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회계 책임공방…피해자 승소해도 보상 해넘겨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 2016.05.30 06:05

부실·분식책임 최대주주 돈없다 버티고 회계법인은 항소


기업들이 주도한 분식회계, 그리고 이를 적발하지 못했거나 눈 감아준 회계법인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시도는 여러 번 있었다. 피해를 본 소액 주주들이 힘을 모아 집단소송에 나서기도 했고 개인 자격으로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소액주주들이 거둔 성과도 상당하다는 점은 고무적이나, 이면을 들여다 보면 성공적이라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법적 대응을 추진하면서 들어간 비용이 상당하고, 그나마 소송에서 이긴다고 해도 피해액을 돌려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사례가 포휴먼 분식회계 건이다. 코스닥 상장사였던 포휴먼은 수년간 자회사를 통해 허위실적을 만들었는데, 이 문제가 세무조사에서 밝혀지며 2011년 4월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됐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외부감사를 맡아 '적정'의견을 낸 곳도, 2011년 회계 투명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거절' 의견을 낸 곳도 삼일회계법인이었다.

악의적인 분식회계로 투자자들의 뒤통수를 친 포휴먼 최대주주와 경영진의 문제가 있지만, 수년간 이를 적발하지 못한 채 앵무새 의견만 내놓은 회계법인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피해주주들이 대응에 나섰는데 대부분은 생계문제로 이탈했고, 이 가운데 137명이 남아 2012년부터 조직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포휴먼 최대주주·경영진과 삼일회계법인을 대상으로 소송에 나선 끝에 2013년 법원에서 140억원 손해배상 판결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사태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한 주주는 "판결은 났지만 최대주주측은 배상할 수 있는 자금이 없다며 버티고 있으며 회계법인측은 소송에 불복해 항소했다"며 "지금까지 들어간 소송 관련 자금만 수억원에 달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포휴먼은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는데, 원심대로 결론이 난다 해도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큰 만큼 피해주주들의 배상이 언제 이뤄질 지 단언하기 어려운 상태다.

포휴먼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한국증시 입성 후 2년뒤인 2013년 분식회계 문제로 상장 폐지된 중국고섬의 경우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했으나 상장 주관사와 회계법인의 책임공방 속에서 손해배상 이슈는 수면 밑으로 내려갔다.

STX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 등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을 둘러싼 대책이 중심이 됐을 뿐 소액주주 등 피해자 구제와 관련한 대책은 뒷전이었다. 딜로이트안진은 쌍용차, 대우조선해양 등과 관련한 감사의 본분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책임공방에 휩싸였으나 역시 피해자 보상문제에 있어서는 소극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분식회계와 부실감사는 동전의 양면으로 선후를 따지기가 어렵다"며 "감사인력과 시간, 비용의 한계를 생각하면 회계법인에 모든 책임을 맡기기도 어렵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회계법인의 부실감사가 분명할 경우, 피해자 구제를 어느 범위까지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논의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회계법인에 비해 소액주주 등 피해자들의 협상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사내감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허위 재무정보를 제공한 경영진과 함께 내부감사, 회계법인이 함께 책임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대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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