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국책은행 직접 출자 ‘난색’

머니투데이 (프랑크푸르트)독일=유엄식 경제부 기자 | 2016.05.05 12:00

“중앙은행 손실최소화 원칙 지켜야”…담보 없는 발권력 동원 어렵다는 입장, 2008년 실시한 ‘자본확충펀드’ 대안 제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4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DB공동취재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국책은행에 발권력을 동원해 출자하자는 정부 방안에 사실상 난색을 표했다. 담보 없이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은 중앙은행 기본원칙에도 어긋나고 부작용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정부가 유력하게 검토 중인 직접 출자보다는 2008년 실시한 ‘금융권 자본확충펀드’와 같은 담보가 확보된 우회적 지원방식이 보다 현실성이 높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중·일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 및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한 이 총재는 4일(현지시간) 저녁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중앙은행은 손실최소화라는 기본원칙이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출자보다 대출이 원칙에 맞는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기업 구조조정 지원에 중앙은행으로서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지만 그것은 법 테두리, 중앙은행 기본원칙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정부가 수출입은행, KDB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지원에 재정·통화정책을 조합하자는 이른바 폴리시믹스(policy mix)에 대해 “구조조정을 지원하자는 총론은 맞지만 법을 어기고는 할 수 없다”며 다소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현행법상 한은은 수은에 출자가 가능하지만 산은은 할 수 없다. 이 총재는 특히 산은 출자가 가능토록 법이 바뀌어도 손실최소화 원칙에 어긋나고 담보가 없다면 수용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총재는 2008년 한은 주도로 실시된 은행권 자본확충펀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한은이 시중은행 채권을 담보로 대출해 주고 은행들이 그 자금으로 특수목적법인(SPC) 형태인 자본확충펀드를 만들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은행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당시 한은은 발권력으로 5002억원을 투입해서 5조원 상당의 지원효과를 냈다. 이 총재는 당시 통화담당 부총재보로 정책을 직접 구상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직접 출자 방안은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책은행 BIS 비율이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산업은행 BIS 비율은 14.2%, 수출입은행은 10.0%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금융권에서는 BIS 비율이 14%가 넘어야 안정적으로 평가된다.

이 총재는 자본확충펀드 방식은 직접 출자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중앙은행 기본원칙에도 부합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앞서 미국 연준(Fed)이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시 GM, AIG 등 특정기업을 지원한 것도 확실히 담보가 보장된 상황에서의 특융(특별융자)라고 설명했다. 출자가 아닌 대출방식의 지원이었다는 얘기다. 연준은 AIG 지원당시 회사의 모든 자산을 담보로 설정했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은 기본적으로 신용대출이 없다. 무조건 확실한 담보가 필요하고 그 담보도 국채와 정부보증채로만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출자방식을 100%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위한 불가피성이 우선 납득이 돼야 하고 그 다음에 손실최소화 원칙도 부합돼야 한다”며 산은은 물론 수은 출자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자본확충펀드 방식과 함께 금융중개지원대출 지원대상 및 한도 확대 등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책 대안으로 고려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 총재는 정부가 한은에 수조원의 출자자금을 요청했다는 일부 언론보도와 관련 “전혀 들은 바가 없다”며 “정부가 국책은행 자본확충 TF에 참여해달라고 한 것 이외에는 어떤 것도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발언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다거나 논란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이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필요 재원규모와 정책 방향성 등은 TF에 참여하는 실무진들의 논의를 거쳐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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