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내게 뭐든지 뒤집는 '초능력'이 생긴다면?

머니투데이 박은수 기자 | 2016.10.21 08:37

[아이가 꿈꾸는 서재] <16> '뒤집혀 혀집뒤!', '빨간 머리 마녀 미로'

① 뒤집혀 혀집뒤!

아주 어렸을때 이런저런 초능력을 가지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투명인간이 돼 남녀목욕탕 가기, 학교에서 집으로 순간이동 하기, 하늘을 맘껏 날기, 슈퍼맨처럼 힘이 아주 세지기…. 그중에서 저는 '순간이동'을 자주 꿈꿨던 것 같습니다. 은행 금고에 들어가서 돈 보따리를 들고 나오는 못된 상상도 하고요, 엄마 아빠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으면 몰래 가서 혼내주고 오기도 합니다. 물론 한번도 현실이 된 적은 없었지만 상상만으로도 즐겁고 신이 났습니다.

'뒤집혀 혀집뒤!'는 제가 아이였을 때 하던 상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유쾌한 동화책입니다. 딱지치기를 좋아하는 태풍이는 어느 날 딱지왕 김남철에게 도전했다가 딱지를 몽땅 잃고 맙니다. 풀이 죽은 채로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는 태풍이에게 나타난 건 대마왕 딱지. 그는 태풍이에게 손가락으로 무엇이든 가리키며 '혀, 집, 뒤, 혀집뒤'라고 말하면 홱 뒤집히는 주문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그 주문 덕분에 잃었던 딱지를 모두 되찾습니다.

신이 난 태풍이는 점점 다른 것들에도 주문을 외우기 시작합니다. 금연구역인 버스 정류장에서 담배 피우는 어른이 마시고 있는 콜라 캔을 뒤집어 쏟기, 마트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빨간 자동차 뒤집기.

그러다 학교 앞에 선 태풍이는 그만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고 말았습니다.
"혀, 집, 뒤, 혀집뒤"
우지끈 소리를 내며 학교 건물이 뒤집혀버렸습니다.

이 사건으로 마을은 온통 난리가 나고 태풍이는 그 후론 딱지를 거들떠보지도 주문을 외치지도 않았습니다. 태풍이가 사는 마을엔 더이상 무엇이든 멋대로 뒤집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어느덧 학교를 졸업 하고 어른이 된 강태풍. 그가 가진 초능력은 과연 사라졌을까요? 웃음을 짓게 만드는 특별한 결말은 또다른 상상을 가능케 합니다.

'비룡소 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인 '뒤집혀 혀집뒤'에는 그밖에도 편의점 알바생이 한밤중 깨어난 파라솔과 테이블· 의자와 함께 고양이를 구하는 이야기인 '파라솔 뒤에 테이블 뒤에 의자가', 마법에 걸려 책이 된 고양이의 사연 '책고양이'가 담겨 있습니다.

◇뒤집혀 혀집뒤!=이리을 지음. 비룡소 펴냄. 80쪽 /9000원



② 빨간 머리 마녀 미로

또다른 '비룡소 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빨간 머리 마녀 미로'는 고아인 빨간 머리 미로가 천재 발명가 수리를 만나 펼치는 환상적인 모험과 혈연·비혈연의 경계를 뛰어넘어선 새로운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빨간 머리 마녀다! 모두 도망쳐!"

동굴 보육원에 사는 미로는 빨간 머리와 초록 눈 때문에 친구들한테 마녀라는 놀림을 받습니다. 언제나 외톨이인 미로는 무시무시한 원장 선생님과 쥐가 있는 보육원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 매일 밤 주문을 겁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로에게도 새 가족이 생겼습니다.

머리가 자장면처럼 뽀글뽀글한 아저씨와 통통이 아줌마가 수리의 가족이 되어주기로 한 겁니다. 보육원에서 멀리 떨어진 아줌마 아저씨 집에는 수리라는 남자 아이도 살고 있었습니다. 수리는 무엇이든 뚝딱 만드는 천재 발명가입니다. '슉슉 롤러', '돌돌말이 포크' 같은 엉뚱하고 환상적인 발명품들은 낯선 곳에서 불안하기만 한 미로의 마음을 풀어줍니다. 뭐든지 찍기만 하면 살아 움직이는 발명품 26호 '생생 사진기'는 거만한 사고뭉치 '쓱싹 고무 왕자'와 유쾌한 노래꾼 '반쪽 신사'를 만들어내 잊지 못할 소동을 선물합니다.

미로는 언제나 고대하던 새 가족이 생겨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외모와 너무나 다르게 생긴 사람들을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고민되기 시작했습니다. 진짜 가족을 갖고 싶은 마음에 미로는 자신과 똑같은 빨간 머리, 초록 눈의 아빠를 지점토로 만들어 수리의 '생생 사진기'로 찍어 보려 하는데….

◇빨간 머리 마녀 미로=최유진 지음. 비룡소 펴냄. 104쪽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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