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바람 핍니다'에 화들짝 놀란 이유

머니투데이 나윤정 기자 | 2016.10.26 05:51

[우리말 안다리걸기] 60. 피우다 피다

편집자주 | '우리말 밭다리걸기' 2탄입니다

결혼 5년차인 여주인공이 여행길 우연히 만난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담은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포스터.
"굳이 만지려 하지 말고 만나려 하지 말고 헤어지지도 말 것."

요즘 인기있는 한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에 눈길이 갑니다. '불륜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 공감이 가려던 찰나 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불륜, 바람'은 언제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죠. 지난해 간통법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금은 조금 달라진 느낌입니다. 여전히 단골 소재지만 도덕성 파산의 뻔한 '결론'보다 공감과 위로의 '과정'을 제시, 인간의 감정임을 당당히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제목으로 과감히 내세운 드라마도 등장했습니다.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단박에 사로잡은 눈길, 그런데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바람은 '피는' 게 아닌 '피우는' 건데 말입니다.

가장 헷갈리는 맞춤법 중 하나가 바로 '피다' '피우다'인데요. 어떻게 구분할까요. 먼저 '피다'는 자동사로 목적어가 없어도 말이 됩니다.(예: 개나리가 피다. 얼굴이 피다, 형편이 피다) 하지만 접미사 '-우-'가 붙은 피우다는 타동사이므로 목적어가 있어야 합니다.(예: 불을 피우다. 웃음꽃을 피우다.)

따라서 '바람을'이라는 목적어가 있으므로 피우다가 맞는 표현입니다. 담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담배를'이라는 목적어가 있으므로 피다가 아닌 피우다로 써야 합니다. "담배 피러 갑시다"가 "담배 피우러 갑시다"보다 더 익숙한 데 말입니다.

하지만 목적어가 있다고 해서 모두 접미사 '-우-'가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표준어 규정 울타리 안에는 합법적으로 '우'가 사라진 말이 몇 개 존재하는데요.

고인 물을 떠서 밖으로 버릴 때 퍼낸다고 하죠. 기본꼴은 '푸다'인데 'ㅜ'가 사라졌습니다. 유일한 '우 불규칙' 동사입니다. 이 경우엔 오히려 '풔'(푸어)라고 하면 틀립니다. 띄어쓰기한다고 할 때 '띄다'도 원래 '띄우다'가 맞지만 '우'가 빠진 것도 줄임말로 인정받았습니다. '(반지를 등) 끼우다'도 '끼다'로 줄일 수 있고 '외우다'도 줄임말 '외다'로 쓸 수 있습니다. '밤샘하다' 역시 '밤새움하다'가 본말이지만 줄임말로 인정됩니다.


몇 년 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착한남자'는 처음엔 착한의 반어적 의미로 '차칸남자'라고 제목을 붙였다가 국립국어원 등 한글 단체들의 반발로 중간에 제목을 바꾼 경우인데요. 영화나 드라마 제목은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만큼 고유명사에 준한 취급을 받는데요. 익숙한 말이라도 제목 정할 때 사전 한번 찾아보고 처음부터 바른 말을 쓰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오늘의 문제입니다. 다음 중 맞춤법에 맞는 드라마 이름은 무엇일까요?
1 프로듀샤
2 식샤를 합시다
3 구르미 그린 달빛
4 공항 가는 길
정답은 4번입니다. 1번 '프로듀샤'는 프로듀서가 맞지만 'Produce'에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 대신 직업을 나타내는 우리말 접미사 '-사'(士)를 붙여 만든 신조어고 2번 '식샤를 합시다'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유행어 '식샤'를 넣어 만든 제목입니다. 3번은 '구름이'를 소리나는 대로 '구르미'로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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