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 "샤워 좀 합시다"… 워터파크 수질 시름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8.07.29 06:31
글자크기

[위험한 여름-②] 워터파크 물 소독제 냄새, 샤워 않고 입장한 이들로 인한 오염 때문… "시민의식 고취 필요"

편집자주 월 화 수 목 금….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빨간날] "샤워 좀 합시다"… 워터파크 수질 시름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성수기를 맞은 워터파크에도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하지만 워터파크를 다녀온 이들 사이에서 공통적인 볼멘 소리가 터져나온다. 워터파크 입장 전 샤워를 하는 이가 적다는 것이다.

◇"입장 전 샤워하는 줄 몰랐다"… '가뭄에 콩 난' 샤워 인구

지난 21일 오전 친구와 함께 강원도 홍천의 A 워터파크를 찾은 직장인 유모씨(28). 토요일을 맞아 많은 인파에 북적였지만, 그가 놀란 건 이용객 대부분이 샤워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한참 놀다가 '물놀이를 하기 전 꼭 샤워를 해야하는데 왜 아무도 샤워하지 않았지?'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유씨에 따르면 이용객들 대부분은 샤워를 하지 않고 그냥 옷을 수영복이나 래쉬가드로 갈아입었다. 오전 내내 샤워실도 텅 비어있었다는 게 유씨 주장이다. 그는 "사람들이 다들 그냥 옷을 갈아입고 나가길래 나 역시 별 문제 의식 없이 그냥 탈의실에서 비키니로 갈아입고 놀러 나갔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강원도 정선의 B 워터파크를 찾은 직장인 김모씨(28)의 경험도 비슷했다. 김씨는 "아침에 샤워를 못하고 나갔는데, 입장 전 나가는 길이 샤워실이라서 그냥 겸사겸사 물로만 샤워했다"면서 "샤워실에서 샤워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당황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7일 B 워터파크를 찾은 직장인 한모씨(25)는 "샤워를 하는 이들이 서너명 있기는 했는데, 비누칠을 하는 사람이 나 뿐이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온라인에도 비슷한 고충을 털어놓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서울시 송파구의 한 워터파크를 방문한 이용객은 "워터파크 입장 전 샤워 좀 했으면 좋겠다. 씻지 않고 들어가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샤워 후 입장을 의무화해야하지 않나 싶다"라는 후기를 올렸다. 같은 곳을 방문한 다른 이용객도 "입장 전 샤워실을 들어갔더니 두 세 명만이 씻고 있었다. 다녀온 뒤 몸이 가렵다는 이들이 많은데 제발 샤워를 하고 입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워터파크 "법적 수질 기준 위배되는 것 없어"… 시민 의식 고취도 필요

당국은 집단 감염병 예방을 위해 실내수영장과 실외 워터파크 수질에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있다. 수질검사 대상은 △유리 잔류염소 △수소이온 농도 △탁도 △과망간산칼륨 소비량 △대장균군 등 5개 일반항목과 △비소·수은 등 유해 중금속 여부다. 대부분 워터파크는 법 준수를 위해 각 풀장 앞에 수질 수치를 푯말로 세워 안내한다.

그럼에도 매년 워터파크는 수질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직장인 이모씨(28)도 "워터파크의 물이 눈에 튀었는데 눈이 시렸다. 정말 괜찮은 게 맞는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우려를 자아내는 근본적 이유가 시민들이 샤워하지 않고 워터파크에 입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창권 워터파크 디자이너는 "워터파크들은 수영장 수질 기준을 맞추기 위해 적게는 몇 십억부터 많게는 몇 백억에 달하는 수처리 시설을 만든다. 법적인 기준을 맞추기 위해 그만큼 투자를 하는 것인데, 그에 비해 시민의식은 좀 떨어져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샤워를 하지 않고 물에 들어가는 이들, 화장품을 잔뜩 바르고 들어가는 이들, 선크림을 바르고 들어가는 이들이 많다보니 물의 오염이 빨리 진행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깨끗한 물에서는 염소가 냄새 나지 않는다. 하지만 시민들이 씻지 않고 들어가니 오염이 되고, 이를 소독하느라 물에서 냄새가 나는 것"이라면서 "물놀이 전 샤워가 필수적이라는 기본 상식을 꼭 실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눈이 따갑거나 피부가 가려운 증상이 염소 소독제가 사람 배설물의 질소와 결합해 만들어지는 '클로라민'(NHCL2) 때문이라고 지목한 바 있다. 소독약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소변이나 땀과 같은 배설물이 문제라는 것이다.

켈리 레이놀즈 애리조나 대학 세균학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성인은 평균적으로 0.14g의 대변을, 어린이는 성인의 100배나 되는 대변을 묻히고 있다가 수영장 물에 흘린다. 이 때문에 물놀이 전 비누 거품을 이용한 샤워는 필수적이다.

한 워터파크 관계자는 "탈의실, 샤워실, 각 풀장 앞에 '씻고 입장해달라'는 안내문을 부착해놨지만 워터파크 특성 때문인지 지키는 분들이 많진 않은 것 같다"면서도 "이용객들이 잘 지켜주시면 아무래도 수질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