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인 줄 알았는데 실망"…문재인 '동성애' 발언 논란

머니투데이 이슈팀 이재은 기자 | 2017.04.26 11:21

"性차별금지 후퇴" vs "한국적 정서에서 소신 밝힌 것일 뿐"…美 등 주요국 동성애 혐오발언 규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5일 열린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 25일 JTBC 주최 4차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동성애에 대해 밝힌 의견이 화제다. 문 후보는 단호하게 '동성애 합법화 반대'와 함께 '동성애자 차별 금지' 의견을 내놨다. 이후 이 발언이 '동성애 혐오'로 읽힐 소지가 있다며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부 지지자들은 지지철회 의사를 밝히고 있다.

◇문재인 "동성애 합법화 반대, 차별은 안돼"…심상정 "유감이다"
이날 문 후보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동성애를 반대하느냐"고 묻자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홍 후보가 "박원순 서울시장은 (동성애) 파티를 서울시청 앞에서 한다"고 말하자 문 후보는 "서울광장 이용에 차별을 안주는 것이다. 차별금지하는 것과 인정하는 것이 같냐"고 반박했다.

또 홍 후보가 "차별금지법이라고 국회에 제출된 것이 사실상 동성애 허용하는 것인데 민주당에서 제출했다"고 주장하자 문 후보는 "차별하고 합법하고 구분을 못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문 후보의 입장에 대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매우 유감스럽다"며 "동성애는 찬성이나 반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성 정체성은 말 그대로 정체성이며 성소수자의 인권과 자유가 존중되는 게 민주주의 국가"라고 반박했다.

이날 토론회 발언 이후 젊은층이 주로 이용하는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문 후보에게 실망했다며 "지지철회" 의사를 밝히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문 후보의 발언이 '동성애 혐오'라는 것. 문 후보는 지난 21일 성평등정책간담회에서 '성평등서약서'에 서명했으며 그동안 공공연히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해왔기 때문에 실망이 더욱 컸던 것으로 보인다.

◇해외 '동성애 혐오 발언' 강력 규제…노무현 전 대통령 '차별금지법' 노력
미국, 영국, 프랑스,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웨덴 등 주요 국가는 ‘차별금지법’에 차별금지 사유로 '성적 지향'을 명시해 ‘동성애 반대’ 같은 동성애 혐오 발언을 규제한다.

2011년 2월 영국에서는 자신들이 보호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동성애를 장려하지 않겠다고 말한 기독교인 존스 부부가 고등법원으로부터 잠재적 양부모 권리를 잃었다. 법원은 평등주의에 입각한 성소수자의 권리가 종교적 신념에 우선한다고 봤다.

한국은 해외에 비해 그동안 동성애 등 소수자 의제가 주요 사회적 의제로 주목받지 못했다. 성소수자 집단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2016년 국민·전문가·학생 인권의식 조사'에서 취약집단이 놓인 인권상황 가운데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성소수자 의제에 대해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엔도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PR)를 통해 한국에 성별 정체성 차별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채택을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제16대 대통령 후보 당시 공약으로 ‘차별금지법’을 냈고 당선 후인 2003년엔 국가인권위원회 안에 '차별금지법제정추진위원회'를 꾸렸다. 2007년 차별금지법을 입법예고했지만 종교단체와 극우파 등의 반대로 인해 좌절됐다.

전날 심상정 후보는 토론서 이를 언급하며 "노무현정부 때부터 차별금지법 공약을 계속 냈는데 여기서 후퇴한 문 후보에게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지지 철회한 과거 지지자들 "문재인, 오바마인 줄 알았더니…실망"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인권보호 차원에서 성소수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크게 힘썼다. 오바마는 2014년 성 소수자 권리보호 행정명령에 서명해 공무원 채용과정에서 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LGBT) 등 성소수자의 성적 취향이나 성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바 있다. 이런 성소수자 권리 신장 분위기에 힘입어 2015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동성결혼 합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번 일로 지지를 철회했다는 20대 허모씨는 "문 후보의 이번 발언은 ‘널 싫어하지만 괴롭히지는 않을게’와 유사하다. 자칭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고 해서 오바마를 기대했다. 크게 실망해 지지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한편 유력 후보인 문 후보가 한국적 정서에서 동성애에 대해 지지나 옹호 발언을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특히 자신의 평소 생각을 솔직히 밝힌 것일 뿐 논란의 대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50대 이모씨는 "동성애 이슈가 대선에서 왜 화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문 후보 지지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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