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눈치 보는 회계법인…분식공포·부실 더 키웠다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최석환 기자, 백지수 기자 2016.05.3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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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체결 권한 쥔 기업이 갑 중의 갑…공정성 잃고 부실회계-감독부실 당국도 한축

조선.해운사 부실이 경제계 전반을 강타한 가운데 기업정보 사적 유출과 분식회계 사실상 방조 등과 연결된 회계법인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정보를 전 회장에게 유출한 장본인이 회계법인 대표라고 알려지고 있고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분식회계를 밝혀내지 못한 책임론도 불거진 것이다. 회계법인과 피감회사인 기업의 뿌리 깊은 유착관계가 부실회계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기업눈치 보는 회계법인…분식공포·부실 더 키웠다


29일 금융당국과 회계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대우조선의 2조4000억원 규모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 외부감사를 맡은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부실 감사 책임을 피팔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속 부적정, 의견거절이 아닌 적정 의견을 내서다. 자본시장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할 회계법인이 부실회계로 분식회계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난이 제기되는 이유다.

안진회계법인은 앞서 지난 3월 지난해 대우조선 감사 과정에서 추정 영업손실 5조5000억원 중 약 2조원을 2013년, 2014년의 재무제표에 반영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회사 측에 정정을 요구했다. 대우조선에 대한 감사 과정에서 오류를 시인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삼일회계법인의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 정보 유출 의혹에서 보듯 회계법인과 기업 간 서로 ‘밀고 끌어주는 유착관계’가 만연해 고질적인 부실회계가 되풀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계약과 보수 등을 사적영역에 맡긴 자유수임제 아래 회계법인의 저가 회계 수주 여파로 기업과 회계법인 간 갑을 관계가 형성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유착관계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공공성을 가지는 회계법인이 을의 위치여서 갑인 기업의 의사를 무시하고 독립적인 감사를 실시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얘기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법인 입장에서 회계 계약 체결 권한을 쥐고 있는 기업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회계법인 대표들이 회계법인 대표를 제재하는 법안 등에 강력 반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회계법인 한 회계사는 “뿌리깊은 유착 관계 속에서 회계법인 대표 입장에선 컨설팅 등 다른 업무에 비해 수익성은 크지 않고 논쟁 거리만 되는 감사 업무로 제제를 받으면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회계법인에 대한 비판은 “대우조선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감리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금융당국으로도 이어진다.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금융당국이 회계법인의 부실 감리를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의 기업 회계감리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회계사 출신의 한 교수는 “회계법인에서 기업회계감사를 맡는 회계사들은 경험이 짧은 이들이 태반이고 금융당국 회계사들 중 대부분은 경력 쌓기에만 관심이 있을 뿐 제대로 된 감리능력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회계사들 내부의 자성론도 나온다. 김경율 참여연대 소속 회계사는 “우리나라는 회계법인이나 회계사들이 부정을 저질러도 실제 금전적 처벌이 주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며 “과거 산동회계법인이 대우 부실감사로 처벌받고 망했지만 이후 다른 회계법인으로 이름만 바꿔 영업을 이어간 것 같은 사례가 국내에는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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