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야 와라?' 피로회복의 불편한 진실

머니투데이 나윤정 기자 | 2016.07.12 16:17

[우리말 안다리걸기] 46. 모순된 말들

편집자주 | '우리말 밭다리걸기' 2탄입니다

정말이지 푹푹 찌는 더위입니다. 불볕더위, 찜통더위, 가마솥더위 등. 그 어떤 말로도 더위를 표현하기 2% 부족한데요. 어젯밤 더위에 잠을 설쳤더니 피곤이 밀려옵니다. 월요일은 월요병이라고 핑계라도 대지만, 화요일까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니 조금 눈치가 보이는데요. 행여 표시날까 조심스레 하품하다 그만 후배와 눈이 마주칩니다.

"선배 피로회복제 하나 드릴게요!"

후배가 작은 병 하나를 권합니다. 회사생활을 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에 흐뭇해지려는 찰나, 또다른 후배가 분위기를 깹니다.

"피로를 회복해서 더 피로하라고 피로회복제래요. 하하하."

후배가 건네준 드링크 제품. 모자이크 처리한 제품명 위에 '피로회복'이라고 써있네요.
'아재개그인가' 눈 한번 슬쩍 흘기곤 웃어버립니다. 그런데 '회복'의 뜻을 가만 생각해보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회복은 원래 상태로 돌이키거나 원래 상태를 되찾음을 뜻하는 말인데요. '명예 회복'이라고 하면 잃었던 명예를 되찾음을 말하고, '신용 회복'은 떨어진 신용을 되찾음을 뜻하죠. 그렇다면 피로 회복은 피로한 상태로 되돌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어쩌다 피로 회복이라는 말이 일반화됐을까요. 광고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요. 결국 피로할 때 이 음료를 마시면 피로한 상태로 되돌려주겠다고 하는 황당한 광고입니다. 익숙해서 아무 의심없이 써온 말이 이런 뜻이었다니, 말 한마디라도 잘 알고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써야 바른 걸까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원기 회복' 또는 '기력 회복'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피로'라는 말을 살리려면 '피로 해소'나 '피로 감소'로 표현할 수 있겠죠.


이와 비슷한 경우로 '일절, 일체'도 있습니다. 식당에서 '안주 일절'이라고 쓴 차림표 본 적 있으시죠? 이는 말의 원래 의미와 정반대로 쓰인 경우인데요. 일절은 '전혀 없음'이라는 뜻으로 '안주 일절'이라고 하면 '안주 절대 없음'이 돼버립니다. 따라서 모든 안주를 갖췄다는 의미를 나타내려면 '안주 일체'라고 해야 합니다. 일체는 주로 긍정적인 상황에서, 일절은 부정(전혀 없다. 않다. 못하다)과 함께 쓰인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오늘의 문제입니다. 다음 중 올바른 표현이 아닌 것은?
1. 식사시간에는 물을 일절 먹지 않는다.
2. 오늘 데이트비용은 일절 내가 낼게.
3. 면회를 일절 금합니다.

정답은 2번으로 '일체'로 써야 합니다. 1·3번에서 일절은 '먹지 않는다' '금합니다' 같이 부정과 쓰였으므로 맞는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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