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항명 논란…진실은?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16.05.17 14:09

[the300] "좋은 방안 찾아보겠다" 朴대통령 특유의 중립적 화법…"국론분열이 생기지 않는" 보훈처 결정의 가이드라인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박승춘 보훈처장의 항명이다."(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17일 라디오 인터뷰)
"윗선이 박근혜 대통령이었다는 게 입증됐다."(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16일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 한곡을 둘러싼 논란으로 모처럼의 '협치'가 파탄 위기에 몰렸다. 국가보훈처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대신 현행대로 합창키로 결정하면서다.

우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긍정 검토' 지시에도 박 처장이 '보수의 영웅'이 되고 싶어 항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박 원내대표는 '윗선'인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진실은 뭘까? 답은 박 대통령의 화법에 숨어있다.

13일 여야 3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회동 당시 박 대통령의 발언은 "국론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찾아볼 것을 보훈처에 지시하겠다"였다. 우 원내대표와 박 원내대표가 '임을 위한 행진곡'의 공식기념곡 지정과 기념식 제창을 요청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이 자리에서 박 원내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를 포함해 약 14개의 건의사항을 서면으로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그러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공식기념곡 지정과 기념식 제창을 약 3차례 강하게 요구했다. "이렇게 만났으니 선물을 꼭 주셔야 한다"고도 했다. 우 원내대표도 옆에서 힘을 보탰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박 원내대표 등은 회동이 끝난 뒤에도 현기환 정무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과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에 대해 추가로 협의했다. 야당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했다. 우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국회로 돌아와 기자들에게 박 대통령의 '임을 위한 행진곡' 관련 발언을 전하고 "저와 국민의당 박 원내대표의 거듭된 주문에 답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그러나 16일 보훈처의 발표는 달랐다. '임을 위한 행진곡' 공식기념곡 지정은 거부됐다. 또 제창 대신 종전대로 합창으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보훈처에 지침을 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17일 춘추관에서 기자들로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결정과 관련해 지침을 받은 바 없다는 보훈처의 발표가 사실이냐는 질문에 "사실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말씀을 했고, 보훈처에서 결정을 해야 할 사항이어서 보훈처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훈처에 재고를 지시할 계획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안의 핵심은 박 대통령 발언의 진의다. "좋은 방안을 찾아볼 것"은 박 대통령 특유의 중립적 화법이다. 박 대통령이 취임 전 한나라당 대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할 당시 현장에서 건의사항을 듣고 가장 많이 내놓은 답변이 "좋은 방안을 찾아보겠다" 또는 "좋은 방향으로 되도록 노력하겠다"였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중립적인 의미다. 여야 3당 원내지도부 회동 직후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도 당시 발언의 의미에 대해 "우리(참모) 입장에선 해석해서 말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현장에서 받은 민원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참모들에게 지시하고 사후 진행상황에도 꼼꼼하게 챙기는 박 대통령이지만, 신념과 관련된 일이 아니면 무리하게 되게 만드는 스타일은 아니다. 특별한 소신이 없다면 실무진이 검토 결과 "어렵겠다"고 보고할 경우 대개 받아들인다.

'임을 위한 행진곡'도 마찬가지다.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경우 일부 보수단체들이 기념식에 보이콧하는 등 국론분열이 우려된다고 판단, 야당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이 결정을 받아들였다. "국론분열이 생기지 않는···"이란 박 대통령의 전제가 보훈처로선 결정의 가이드라인이자 거부의 명분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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