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특검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 고위공직자 5명을 구속 시켰다.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등 '거물'들에 대한 구속영장도 발부 받는 데 성공했다. 모두 검찰 수사단계에서는 거론되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가장 많은 장관급 인사를 구속시킨 수사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이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분류한 문서다. 이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간 사람들은 정부 지원정책에서 배제되는 등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은 이 리스트가 김 전 실장의 지시로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작성, 문체부가 관리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특검은 김 전 장관과 정 전 차관, 김 전 실장, 조 전 장관 등 연루된 고위 공직자 전원을 구속시켰다. 여기에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하며 총 7명을 재판에 넘겼다. 박 대통령을 '공모자'로 입건하는 성과도 올렸다.
특검 수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박 대통령의 뇌물죄 수사였다. 앞서 검찰은 박 대통령을 강요혐의로 입건했다. 대기업들에게 이유 없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하게 했다는 것이 검찰 수사 결론이었다. 그러나 특검은 출범부터 '강요혐의는 허점이 있다'며 뇌물죄 수사를 예고했다.
특검은 두 재단에 가장 많은 돈을 출연하고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또 다른 거액의 지원을 약속한 삼성을 겨눴다. 특검은 최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대가로 이 부회장이 최씨 일가에 거액을 지원했다고 판단,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대가성 입증이 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고 특검은 3주간 보강수사를 벌였다.
특검은 보강수사를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아니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청와대가 여러 편의를 봐줬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이를 근거로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했고 박 대통령을 뇌물수수 피의자로 입건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는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입증이 상당부분 이뤄졌다는 증거다. 특검은 박 대통령의 퇴임 때까지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고 퇴임 이후 박 대통령은 뇌물수수 혐의로 법정에 설 전망이다.
특검이 가장 수월하게 진행했던 수사가 이화여대 입시 및 학사 비리 수사였다. 특검은 최 전 총장을 비롯, 남궁곤 전 입학처장,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이인성 의류산업학과 교수, 류철균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 등 관련자를 전원 구속시켰다. 여기에 '비선 진료'에 연루된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를 구속했고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이번 특검처럼 수사에 성과를 낸 특검은 없다. 우리나라에 특검이 도입된 것은 1999년 일명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과 '옷로비 사건'에서부터다. 이후 △이용호 게이트 △대북송금 △대통령 측근 비리 △철도공사 유전개발외압 의혹 △삼성비자금 △BBK 실소유주 의혹 △스폰서 검사 파문 △10·26 선관위 디도스 공격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 등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이 제기될 때 특검이 활동했다.
그러나 이 '특검수사'의 성적표는 처참했다. 이 중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수사는 '이용호 게이트'와 '대북송금',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 정도다. 나머지는 '윗선은 수사하지도 못하고 수사 대상자들에게 면죄부만 안겨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보다 더 나아간 특검은 사실 많지 않다"며 "역사상 가장 큰 성과를 올린 특검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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