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지난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캐나다 앨버타 대학 연구진은 인공감미료 ACE(아세설팜칼륨·acesulfame potassium)의 농도를 측정해 수영장 물 중 소변의 양을 파악하는 새로운 연구방법을 통해 한 공공 대형 수영장(약 83만 리터 규모)당 약 75리터의 소변이 물에 섞여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ACE는 가공식품에서 흔히 발견되는 인공감미료로, 신체를 그대로 통과하기 때문에 소변 검출에 사용될 수 있었다.
◇'흔하디 흔한' 수영장에서 소변 보기… '눈 시림' '피부 발진'
가디언은 이와 같은 연구 결과가 놀라운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한 익명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조사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이 수영장에서 소변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성인의 19%는 적어도 한 번 수영장에서 소변을 봤다고 대답했다.
일반인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 수영 대표 라이언 록티와 마이클 펠프스는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우리를 포함 모두가 수영장에서 소변을 본다. 염소 성분이 소독해주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염소가 소변 등 이물질을 소독해주긴 하지만, 염소가 소변과 만나면 몸에 좋지 않은 성분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눈이 따갑고 시리거나 피부가 가려운 증상이 염소 소독제가 소변 등 배설물의 질소와 결합해 만들어지는 '클로라민'(NHCL2) 때문이라고 지목한 바 있다. 소독약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소변이나 땀과 같은 배설물이 문제라는 의미다.
정창권 워터파크 디자이너도 "워터파크들은 수영장 수질 기준을 맞추기 위해 적게는 몇 십억부터 많게는 몇 백억에 달하는 수처리 시설을 만들어 관리한다"면서 "사람들이 민감한 '염소 냄새'는 수영장 잘못이 아니다. 깨끗한 물에서는 나지 않고, 사람들이 씻지 않고 들어가거나 수영장 안에서 소변을 볼 때 오염된 걸 소독하느라 나는 냄새다"라고 강조했다.
◇수영장 물, 소변 섞이면 색 변하게 할 수 없을까?
수영장에서 소변을 볼 경우 수질 관리에 좋지 않고, 결국 수영장 이용객의 건강에도 좋지 않다. 수영장에서 소변 보는 이들을 제재할 방법은 없을까?
해외에선 "수영장에서 소변보면 주변 물 색깔이 변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가 빈번히 사용된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질까 무서워서 소변 보는 일을 삼가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이는 '미신'으로, 현재까지 수영장에서 소변을 보면 그 주변 물색이 변하는 약품은 개발되지 않았다. 팩트 체크 전문 사이트인 스놉스닷컴(Snopes.com)은 지난해 10월 "수영장에 소변이 섞일 경우 색이 변하는 약품이 있습니까?" 질문에 대해 "그런 약품은 없다"고 답했다.
스놉스는 "보스톤의 한 수영장 직원은 '실제 이런 화학 물질이 존재한다면 모든 수영장의 물은 그 색소로 물들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알란'(Alan)이라는 수질 관리 회사도 '수영장 물에서 오줌'을 찾아내는 색소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부모들이 아이를 수영장·워터파크에 데려가면서 이 같이 경고한 것이 이런 믿음을 낳았고, 이후 일종의 도시괴담처럼 퍼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코미디 영화 '그로운업스'의 등장인물 중 한명이 수영장에서 소변을 보고, 주변 물 색이 바뀌어 사람들이 도망치는 장면. 누차 말하지만 이런 상황은 실제에선 없는 영화의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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