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1인분은 안 팔아요"…밥 먹을 사람 찾는 혼행족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 2018.03.25 05:33

[횰로살아요-④]1인 트렌드 '혼행족', 여행지에서 1인분 팔지 않아 같이 먹을 사람 구하느라 분주

편집자주 | 혼자라서 좋다. 그리고 안 좋다. 둘다 맞는 말이다. 오롯한 나만의 시간과 공간은 좋지만 그 비용도 온전히 내 몫이다. 참견하는 이 없어 편하지만 털어놓을 이 없어 울적할 때도 있다. 홀가분한 혼행, 그 지역 맛집의 '2인분 메뉴'는 어떻게 맛볼지. 아무렴 어떠랴. 그래도 혼자 잘 살고, 지금 행복하면 그만이다. 홀로가 아닌 '횰로(나홀로+YOLO: 현재 자신의 행복을 중시하는 태도)'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홀로'는 더 이상 '외로움'을 뜻하지 않는다. 혼밥(혼자 밥먹기) 혼술(혼자 술먹기) 혼여(혼자 여가보내기) 등 혼자 시간을 보내고 즐기는 트렌드가 자리잡으면서 혼자 여행하는 '혼행족'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혼행족들에게도 혼자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다. 여행지에서 맛집의 문을 두드릴 때다.

◇1인 식사… 소비트렌드 vs 번거로워= 지난해 12월 한국관광공사에서 소셜빅데이터와 관광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분석한 올해 여행 트렌드 중 하나는 'Alone'(혼자)이다. 실제로 지난해 발표된 '2016 국민여행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를 여행한 여행객 중 1인 여행객 비중은 10.3%로 매년 확대 추세다. 목적지나 일정을 누군가와 맞출 필요가 없어 편하고 타지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혼행족에게도 여행지에서 유명한 별미를 먹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2016년 온라인 종합쇼핑몰 지구(G9)가 966명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혼자 여행을 할 경우 가장 해보고 싶은 일로 꼽은 것은 '나홀로 먹방'(34%)이었다.

그러나 많은 혼행족들이 맛보고 싶은 음식이 있어도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1인분을 팔지 않는 식당이 많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모씨(28·여)는 최근 모처럼 휴가를 내 홀로 기차를 타고 여수로 여행을 떠나 여수의 게장 맛집을 찾았지만 식사를 거절당했다. 김씨는 "다른 식당도 찾았지만 혼자라는 이유로 안된다고 해서 결국 먹을 수 없었다"며 "혼자 여행 오는 사람도 많은데 1인 식사가 안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맛집을 포기할 수 없어 2인분을 주문하기도 한다. 지난해 제주도를 여행한 직장인 심모씨(27·남)는 2인분부터 가능하다는 식당 주인의 말을 듣고 울며 겨자먹기로 시켜 먹었다. 심씨는 "시간도 많이 늦어 다른 식당을 찾을 여유도 없었고 꼭 먹고 싶었던 음식이라 2인분을 시켰다"며 "음식도 남기고 돈도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업주들도 할 말이 많다. 대체로 탕이나 구이류, 백반 정식 등 조리에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1인분을 내놓기 애매한 종류가 있고 여럿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에 한 명만 식사할 경우 수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수의 한 식당 주인은 "게장 백반 같은 경우 손이 많이 가고 혼자 먹기엔 남기는 음식이 많아 한 명의 손님을 받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사진= 블로그 캡처
◇"같이 밥만 먹을 사람 구해요" 생기기도= 맛보고 싶은 음식을 꼭 먹어야 하는 혼행족들은 인터넷이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잠깐 식사만 같이 할 사람들을 모으기도 한다. 수십만 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한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에선 여행지에서 점심이나 저녁식사를 함께할 사람들을 찾는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1인분을 팔지 않는 맛집에서 당당하게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사람을 구하는 것이다. 지난 17일 해당 여행 커뮤니티에는 '경북 안동에서 저녁식사할 사람을 찾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안동의 맛집인 한 갈비 전문 식당에서 1인분을 팔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에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1인 트렌드의 확산 과도기에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1인 소비가 늘어나며 혼자 여행하는 사람도 증가했지만 1인 식사를 팔기 어려운 음식도 분명히 있다"며 "불편할 수 있지만 이들 업종에서도 1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유인이 생길 때까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단순히 외로워서가 아니라, 1인 식사가 불가한 맛집까지 즐기기 위해 식사를 같이 할 일행을 찾는 젊은 여행객이 최근 늘고 있다"며 "이런 혼행족들의 모습은 여행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긍정적인 소통의 트렌드"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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