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검찰 집중수사 가락시영, 또 수상한 입찰

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 2017.04.17 05:00

기존 업체 있는데 중복입찰 시도…논란 일자 절차 무시하고 입찰공고 돌연 수정…국토부 "점검 검토"

지난달 23일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 재건축 현장을 방문, 안전점검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국무총리실
비리 혐의로 대대적인 검찰 수사를 받은 서울 가락시영 재건축 조합이 자정 노력은커녕 또다시 수상한 입찰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업무를 대행할 업체가 이미 있는데도 또 돈을 들여 다른 곳을 선발하려 했다. 논란이 일자 조합은 갑자기 절차를 무시하고 입찰자격을 고치기까지 했다. 관계 당국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감독 강화에 나섰다.

17일 서울시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 조합은 이달 7일 2017년도 총회 대행업체 선정 입찰공고를 냈다. 11일 현장설명회를 열고 14일 입찰을 마감했다.

문제는 이미 총회 대행 용역을 수행할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체 S사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S사 관계자는 "그냥 우리에게 시키면 되는데 왜 추가비용을 들여 업체를 뽑으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복계약 시도는 차치하더라도 이상하다는 게 관계 당국의 시각이다. 제시한 입찰자격 2가지(어느 1가지를 만족) 중 '서울 송파구 정비사업장의 총회 업무실적 3회 이상'을 만족하는 업체는 H사가 사실상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서울 소재 조합원 수 2000명 이상 사업장의 관리처분계획 총회 실적 보유' 자격도 H사를 포함한 소수 업체만 만족한다. H사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조합이 특정 업체에 일감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며 "행정지도를 하겠다"고 밝혔고 중앙정부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 계약이 실현되면 조합 집행부는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다"며 "시청 등에 관리감독 강화를 주문하고 직접 점검할지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재건축사업의 제한경쟁입찰이 비리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 등 11명은 지난해 11월 '모든 협력업체 입찰 때 일반경쟁입찰을 의무화'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합과 H사의 관계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본지 취재가 진행되자 조합은 돌연 절차를 무시하고 입찰자격을 완화했다. 현장설명회를 하루 앞둔 10일 이미 나간 공고의 지역제한을 재공고도 없이 '서울 송파구'에서 '서울'로 바꿨다. 한 변호사는 "절차에 하자가 있어 입찰 자체가 무효화될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차모 가락시영 조합장 직무대행은 "업무에 익숙하지 않아 실수를 한 것"이라며 "입찰을 중단하고 자체 인력으로 총회 행정업무를 보겠다"고 해명했다. 차 대행은 "H사와 특별한 관계는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해 가락시영 사업장의 비리 혐의를 집중 수사해 관계자들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조합장과 뒤를 이은 직무대행이 모두 구속 기소되면서 현재 '대행의 대행'인 차 대행이 조합을 이끌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말 사상 최초로 강남권 재건축 조합들을 합동 점검해 부적정 사례 120여건을 적발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장이자 집중 수사를 받은 가락시영에서 다시 한 번 의심스러운 입찰 시도가 등장할 정도인데 다른 곳들은 말할 것도 없다"며 "더욱 철저한 수사와 처벌은 물론 제도 개선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가락시영 재건축 조합이 7일 총회대행 업체 입찰공고문을 발표했다가 현장설명회를 하루 앞둔 10일 돌연 재공고 절차도 없이 입찰자격 내용을 수정했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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