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쓰레기통 구역질 나지만"… 몰카 여성보안관의 하루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 2017.08.20 05:57

1년 간 찾은 몰카 '0개' 비판도 있지만… "예방효과가 목적"

서울시 광진구청 소속 여성안심보안관들이 광진구의 한 빌딩 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가 설치됐는지 점검하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지난해 7월 국가대표 남자 수영선수가 여자 선수 탈의실에, 지난 4일엔 강남 한 병원 공용탈의실에 남자 간호사가 몰카(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동료 여자 간호사들을 훔쳐봐 덜미를 잡혔다. 몰카 범죄는 2011년 1523건에서 2015년 7623건으로 급증했다. 피해자의 95% 이상은 여성이다.

여성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서울시는 지난해 8월부터 전문 교육을 마친 여성안심보안관을 25개 자치구 2인1조로 총 50명 배치했다. 이들은 전문 탐지장비를 지니고 지하철역·개방형 화장실, 수영장, 체육시설 탈의실 등을 점검한다.

몰카 탐지 1년, 이들의 고충을 듣는 한편 아쉬운 점 등을 살펴보기 위해 14일 오전 11시부터 광진구청 소속 보안관 강희근(60)·최혜련(43)씨를 만나 점검에 동행했다. 이날 수색 구역은 구의동·중곡동이었다.

◇"구역질 나지만… 여성들 몰카 두려움 알기에 구석구석"
처음 찾은 곳은 구의공원 화장실. 두 보안관은 먼저 '점검중'이란 푯말을 화장실 입구에 세우고 몰카 탐지기 두 대를 꺼냈다. 한 대는 유선몰카 탐지기, 또 한 대는 무선몰카 탐지기다. 두 보안관은 화장실 한칸을 두 탐지기로 번갈아가며 점검하기 시작했다.

나사, 창문 틈새 탐지 때는 수초간 탐지기로 꼼꼼히 살폈다. 최씨는 "화장실 문 작은 구멍마다 여성들이 휴지를 말아 꽂거나 매니큐어를 발라둔 것 등을 보면 얼마나 몰카를 두려워하는지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변기커버 밑도 꼼꼼히 탐지기로 쓸어나갔다.

강씨는 휴지통 주변에 떨어진 쓰레기도 뒤집어가며 살폈다. 기자가 헛구역질을 하자, 강씨는 웃으며 "맞다. 나도 사실 배변물 묻은 쓰레기나 제대로 내려가지 않은 변기 등을 볼 때 힘들다"고 말했다.

구의공원 여자 화장실 4칸을 모두 탐지하는 데 든 시간은 30분 남짓. 이들은 이날 점검분을 마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서둘러 중곡동으로 향했다. 이들은 하루 보통 1~10칸에 달하는 화장실 15곳 정도를 점검한다.

◇"싹싹 빌어 굴욕감 느낀적도…사명감으로 한다"

중곡동으로 이동해 먼저 찾은 곳은 한 빌딩이었다. "시청에서 나왔다"고 설명한 뒤 홀더·부채 등 홍보물을 나눠주자 선뜻 "하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보안관들이 '점검한 곳'이라는 징표로 '남의 몸을 몰래 찍으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경고문구가 담긴 스티커를 붙여도 되냐고 묻자, 관리소장 김의환씨는 선뜻 붙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시금 스티커를 꾹꾹 누르며 "잘 관리되고 있다고 알려지면 빌딩 이미지도 좋아지지 않겠나"라며 웃어보였다.
여성안심보안관들은 홀더, 부채 등 홍보물을 보여주며 점검 협조를 권한다. /사진=이재은 기자
하지만 이렇게 친절한 관리소장·상가주인을 만나는 일은 흔치 않다. 지난달 구의동 한 상가에 개방된 화장실이 있어 점검 후 스티커를 붙였는데 상가 주인이 구청에 강력히 항의하면서 찾아와 사과하라한 일도 있었다. 민원이 누적되면 관렵사업이 엎어질 수 있어 입씨름 하지 않는 게 지침. 그저 싹싹 빌어야했다. 이들은 "사과 후엔 몇 시간 동안 스티커도 뗐는데 굴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꾸준히 매주 월·수·금 오전 10시~오후 5시 몰카 탐지에 나서는 건 '사명감' 때문이다. 강씨는 "처녀시절 귀가하다가 안 좋은 일을 당할 뻔한 적이 있다. 다른 여성들이 성 관련 문제를 겪지 않도록 기여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최씨도 "12세·10세 두 딸이 살기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심보안관이 '남의 몸을 몰래 찍으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경고문구가 쓰인 스티커를 붙이자 해당 건물 관리소장이 뿌듯하게 지켜보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이어 찾은 빌딩에서도 싸늘한 반응이 돌아왔다. 해당 빌딩은 사무실로 쓰이고 있었는데, 이곳 관리소장은 "같이 일하는 남직원이 동료를 찍을 리 없지 않나"고 반문했다.

보안관들도 "이는 편견"이라면서도 허락해주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며 아쉬움을 삼켰다. 보안관들은 결국 높은 빌딩에서 두 층만 점검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1년간 찾아낸 몰카 '0개'… "예방효과가 목적"
이들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1년간 서울시 50명의 보안관이 찾아낸 몰카는 0개다. 이들이 꼽는 가장 큰 이유는 사유시설을 제대로 탐지할 수 없기 때문. 몰카가 나왔다는 소문이 돌면 사적재산침해의 소지가 있어서다. 최씨는 "모텔, DVD방, 노래방 등에서 많이 나올 것 같은데 협조를 안해준다"고 말했다.

이날 이들이 찾은 한 모텔 주인은 보안관들을 내보낸 뒤 기자에게 "보안관들로부터 몰카가 나오기라도 하면 무조건 경찰에 신고해야 하니, 그냥 돈을 주고서라도 사설 탐지업체에 맡긴다"고 귀띔했다. 보안관들은 몰카가 나오면 시설 관리자에 알리고 구청·시청에 보고한 뒤 경찰이 올 때까지 자리를 지키도록 교육받는다.

최씨는 "한 개도 찾아내지 못해서 조급함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지켜보고 있단 사실이 알려져 몰카범들이 언제든 잡힐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도록 하는 게 우리 목적"이라고 말했다.
광진구청 소속 여성안심보안관들이 빌딩 관리자에게 점검 협조 요청을 하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이혼' 유영재, 노사연 허리 감싸더니…'나쁜 손' 재조명
  2. 2 '외동딸 또래' 금나나와 결혼한 30살 연상 재벌은?
  3. 3 '눈물의 여왕' 김지원 첫 팬미팅, 400명 규모?…"주제 파악 좀"
  4. 4 '돌싱'이라던 남편의 거짓말…출산 앞두고 '상간 소송'당한 여성
  5. 5 수원서 실종된 10대 여성, 서울서 20대 남성과 숨진 채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