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알림장에 선생님이 쓴 글을 읽고 나니 그동안의 걱정이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혹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 서는 것이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었는데 그동안 아이는 엄마가 눈치채지 못하게 스스로 컸나봅니다.
그날 저녁 "엄마, 나 이젠 부끄럽지 않아"라고 말하는 아이를 꼭 안아주며 듬뿍 칭찬해줬습니다.
장기자랑 날 아침, 한 아이가 침대에서 일어납니다. 발표를 앞뒀지만 하나도 콩닥거리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연습을 엄청 많이 했거든요. 게다가 행운을 부르는 파란 장화도 신고, 멋진 주머니들이 달린 바지도 입고 있었으니까요. 장기자랑에는 아이 말고 다섯 명이 더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걸 어쩌죠? 한 명 두 명 발표가 끝나자 씩씩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아이는 옷 속으로 점점 움츠러들고 맙니다.
'드디어 나는…앞으로…아이들 맨…나갔어요.' 아이는 그만 머릿속이 하얘지고 말도 뒤죽박죽. 자꾸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았다 갈팡질팡. 친구들 앞에 섰지만 급기야 엉뚱한 행동으로 놀림을 받고 맙니다.
아이는 이대로 좌절하고 마는 걸까요?
우리 모두는 발표를 앞두고 가슴이 콩닥콩닥 떨리던 순간이 있었을 겁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죠. 다만 '왜 이렇게 나만 떨리지?'가 아닌 책 속의 아이처럼 누구나 긴장되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또 그것 또한 누구나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플랩북으로 제작된 책은 중간중간 그림을 열어보는 재미도 선사합니다. 침대 위 이불을 걷으면 아이가 누워 있고요. 주머니 속엔 고무줄, 동전, 알사탕이 들어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제일 좋아한 건 마지막 장에 박수하는 선생님의 손. 포개져 있는 선생님의 한쪽 손을 잡고 짝짝짝짝 손뼉을 쳐줍니다. 책을 다 읽고 난 아이도 발표를 멋지게 끝낸 친구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요?
◇'하나도 안 떨려!'=주디스 비오스트 지음. 현암주니어 펴냄. 32쪽/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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