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치페이' 말고 '각자 냅시다'

머니투데이 나윤정 기자 2016.10.06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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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안다리걸기] 58. 잘못된 외래어

편집자주 '우리말 밭다리걸기' 2탄입니다

'더치페이' 말고 '각자 냅시다'


점심시간, 새로운 풍경이 등장했습니다.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저마다 카드를 들고 계산대 앞에 줄지어 서 있는데요.

"여기 더치페이 해주세요."

지난달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만연한 뇌물문화를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법 시행 1주일을 맞은 지금, 자주 듣는 말이 있죠. 바로 '더치페이'인데요. 이 법을 발의한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도 "이 법은 더치페이법"이라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대중적으로 쓰이는 더치페이는 어디서 나온 말일까요?



더치페이는 '더치 트리트'(Dutch treat)에서 유래했습니다. 네덜란드인들은 전통적으로 베풀거나 대접하는 걸 좋아했는데요. 따라서 더치(Dutch·네덜란드, 네덜란드인)에 '대접하다'라는 뜻의 트리트(treat)를 붙여 '더치 트리트'라는 말을 썼는데요. 영국이 이런 네덜란드의 문화를 비꼬기 위해 트리트를 '지불하다'는 의미의 페이(pay)로 바꾸면서 더치페이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인지 '더치'가 들어간 말은 부정적인 뜻을 나타내는 말이 많은데요. '더치 엉클'(Dutch uncle)은 엄하게 꾸짖는 사람을, '더블 더치'(Double dutch)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의미합니다. 이런 더치페이가 '비용을 각자 부담한다'는 의미로 통용되는 점은 문제가 있어보이는데요.

이쯤에서 익숙한 단어 하나가 떠오릅니다. '더치커피'인데요. 한방울씩 천천히 내리기 때문에 '커피의 눈물'로도 불렸죠. 이는 네덜란드 상인으로부터 찬물로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을 배운 일본인들이 '네덜란드(Dutch) 커피'라고 부르면서 고유명사처럼 굳어졌는데요. 비하 뜻은 없지만 일본식 표현이라는 점과 일부 더치커피에 문제가 생기자 요즘은 영어식 표현인 콜드브루(Cold brew)로 바꿔 부르는 추세입니다. 요즘 커피숍에서 더치커피라는 메뉴를 보기 힘들었는데 이유가 있었네요.



앞으로 이런 문구를 내건 식당을 찾아보긴 힘들겠죠? '더치페이'가 아닌 '각자 계산'이란 말은 제대로 잘 썼네요.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앞으로 이런 문구를 내건 식당을 찾아보긴 힘들겠죠? '더치페이'가 아닌 '각자 계산'이란 말은 제대로 잘 썼네요.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그렇다면 '더치페이' 말고 어떤 말을 사용해야 할까요.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은 '더치페이'를 대신할 우리말로 '각자내기'를 선정한 바 있는데요.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더치페이'는 '각자내기'로 순화해 쓰라고 올려 놓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한턱 쏘겠다거나 퇴근 후 '치맥'(치킨+맥주) 한잔 하자고 먼저 제안하는 말소리가 조심스러워졌다고들 합니다.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들을 위한 학원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씁쓸한 소리도 들립니다. 하지만 공정한 사회를 이루고자 한다면 이 정도의 성장통은 금세 지나가겠죠?

오늘의 문제입니다. 다음 사람이름을 딴 법안 중 성격이 다른 하나는 무엇일까요.
1 최진실법
2 유병언법
3 전두환법


정답은 1번 최진실법(정식 명칭 : 친권자동부활 금지제)입니다. 유병언법(범죄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법), 전두환법(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개정안)은 처벌 대상자의 이름을 딴 법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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