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국빈방문한 문 대통령은 이날 밤(현지시간) 이 전 대통령 구속 사실을 보고 받았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현지에서 밝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
김 대변인은 하노이에서 한국 기자단과 만나 "많은 사람들이 묻습니다만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느냐. 삼가고 또 삼가겠다. 스스로에게 가을서리처럼 엄격하겠다는 다짐을 깊게 새긴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이 대통령의 발언은 아니라면서도 그간 문 대통령이 해온 발언이나 청와대 분위기상 문 대통령 뜻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의 입장이지만 문 대통령과 이심전심인 셈이다. 특히 '가을서리'라는 표현은 문 대통령의 최근 행보와도 맞아떨어진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각 비서관실에 고(故) 신영복 선생의 글 ‘춘풍추상(春風秋霜)’ 글씨가 담긴 액자를 선물했다. 이 글귀는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과 같이 부드럽게 대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해야 한다’(대인춘풍 지기추상)는 뜻으로 중국 고전 채근담에 실려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5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마치며 이 글을 소개하고 "우리 정부가 2년차에 접어들면서 기강이 해이해질 수 있는데, 초심을 잃지 말자는 취지"라고 직접 말했다.
김 대변인의 "가을서리" 언급이 이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한 문 대통령 뜻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자칫 부패나 권한남용이 끼어들 틈이 생겨선 안 된다는 각오인 셈이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자세로 국정에 임하자는 당부이기도 하다. 보기에 따라선 이 전 대통령 시절의 청와대가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등 추상같은 기강을 세우지 못했다는 지적으로도 읽힌다.
문 대통령은 베트남 국빈방문 이틀째인 23일, 공식환영식에 이어 쩐다이꽝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심화발전, 경제협력 확대를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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