴지도 근 1년이 지났다.

지난해 11월 말경 모간스탠리는 드물게 삼성전자에 대해 “메모리 시장의 정점이 지났다”며 투자의견을 ‘비중확대’(Over weight)에서 ‘중립’(Equal weight)으로 낮췄고, 목표주가도 10만원 하향(280만원, 이후 1/50 액면분할 5만 6000원)조정했다.

이 보고서가 나온 다음날 하루에만 삼성전자의 주가는 5% 이상 빠져 시가총액이 18조원 증발했다. 코스피 전체적으로는 해당일 25조원의 시총이 날아갔다. 시장의 충격은 거셌다.

그렇다면 1년이 지난 지금 그 당시 세계적 권위의 금융사 예견대로 반도체 시장이 흘러갔을까. 모간스탠리가 흔들어놓은 주가는 망가졌지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실적은 지난 1년간 지속적으로 좋아졌다. 전망과는 거꾸로인 셈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은 작년 3분기 19조 9100억원에서 올 3분기 24조 7700억원으로 24.4%, 영업이익은 37% 좋아졌다. 분기 영업이익은 9조원대에서 13조원 후반까지 올라갔다.

SK하이닉스도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매출은 41%, 영업이익은 73% 개선됐다. 이 회사도 지난해 3분기 3조 7000억원이던 영업이익이 4조원, 5조원, 6조원대로 계속 개선됐다.

당시에도 논란이 일자 모간스탠리는 “2018년 1분기 이후 D램 사이클이 부정적으로 돌아설 잠재적 가능성을 발견해 투자의견을 조정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실은 지난 1년간 모간스탠리가 틀렸음을 기업들은 실적으로 증명했다.

당시 칼럼에서 ‘모간스탠리가 모르는 3가지’를 지적한 바 있다. 삼성 반도체를 책임지는 김기남 사장의 리더십과 글로벌 트렌드의 변화, 낸드플래시의 기술격차를 들어 최소한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이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었다.

칼럼 말미에 “내년 이 맘 때 쯤 모간스탠리가 맞았는지, 기자가 맞았는지 한번 볼 일이다”라고 썼고 1년이 지났다.


1년만에 이 얘기를 끄집어내는 이유는 그 전망으로 지난 1년 동안 투자자들과 기업은 수많은 혼란과 손실에 허덕였지만 그 원인을 제공했던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 일부 의사들의 오진에 따른 환자의 사망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으면서 논란이 일었다. 의료진이 최선을 다했음에도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결과가 나올 경우 의사에게 온전히 그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의사 본인의 무지나, 부주의, 중대한 실수, 혹은 사적이익에 치중해 무리한 의료행위를 해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면 그 책임을 면하기는 힘들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는 그동안 잘못된 리포트를 내거나 시장을 잘못 전망을 해 시장을 흔들어놓고도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외국의 경우 대규모 소송에 휘말릴 일도 쉽게 넘어갔다.

아마도 세월이 지난 후 메모리 사이클이 하락할 즈음에 어떤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 봐 내가 그때 떨어진다고 했잖아! 시간이 조금 늦춰지긴 했지만…”이라고.
그런데 돈 받고 하는 분석과 전망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죽는다’라고 하는 것은 예측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언젠가는 죽기 때문이다. 메모리 사이클이나 기업실적 예측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시점과 타이밍에 대해 근거를 대고 말해야 한다. 또 그 전망이 틀렸을 때는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야 ‘애널리스트’라는 이름을 가질 자격이 있는 것이다.
오동희 부국장 겸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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