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26)는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고민이 많다. 남자친구와는 빼빼로데이를 생략하고 곧 있을 1000일 기념일을 성대하게 치르기로 했지만, 회사에서는 어떻게 해야하나 싶어서다. 회사 소속 팀의 막내라서 뭐라도 사갈까 싶다가도 괜히 본인만 준비해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고 '튄다'는 이미지까지 생길까봐 걱정이다.
오는 11일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빼빼로 과자로 달콤한 마음을 전한다는 빼빼로데이다. 이날 초콜릿, 과자 등 다양한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회사의 상사나 동료들에게 돌리는 '의리 빼빼로'에 대한 고충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10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8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번 빼빼로데이에 직장 동료에게 빼빼로를 주겠다는 이들은 전체의 절반 정도인 48.3%였다. 이유로는 △평소 친분이 있고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74.9%) △상술이라 생각하지만 재미있어서(29.5%) △다른 직원들이 챙겨서 어쩔 수 없이(20.9%) 등이 꼽혔다.
다수의 사회초년생들은 입을 모아 빼빼로데이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빼빼로 준비를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어떤 빼빼로를 사야할지, 빼빼로만 줘도 될지 등이 주된 고민이다.
경력 1년의 물리치료사 A씨는 "올해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때 동료나 상사들로부터 무언의 압박이 있었다"면서 "빼빼로를 챙겨야할 것 같은데 시간이 없어 다양한 맛을 골라 인터넷으로 미리 주문해뒀다"고 말했다.
직장인 B씨는 "신입사원인데,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가도 괜히 막내 티를 내는 것 같고, 준비 못한 사람들에게 괜한 부담을 줄 것 같기도 해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SNS(사회연결망서비스)나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는 B씨와 유사한 고민을 상담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반면 B씨와 같은 고민 때문에 준비하지 않았다가 곤욕을 치른 이도 있다. 직장인 고모씨(27)는 "지난해 별 생각 없이 출근했다가 팀원 대부분이 빼빼로를 준비해 와 상사에게 '너는 뭐 없냐'는 말을 들었다"며 "이번에는 빠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민이 깊어지니 오히려 상사가 '빼빼로를 달라' '어떤 맛을 달라' 등을 명시하는 게 좋다는 의견도 있다. 직장인 이모씨(27)는 "빼빼로를 준비해야할지 고민하는데, 상사가 '나는 아몬드 빼빼로가 좋다', '나는 초콜릿으로 달라' 등의 말을 해줘 마음 놓고 준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빼빼로데이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날을 회사 구성원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는 기회로 삼는 상사나 회사도 적지 않다.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윤모씨(26)는 "부장께서 '이번 빼빼로데이는 주말이기도하고 신경 쓸 필요 없으니, 그 전날에 다 같이 부서카드로 빼빼로 사먹자'고 하셔서 마음을 놓았다"고 말했다.
한 패션잡화회사에 근무하는 신모씨는 "지난해 빼빼로데이에 회사서 전직원에게 빼빼로 기프티콘을 보냈더라"면서 "가격으로 따지면 얼마 되지는 않지만 구성원을 생각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어 애사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월 일본 컨설팅회사 일본법규정보가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직장인 11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직장내 'OO데이 금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70%에 달했다.
한 대기업 기업문화 담당자는 "특정 '데이'에 관행처럼 이뤄지는 일들은 하급자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고 자칫 '직장내 괴롭힘'이나 '직장내 갑질' 문제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면서 "마음을 전하더라도 서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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