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하는 게 아닌 '심심한 사과'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16.07.0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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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안다리걸기] 45. 心? 어려운 한자어 '심심'

편집자주 '우리말 밭다리걸기' 2탄입니다

'simsimi(심심이)' 앱의 화면을 활용했습니다. 글씨체는 배민 '주아체''simsimi(심심이)' 앱의 화면을 활용했습니다. 글씨체는 배민 '주아체'


굳은 표정으로 마이크 앞에 섭니다. 카메라 플래시가 곳곳에서 터지고 입을 엽니다. 탁자에 놓인 준비한 글을 읽어 내려갑니다.
"…여러분께 심심한 유감의 뜻을 표합니다."

정치 뉴스에서 종종 들리는 표현이지요. 결국은 '미안하다'는 말인데요. 공적인 자리에서 잘 쓰이는 표현 방식입니다.



심심한 감사, 심심한 위로,… 여기서의 '심심한'은 무슨 뜻일까요? 물론 흔히 얘기하는 심심한 기분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왠지 말 속에 마음(心)이 들어있을 것 같지만 한자가 다릅니다.

심심(甚深)이란 글자 그대로 풀면 '심하게 깊이'란 뜻입니다. 국어사전에는 심심하다를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로 풀이하는데요. 쉽게 말하자면 '심심한 감사=깊은 감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깊다는 뜻의 심(深)이 들어간 낱말은 여러 개가 있는데요. 설명이 따로 필요없는 말 '심각'하다, 깊이 잘 생각한다는 뜻의 '심사숙고', 바다 깊은 곳에 있는 물인 '심층수' 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심심해서 하는 게 아닌 '심심한 사과'
그런데 인터넷을 보면 '심심한 □□'식 표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있는데요.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런 표현을 별로 써본 적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정말 고마워"할 것을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해"라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직장 상사에게 "부장님, 어제 일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전합니다"라고 하면 진심이 담긴 사과로 받아들일까요? 말의 주목적이 '소통'인 것을 생각한다면, 이런 표현은 어딘지 찝찝한 느낌입니다.

특히 '사과'도 아닌 '유감'과 같은 표현은 더 그렇습니다.(관련기사 보기☞ 유감은 사과일까? 아닐까?) 사전은 유감의 뜻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


마무리 문제입니다. 다음 중 숫자와 관련 없는 말은 무엇일까요?
1. 버뮤다 '삼각지대' 알아? 배들이 사라진대.
2. 죄송합니다. '사각지대'라 보지 못했습니다.
3. 이 물은 '육각수'야.
4. 첫눈 오면 남산 '팔각정'에서 보자.

심심해서 하는 게 아닌 '심심한 사과'
정답은 2번. 사각(死角)지대는 말 그대로 하면 죽은 각도의 지대, 곧 물체가 가까운 데 있지만 각도상 잘 보이지 않는 곳인데요. 위 상황은 운전 중에 사이드 미러로 옆쪽 차를 보지 못하고 차선을 바꾸다 사고가 난 상황입니다. 숫자 4는 물론 관련이 없습니다.
육각수는 6각형 고리구조가 많은 상태의 물로 고 전무식 박사가 육각수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팔각정은 지붕의 모양이 8각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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