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한다.”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이처럼 선고했다면. 박 전 대통령을 파면하지 않고 탄핵을 기각했을 경우를 대비해 군 기무사는 계엄선포를 준비한 걸로 드러났다.
문재인정부 청와대는 20일 지난해 3월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 대비계획 세부자료 문서를 공개했다. 이 내용이 현실이 됐을 경우를 가정해, 지난해 3월 풍경을 묘사했다.
◇"계엄 선포" 광화문·여의도에 탱크·군병력= 박 대통령 탄핵이 최종 기각되자 여론은 들끓었다. 촛불행렬은 사상 최대로 늘었다. 박 대통령은 공공의 안녕질서와 치안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헌법 77조에 따라 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미리 준비한 비상계엄 선포문, 계엄 포고문 등이 배포됐다.
계엄사령관은 통상의 계엄 매뉴얼과 달리 합참의장이 아닌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됐다.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장에게 계엄사령관 지휘통제에 따르도록 지시했고, 국정원 2차장은 계엄사령관을 보좌하도록 했다. 국정원을 철저히 통제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계엄군 사령부는 중요시설 494개소 및 주요 집회 예상지역인 광화문과 여의도 2개소에 기계화 사단 기갑여단, 특전사로 편성된 계엄 임무 수행군을 전차와 장갑차를 이용해 신속하게 투입했다. 광화문광장을 군인들이 일사분란하게 둘러쌌다. 탱크와 장갑차도 광장 쪽에 전개됐다. 문재인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의 직속 후배 격인 특전사 병력도 보였다.
◇군홧발 들이닥친 언론사..SNS도 통제= 서울 청계천에 위치한 머니투데이 본사로 장교 여러명이 들이닥쳤다. 계엄 세부계획 가운데 언론보도통제 지침에 따른 것이다. 계엄사는 26개 신문, KBS·CBS·YTN 등 22개 방송사, 뉴스통신사와 인터넷 언론사 8곳 등 모두 56곳을 통제 대상으로 봤다.
국민들은 인터넷에 접속하려 했지만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에는 정확한 뉴스나 보도 없이 계엄사의 계엄 포고문만 떴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SNS(사회적관계망서비스)도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다. 유언비어 유포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계엄사가 통신사들에 국민들의 접근권한을 차단했다.
계엄사는 보도검열단 9개반을 편성, 신문의 가판, 방송통신의 원고, 간행물 견본, 영상제작물 원본을 제출받아 검열하기로 했다. 매체에 따라 2~5명의 장교를 검열단 통제인원으로 보냈다. 더많이 보낸 곳도 있다. 군인뿐 아니라 본래 언론 담당인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공무원들도 차출돼 검열단에 합류했다.
◇반정부활동 손발 묶인 국회, 계엄해제 투표 못해= 국회도 얼어붙었다. 계엄사는 20대 국회 여소야대 상황을 고려해 국회의 계엄해제 표결을 막기 위한 방안에 착수했다. 헌법 77조는 계엄 발동시 국회 과반 찬성으로 이를 해제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계엄사는 여당인 자유한국당과 당정 협의를 통해 여당 의원들이 계엄해제 국회 의결에 참여 않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둘째 국회의원 대상 현행범 사법처리로 의결정족수 미달을 유도했다. 계엄사는 반정부 활동을 금지, 위반시 엄정 처리한다는 발표를 했고 이를 바탕으로 반정부 활동을 하는 국회의원을 집중 검거하기로 했다. 이러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국회가 계엄을 해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교전에도 나섰다. 각국 무관단, 외신기자 대상으로 계엄이 왜 필요한지 설득했다. 이 또한 세부대책 중 외교활동 강화 항목으로 미리 준비한 것이다.
※편집자주- 이상의 묘사는 어디까지나 가정이다. 그러나 기무사 등은 구체적인 세부계획을 마련한 걸로 문서에서 확인된다. 실제 계엄상황이 됐다면 국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자칫 유혈사태도 벌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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