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서울시는 지난해 8월부터 전문 교육을 마친 여성안심보안관을 25개 자치구 2인1조로 총 50명 배치했다. 이들은 전문 탐지장비를 지니고 지하철역·개방형 화장실, 수영장, 체육시설 탈의실 등을 점검한다.
몰카 탐지 1년, 이들의 고충을 듣는 한편 아쉬운 점 등을 살펴보기 위해 14일 오전 11시부터 광진구청 소속 보안관 강희근(60)·최혜련(43)씨를 만나 점검에 동행했다. 이날 수색 구역은 구의동·중곡동이었다.
◇"구역질 나지만… 여성들 몰카 두려움 알기에 구석구석"
처음 찾은 곳은 구의공원 화장실. 두 보안관은 먼저 '점검중'이란 푯말을 화장실 입구에 세우고 몰카 탐지기 두 대를 꺼냈다. 한 대는 유선몰카 탐지기, 또 한 대는 무선몰카 탐지기다. 두 보안관은 화장실 한칸을 두 탐지기로 번갈아가며 점검하기 시작했다.
나사, 창문 틈새 탐지 때는 수초간 탐지기로 꼼꼼히 살폈다. 최씨는 "화장실 문 작은 구멍마다 여성들이 휴지를 말아 꽂거나 매니큐어를 발라둔 것 등을 보면 얼마나 몰카를 두려워하는지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변기커버 밑도 꼼꼼히 탐지기로 쓸어나갔다.
강씨는 휴지통 주변에 떨어진 쓰레기도 뒤집어가며 살폈다. 기자가 헛구역질을 하자, 강씨는 웃으며 "맞다. 나도 사실 배변물 묻은 쓰레기나 제대로 내려가지 않은 변기 등을 볼 때 힘들다"고 말했다.
구의공원 여자 화장실 4칸을 모두 탐지하는 데 든 시간은 30분 남짓. 이들은 이날 점검분을 마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서둘러 중곡동으로 향했다. 이들은 하루 보통 1~10칸에 달하는 화장실 15곳 정도를 점검한다.
◇"싹싹 빌어 굴욕감 느낀적도…사명감으로 한다"
중곡동으로 이동해 먼저 찾은 곳은 한 빌딩이었다. "시청에서 나왔다"고 설명한 뒤 홀더·부채 등 홍보물을 나눠주자 선뜻 "하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보안관들이 '점검한 곳'이라는 징표로 '남의 몸을 몰래 찍으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경고문구가 담긴 스티커를 붙여도 되냐고 묻자, 관리소장 김의환씨는 선뜻 붙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시금 스티커를 꾹꾹 누르며 "잘 관리되고 있다고 알려지면 빌딩 이미지도 좋아지지 않겠나"라며 웃어보였다.
그럼에도 이들이 꾸준히 매주 월·수·금 오전 10시~오후 5시 몰카 탐지에 나서는 건 '사명감' 때문이다. 강씨는 "처녀시절 귀가하다가 안 좋은 일을 당할 뻔한 적이 있다. 다른 여성들이 성 관련 문제를 겪지 않도록 기여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최씨도 "12세·10세 두 딸이 살기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보안관들도 "이는 편견"이라면서도 허락해주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며 아쉬움을 삼켰다. 보안관들은 결국 높은 빌딩에서 두 층만 점검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1년간 찾아낸 몰카 '0개'… "예방효과가 목적"
이들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1년간 서울시 50명의 보안관이 찾아낸 몰카는 0개다. 이들이 꼽는 가장 큰 이유는 사유시설을 제대로 탐지할 수 없기 때문. 몰카가 나왔다는 소문이 돌면 사적재산침해의 소지가 있어서다. 최씨는 "모텔, DVD방, 노래방 등에서 많이 나올 것 같은데 협조를 안해준다"고 말했다.
이날 이들이 찾은 한 모텔 주인은 보안관들을 내보낸 뒤 기자에게 "보안관들로부터 몰카가 나오기라도 하면 무조건 경찰에 신고해야 하니, 그냥 돈을 주고서라도 사설 탐지업체에 맡긴다"고 귀띔했다. 보안관들은 몰카가 나오면 시설 관리자에 알리고 구청·시청에 보고한 뒤 경찰이 올 때까지 자리를 지키도록 교육받는다.
최씨는 "한 개도 찾아내지 못해서 조급함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지켜보고 있단 사실이 알려져 몰카범들이 언제든 잡힐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도록 하는 게 우리 목적"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