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논란, 풀리지 않는 3가지 의혹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 2017.09.02 06:35

특정 브랜드 공개 이유·경쟁사 연관성·실험비용 등 의구심↑… "정부 검사결과 기다려봐야"

24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열린 여성환경연대 주최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사태 관련 일회용 생리대 안전성 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깨끗한나라 ‘릴리안 생리대’ 논란이 2라운드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관련 의혹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정부는 물론 유한킴벌리, 여성환경연대,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팀 등에도 비난이 향하고 있다.

사건은 지난해 10월 여성환경연대가 김 교수팀에게 생리대 독성 실험을 의뢰하며 시작됐다.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는 김 교수팀과 결과를 발표했다. 여성환경연대는 10개 생리대 제품에서 총휘발성유기화합물질(TVOC)이 방출됐다고 발표했지만 어떤 생리대 제품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최근 생리대 부작용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당시 TVOC가 나온 10개 제품 중 가장 농도가 큰 3개 제품이 '릴리안 생리대'로 지목됐다. 김 교수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릴리안'으로 해당 제품명을 공개하면서다.

이로써 ‘릴리안 생리대’ 논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부작용 사례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봇물처럼 쏟아졌고,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제기됐다. 깨끗한나라는 지난달 28일 릴리안 전 제품에 대한 환불 조치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어 석연치 않은 점들이 있다는 의혹이 나오기 시작했다.
2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고객센터에 릴리안 생리대 환불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깨끗한나라는 구매 시기나 영수증 보관 여부 상관없이 개봉 제품을 포함한 릴리안 전 제품을 환불해준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왜 릴리안만 공개했나?

제품 판매·생산 중단이라는 초유의 상황에 직면한 깨끗한나라는 나머지 7개 제품명도 공개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다른 제품명을 공개하라고 요구 중이다. 이에 따라 여성환경연대는 다른 제품명도 공개하겠다고 입장자료를 냈지만 돌연 입장을 바꿔 법률 자문 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난이 쏟아지자 다시 입장을 바꿔 식약처에 제품명 공개 권한을 일임했다.

식약처는 "해당 연구결과는 실제 유해 성분 농도로 보기는 어려워 검증되지 않았다"며 공개를 거부하다가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달 30일,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업체명은 밝히지 않는 방식이었는데, 결과가 공개되자 여성환경연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됐다.

실험결과 중형 생리대 A,B,C,D,C-1 에서는 2급 발암물질인 에틸벤젠이 C업체를 제외하고 모두 검출됐으며, B업체에서 가장 높게 나왔다. 왜 B사 제품에는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TVOC만을 기준으로 릴리안만 비판한 것이냐는 지적이 나왔다.

◇유한킴벌리, 관련 있나?

여성환경연대에 깨끗한나라 경쟁사이자 국내 생리대시장 점유율 1위인 유한킴벌리 상무이사 A씨가 운영위원으로 활동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은 새 국면을 맞았다. 게다가 여성환경연대가 3월 실험결과를 발표하며 개최한 토론회에 생리대업체 중 유한킴벌리만 참석한 사실도 알려졌다.

여기에 함께 연구를 진행한 강원대가 유한킴벌리로부터 후원을 받은 사실도 알려져 논란을 키웠다. 2014년 유한킴벌리는 강원대에 1억원을 지원했고 이듬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A씨는 지난해 강원대와 유한킴벌리가 함께 주관한 '제9회 아태환경포럼'에도 참석했다.


여성환경연대 측은 "당시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생리대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유한킴벌리만 참여를 요청했던 것"이라며 "A씨는 3월 조사에 참여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도 "유한킴벌리 임직원은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시민단체에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가 그러하다"고 말했다.

◇실험비용 어디서 조달?

실험비용 문제도 입길에 올랐다. 일각에서 유한킴벌리가 실험비용을 조달한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은 것. 여성환경연대 측은 실험비용을 소셜펀딩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매체가 내역을 살펴본 결과 그런 모금은 없던 것으로 밝혀졌다. 네이버 측도 "여성환경연대의 해피빈 프로젝트는 총 58개였는데 확인 결과 생리대 위해성 관련은 없었다"고 말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김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화학물질 노출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대부분 자비로 실험을 진행했다"며 "여성환경연대로부터는 200만원을 받은 게 전부"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성환경연대 측이 굳이 해피빈으로 마련했다는 해명을 고집한 이유에 대해 의문이 지속되고 있다.
류영진 식약처장이 지난달 31일 정부세종청사 국무조정실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생리대 화학물질 검출 일지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 대처 아쉽지만… "정부 검사 결과 기다려봐야"

혼란이 가중되며 정부도 책임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식약처의 생리대 품질검사 기준에 TVOC가 들어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느슨한 안전 규정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정부의 미흡한 대처도 입길에 올랐다. 지난 3월 해당 여성환경연대가 실험 결과를 식약처에 알리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정부는 당시 별다른 대응이 없었다.

식약처는 현재 국내에서 만들어졌거나 수입된 생리대 896개 품목을 전부 수거해 들여다보고 있다. 이르면 이달 중으로 검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먼저 식약처의 생리대 전수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이후에 나타나는 문제를 지적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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