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회의 세계경제 영어路](20)옐런의 '고압경제'가 美경제 묘약?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2016.10.29 09:00

A high-pressure economy would create jobs for people who otherwise might be chronically unemployed

편집자주 |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을 영어로 읽는 길을 놓아 드립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등 유력 매체에서 쓰는 진짜 경제 영어를 주요 개념에 대한 해설과 함께 전합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최근 연설에서 '고압경제'(high-pressure economy)라는 화두를 제시했다. 고압경제를 운용해 미국의 경기회복을 가로 막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부작용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고압경제라는 용어는 미국 경제학자 아서 오쿤(Arthur Okun)이 1973년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논문에서 처음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경제고문을 지낸 그는 경제고통지수, 이른바 '미저리인덱스'(misery Index)를 고안한 인물이다. 사람들이 실제로 느끼는 경제적 삶의 질을 반영하는 미저리인덱스는 물가상승률(inflation rate)과 실업률(unemployment rate)을 합산해 구한다.

미국 싱크탱크인 예산정책우선센터(CBPP)는 지난해 3월에 낸 보고서에서 오쿤의 고압경제를 예문1과 같이 설명했다.

expansionary policy는 중앙은행이 돈을 푸는 통화완화정책(expansionary monetary policy)을 의미한다. 1편에서 본 대로 easy[easing, loose(ning), accommodative] monetary policy라고도 한다. monetary easing[loosening, expansion]도 같은 의미다. output은 생산량, 산출량이라는 뜻인데 여기선 국내총생산(GDP·gross domestic product) 증가율(경제성장률)로 보는 게 좋다.

overshoot은 원래 목표 지점보다 더 나가다라는 뜻이다. 여기선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Fed 목표치인 2%를 웃도는 걸 의미한다. overshooting이라고도 쓰는데 이는 자산 가격이나 환율, 물가상승률 등이 목표 수준에서 벗어났다가 차츰 장기균형 수준으로 수렴하는 것을 말한다.

오쿤은 경제 성장세가 추진력(momentum)을 잃었다면 중앙은행이 잠깐 물가안정 목표를 내려놓을 수 있다고 봤다. 경제가 성장세를 다시 얻을 수 있다면 일시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은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이다. 고압으로 성장세를 밀어올리다 보면 인플레이션에 overshoot(ing)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일종의 과열경제다.

고압경제의 연원은 1956년까지 더 거슬러 올라 간다. 예문2는 이에 대한 블룸버그의 설명이다.


블룸버그의 설명대로 고압경제는 고용을, 저압경제는 인플레이션을 더 중시한다. 1편에서 본 대로 고용안정과 물가안정은 Fed의 양대 정책목표다. 이를 흔히 이중책무(dual mandate)라고 한다고 했다. Fed의 통화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내에서 고용안정을 더 중시하는 쪽을 비둘기파(dove)라고 한다. 이들은 Fed가 종전대로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통화완화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인플레이션에 민감한 매파(hawk)는 통화완화정책이 심각한 물가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비둘기파는 온건파(soft-liner), 매파는 강경파(hard-liner)라고도 한다.

옐런 의장은 지난 14일 보스턴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Boston) 주최로 열린 연례 경제콘퍼런스 강연에서 예문3과 같이 말했다.

물리학에서 이력현상(履歷現象·hysteresis)은 특정 물리량이 그 때의 물리조건에 따라 결정되지 않고 그 이전의 변수에 의존하는 현상을 말한다. 경제학에선 경기침체 등으로 높아진 실업률이 경기회복기에도 낮아지지 않고 높은 수준에 머무는 현상을 말한다. 옐런 의장이 이력현상을 촉발한 요인으로 지목한 deep recession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대침체(Great Recession)를 의미한다.

옐런이 언급한 공급 측면의 부작용도 노동시장에 대한 것이다. 대침체 여파로 미국으로 이주하는 노동자가 줄고 노동참여율(labor force participation rate)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3편에서 다룬 대로 노동참여율은 경제활동이 가능한 인구 가운데 취업자와 구직 활동 중인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구직 포기자가 늘어나면 노동참여율이 낮아진다. 노동참여율이 낮아지면 공식 실업률은 떨어지지만 체감 실업률인 광의의 실업률은 오른다. 미국의 노동참여율은 현재 197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공식 실업률 또한 지난달 5%로 사실상 완전 고용 수준에 근접했지만 전월에 비해서는 0.1%포인트 올랐다.

옐런 의장이 고압경제 운용을 통해 실업률을 더 낮추려는 건 수요 확대에 따른 경기부양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선 우려가 나온다. 고압경제의 부작용인 인플레이션이 증시와 채권시장에 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면 고정 수익을 기대하는 채권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기 위한 금리인상은 증시에도 직격탄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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