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들 대거 구속시킨 특검…"역대 최고 성과로 기록될 듯"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 2017.02.26 13:06

[특검 90일의 기록]검찰 수사보다 더 나아간 몇 안되는 특검 사례… 이재용 부회장 등 거물급 대거 구속

특검 수사 만료일을 이틀 앞둔 박영수 특별검사가 26일 오전 서울 강남 대치동 특검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기간 만료가 2일 앞으로 다가왔다. '사상 최대' 규모로 꾸려졌던 특검팀은 현직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했고 고위공직자 5명 등을 구속시키는 데 성공했다. 검찰 수사보다 더 나아간 몇 안되는 특검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특검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 고위공직자 5명을 구속 시켰다.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등 '거물'들에 대한 구속영장도 발부 받는 데 성공했다. 모두 검찰 수사단계에서는 거론되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가장 많은 장관급 인사를 구속시킨 수사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이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분류한 문서다. 이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간 사람들은 정부 지원정책에서 배제되는 등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은 이 리스트가 김 전 실장의 지시로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작성, 문체부가 관리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특검은 김 전 장관과 정 전 차관, 김 전 실장, 조 전 장관 등 연루된 고위 공직자 전원을 구속시켰다. 여기에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하며 총 7명을 재판에 넘겼다. 박 대통령을 '공모자'로 입건하는 성과도 올렸다.

특검 수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박 대통령의 뇌물죄 수사였다. 앞서 검찰은 박 대통령을 강요혐의로 입건했다. 대기업들에게 이유 없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하게 했다는 것이 검찰 수사 결론이었다. 그러나 특검은 출범부터 '강요혐의는 허점이 있다'며 뇌물죄 수사를 예고했다.

특검은 두 재단에 가장 많은 돈을 출연하고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또 다른 거액의 지원을 약속한 삼성을 겨눴다. 특검은 최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대가로 이 부회장이 최씨 일가에 거액을 지원했다고 판단,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대가성 입증이 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고 특검은 3주간 보강수사를 벌였다.


특검은 보강수사를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아니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청와대가 여러 편의를 봐줬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이를 근거로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했고 박 대통령을 뇌물수수 피의자로 입건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는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입증이 상당부분 이뤄졌다는 증거다. 특검은 박 대통령의 퇴임 때까지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고 퇴임 이후 박 대통령은 뇌물수수 혐의로 법정에 설 전망이다.

특검이 가장 수월하게 진행했던 수사가 이화여대 입시 및 학사 비리 수사였다. 특검은 최 전 총장을 비롯, 남궁곤 전 입학처장,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이인성 의류산업학과 교수, 류철균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 등 관련자를 전원 구속시켰다. 여기에 '비선 진료'에 연루된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를 구속했고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이번 특검처럼 수사에 성과를 낸 특검은 없다. 우리나라에 특검이 도입된 것은 1999년 일명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과 '옷로비 사건'에서부터다. 이후 △이용호 게이트 △대북송금 △대통령 측근 비리 △철도공사 유전개발외압 의혹 △삼성비자금 △BBK 실소유주 의혹 △스폰서 검사 파문 △10·26 선관위 디도스 공격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 등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이 제기될 때 특검이 활동했다.

그러나 이 '특검수사'의 성적표는 처참했다. 이 중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수사는 '이용호 게이트'와 '대북송금',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 정도다. 나머지는 '윗선은 수사하지도 못하고 수사 대상자들에게 면죄부만 안겨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보다 더 나아간 특검은 사실 많지 않다"며 "역사상 가장 큰 성과를 올린 특검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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