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문재인 대통령 취임 한달(하)

머니투데이 김성휘 최경민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 2017.06.09 09:02

[the300](종합) 文 대통령의 인사, 떠난 자와 남은 자

소울메이트와 '유리천장'의 2중주..文대통령 한달 인사

문재인 정부 초대 인사수석 비서관으로 임명된 조현옥 이화여대 초빙교수가 1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재진과 인사나누고 있다.2017.5.11/뉴스1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응답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파격과 확신의 이중주'. 문재인정부 한 달 인사 코드다.
내각은 파격과 참신성으로 채웠다. 내각에 준하는, 그래서 대국민 메시지가 강한 청와대 실장·수석급 인사도 대체로 이 범주에 든다. 문 대통령 주변에서 잘 거론되지 않던 면면도 있다. 반면 대통령의 손과 발, 눈과 귀가 되는 비서관급 청와대 참모들은 문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가진 이들로 상당수를 채웠다. 이른바 '소울메이트'다. 이런저런 이유로 1기 내각이나 청와대에서 일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취임 한 달을 하루 앞둔 8일, 총평은 합격점이다. 인사는 메시지란 점에서도 그렇다. 문 대통령은 18개 부 가운데 장관은 6곳, 차관은 11곳 13명을 지명 또는 임명했다. 복수차관 부서까지 합쳐서다.

장관은 33%, 차관은 약 60%의 '공정률'이다. 장차관 임명이 이처럼 두 배가량 차이나는 건 정부철학을 이해하고 '메시지'까지 담는 장관 인사에 심혈을 기울이는데다 검증 강화라는 복병을 만난 탓이다. 인사청문회 없이 실무투입이 가능한 차관을 통해 국정을 우선 가동한다는 '차관 우선' 기조다. 청와대는 장관급인 4명의 실장을 모두 인선했고 8명의 차관급 수석비서관 중 일자리 경제수석 2곳만 남겼다.

대외적 메시지는 주로 내각과 청와대 수석급 인사로 표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카드로 호남배려, 탕평, 책임총리 의미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발탁으로 젊고 일하는 청와대란 컨셉트를 보여줬다.

무엇보다 '유리천장 깨기'가 강렬했다. 사상 첫 여성 외교부장관(강경화) 첫 여성 보훈처장(피우진) 첫 여성 청와대 인사수석(조현옥)에 지켜보는 정치권 '선수'들도 무릎을 쳤다. 정책 메시지도 더했다. 문 대통령은 6일 현충일에 애국과 보훈의 의미를 새로 정립하는 추념사를 했다. 피 청장 임명과 같은 맥락이어서 더 인상적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이어지는 라인은 그보다 더 할 수 없을만큼 경제개혁 컬러를 뚜렷이 만들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국정원의 국내정치나 민간개입을 끊는 개혁자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찰과 법조계 악습의 환부를 도려낼 '집도의'로 비쳤다.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너무' 파격적이었을까. 균형과 안배로 다소 선회하는 모습도 보였다. 30일 민주당 현역의원 4명을 대거 장관으로 지명한 게 결정적인 장면이다. 야심차게 내놓은 인사들이 대선기간 강조한 '5대 원칙'에 저촉되는 걸로 드러나면서다. 이후 장차관과 참모 검증 잣대가 수직상승했다. 일부 후보군도 이 과정에서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호남 균형도 눈에 띈다. 이낙연 총리(전남 영광), 임종석 실장(전남 장흥)에 이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전북 정읍), 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전남 함평)은 호남이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경북 상주),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부산)는 영남이다.
한편 차관인사는 실무적 메시지가 강했다. 경제 분야엔 실행력을 주문했다. '아이디어맨' 고형권 1차관은 '돌파형'인 김동연 부총리 후보자와 합이 맞을 걸로 보인다. 교육 분야엔 교육부 첫 여성국장 출신 박춘란 차관을 임명, 교육정책 개혁 의지에다 기수파괴 메시지까지 전했다. 서주석 국방부차관은 국방개혁 메시지를 담았다.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들은 문 대통령 스스로 '믿고 쓴다'는 확신이 작용한 경우다. 참여정부 청와대, 두차례 대선캠프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 백원우 민정비서관 등이 대표적인 문 대통령의 소울메이트다. 송 비서관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수행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가인권위 위상 제고 방안 관련 문재인 대통령 지시사항 발표중 추가 질문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에게 해달라며 손짓하고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국가인권위의 예산 편성과 조직·정원 통제 자율권을 주고 인권위원 선임 절차 독립성을 보장하는 등 위상 제고를 위한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2017.5.25/뉴스1



이 같은 인사를 관철하는 문 대통령의 스타일은 보안과 복안으로 요약된다. 보안을 철저히 중시한다. 옛 참여정부때 비서실장, 민정수석을 두루 거친 경험이 큰 기준점이 되는 걸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또 외부추천에 의존하기보다 본인이 가진 복안대로 인사를 관철하고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삼고초려했다. 검증이 끝난 인사 보고서가 올라가도 문 대통령이 최종 결심에 장고를 거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단 일자리수석, 경제수석 등 핵심 경제담당자는 아직도 비어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왜 문제가 아니겠느냐. 빨리 채워지길 바란다"며 "그런데 인선에 어려움도 있고 내부적 기준도 (충족)있어야 하는 상황이라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인수위에 참여한 이경은 박사는 "인사의 메시지는 대외적으로는 물론이고 당사자와 해당 부처에 주는 메시지도 상당하다"며 "문 대통령이 의미를 실어 발탁한 인사들은 그저 대통령에게 보고만 하는 자리에 머물지 못하고 개혁과제를 적극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철도 호위무사도 '백의종군'…'떡' 안돌린 文 정부



문재인 정부의 출범 후 한달, 인사 키워드 중 하나는 '백의종군'이었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른바 '3철(양정철·전해철·이호철)'은 물론이고 '호위무사' 최재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복심' 노영민 전 의원도 어떠한 직책을 맡지 않았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이호철 전 민정수석비서관은 아예 해외로 출국을 해버렸다. 양 전 비서관은 "정권교체를 갈구했지 권력을 탐하지 않았다"는 문자 메시지를 지인들한테 보내곤 뉴질랜드로 향했다. 이 전 비서관도 출국하며 "마침내 자유를 얻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가까이 있는 분들이 물러나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물러나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최 전 의원은 "문 대통령께 인재가 넘치니 원래 있던 한 명쯤은 빈손으로 있는 것도 괜찮다고 제 마음을 드렸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당초 대통령 비서실장 1순위로 거론됐던 노 전 의원의 경우 주중대사를 맡아, 조만간 국내를 떠나는 게 유력한 상황이다. 노 전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다른 생각은 아직 안 하고 있다. 신경 쓸 여력도 없다"고 말했다.

최측근이 인선에서 배제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누구도 챙겨줄 수 없다"는 강력한 신호를 줬다. 백의종군을 한 인사들의 경우 단지 문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아니라, 대선 국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이들이다. 양 전 비서관은 전체적인 전략·기획·메시지에 이르기까지 캠프 내 영향력이 막대했다. 최 전 의원은 인재영입을 주도하면서 정책기획 등의 역할을 했고, 노 전 의원은 조직구성 및 관리를 도맡아 한 1등공신 격이다.

상황이 이러니 대선국면에서 영입된 인사들에 대한 '뻔한' 논공행상식 인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 구상에 역할을 한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 싱크탱크 국민성장을 이끌어 온 조윤제 서강대 교수는 경제부총리 혹은 정책실장 등 굵직한 역할을 맡지 못했다. 김 교수는 장관급이지만, 정책을 주도하는 자리가 아닌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맡았다. 조 교수는 EU(유럽연합)특사로 유럽을 다녀온 이후 주변에 백의종군의 뜻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사회정책 멘토로, 장관급 인선에 거론돼 온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신'들이 아니라 이낙연 국무총리,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 장하성 정책실장 등 참신한 인물들이 나섰다. 야권은 문 대통령이 당선되면 '떡'을 나눠주느라 국정이 어지러워질 것이라는 비판을 줄곧 했었지만, 문 대통령은 '최측근 백의종군' 카드로 우려를 기우로 만들었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도 "문 대통령이 인사를 깜짝 놀라게 잘한다"고 평할 정도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백의종군'은 반만 맞는 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고 요직에는 측근이 배제됐지만, 인선을 한꺼풀만 벗겨보면 '친문'들이 줄줄이 청와대에 입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한병도 정무비서관, 나소열 자치분권비서관 등 청와대 정무라인에 친문 인사들이 집중 배치됐다. 윤 실장은 문 대통령의 또 다른 '복심' 중 한 명이기도 하다.

2~3기 청와대에는 최측근들이 돌아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정치권은 1기 청와대의 유효기간을 내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로 보고 있다.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청와대 인사들의 실명이 벌써부터 거론되기도 한다. 정권이 그 사이에 위기를 맞는다면 문 대통령과 '이심전심'이면서 추진력을 겸비한 측근들이 복귀할 명분이 만들어 질 수 있다. 다만 이호철 전 비서관의 경우는 현실정치에 큰 미련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잠시 백의종군을 한 것이지, 정계은퇴를 한 게 아니다. 역할을 할 수 있는 타이밍을 잡고 있을 것"이라며 "국정기획위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 등, 1기 청와대나 내각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향후 기용할 수 있는 '친문' 인재풀은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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