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 있다.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혼자다. 1인 가구라 불리는 '나홀로족'이다. 밥도 혼자 먹고 영화도 혼자 봤건만 고민은 어떻게 해야할까. 그야말로 고민이다.
난감해진 이들이 기댈 곳이 생겼다. 바로 익명으로 상담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이다. 전문가들은 주변에 쉽고 즉각적으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1인 가구들이 이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주목했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전체 가구 4곳 중 1곳 이상(27.9%)이 1인 가구다. 약 30년 뒤인 2045년에는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6.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10가구 중 3가구가 혼자 사는 셈이다.
화려한 싱글라이프를 즐길 것만 같은 1인 가구도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하다. 우리은행 빅데이터팀이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인 가구의 주요 행동 패턴을 분석한 빅데이터에 따르면 직장·친구·연애 등과 관련, 고민·푸념·넋두리 등의 단어가 가장 많이 도출됐다.
그런데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마땅찮다. 자취 8년차인 직장인 A씨는 "가족들과 살 때는 얼굴을 마주보고 털어놓을 기회가 많았는데, 혼자 살다보니 말 못할 고민이 많아졌다"며 "그냥 혼자 고민하고 해결하는 것이 편하고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이들이 최근 쓰기 시작한 것이 모바일 고민 앱이다. 혼밥이 편리한 식당 정보를 공유하거나 혼자 사는 어려움도 나눈다. B씨는 "거창한 인생의 해답을 원하는 게 아니다"라며 "1인 가구가 찾기 편한 장소를 공유하고 퇴근 후 혼자 집에 들어오는 쓸쓸함 등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동질감을 느끼며 서로 위로한다"고 설명했다.
D씨는 "주변 사람까지 우울하게 만들기 싫어서 익명으로 고민을 토로하는 앱을 찾았다"며 "가족이나 친구가 남남보다 못한 경우도 많다"고 씁쓸해 했다.
익명 고민 상담앱 '마인드 카페'를 출시한 김규태 아노머스 대표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대면으로 마음 속 얘기를 꺼내기 쉽지 않은 사람들이 익명 앱을 통해 고민을 나눈다"고 말했다. 실제 마인드 카페는 2016년 초 출시 이후 2년 만에 가입자가 33만명에 이르렀다.
김 대표는 "신뢰를 구축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면상담에 비해 곧바로 솔직한 고민과 답을 들을 수 있는 상담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연구 논문도 많다"고 말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1인 가구도 결국 사회적 동물"이라며 "하지만 사회적 지원이나 관계가 다소 소홀하다보니 또 오히려 그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돼 상담 앱을 찾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교수는 "1인 가구는 합리적이고 목적 지향적인 인간관계를 추구하는 성향이 있다"며 "익명 상담은 '기분 나쁘진 않을까', '부담스럽진 않을까' 등 상대방과의 관계까지 고려해야 하는 대면상담보다 편하고 부담이 적다. 또 예상 가능한 답변보다 객관적인 답을 받을 수도 있고, 조언이 마음에 안 들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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