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파'를 던지면 나쁜 걸까요

머니투데이 나윤정 기자 | 2015.12.01 13:44

[우리말 안다리걸기] 14. '추파'의 어원

편집자주 | '우리말 밭다리걸기' 2탄입니다

김애란 '두근두근 내 인생'의 한 구절. '추파'를 설명한 부분에 밑줄을 쳐보았다.
나는 내 속 단어장에서 '추파'라는 낱말을 꺼내 만져보았다. 가을 추, 물결 파. 가을 물결.
'예쁘구나, 너. 예쁜 단어였구나......' (김애란 ‘두근두근 내 인생’ P.195)

추파(秋波). 왠지 고상한 연애감정보다 이성을 은근히 떠보는(?) 행동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가을물결'이라니... 늦가을 끝자락도 겨우 잡고 있는 지금, 책 글귀를 보니 마음이 물결처럼 흔들립니다. 그러고보니 가을이 말 앞에 붙으면 거의 시가 되죠. 가을햇살, 가을비, 가을언덕, 가을우체국, 가을하늘...

어쩌다 가을물결을 말하는 ‘추파’가 이성에게 집적대는 눈길로 바뀌었을까 궁금합니다. 가을엔 하늘도 높고 날씨도 화창해 물도 맑고 아름답습니다. 물결은 끊임없이 움직여 어떤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느껴지죠. 가을의 그 맑고 잔잔하고 아름다운 물결이 곧 추파인데요. 여인의 고운 눈빛과 같아서 이를 추파라고 했는데요. 시간이 지나 남녀 가리지 않고 '이성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은근히 보내는 눈길'이 되었습니다.

여기까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데요. 문제는 이것이 '환심을 사려고 아첨하는 태도나 기색'이라는 부정적 의미로 변질된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신임 사장에게 추파를 던지다' '고객의 환심을 사기 위해 사은품으로 추파를 던지고 있다'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여러 번 추파를 던졌다'처럼 별로 좋지 않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언젠가부터 이성 간에도 추파를 던졌다고 하면 생각없이 집적대거나 추잡한 시선을 보낸 것처럼 여기는데요. '추파'의 '추'(秋)가 '추할 추'(醜)로 변모한 상황입니다.

가을은 누구에게나 아름답고 설레는 계절입니다. 곧 불어닥칠 추운 겨울을 생각하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지겠죠. 이 늦가을 남녀가 호감 가는 사람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겁니다. 다만 이 추파가 아름다운 물결인지, 추잡한 눈길인지는 본인 하기 나름이겠죠?


오늘의 문제 나갑니다~ 다음은 '남의 환심을 사기 위함'을 뜻하는 말들인데요. 이중 '속되게 이르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1 아양
2 아첨
3 어리광
4 알랑방귀

정답은 4번 알랑방귀입니다. 아양은 '귀염을 받으려고 알랑거리는 말', 아첨은 '남의 환심을 사거나 잘보이려고 알랑거림', 어리광은 '어른에게 귀염을 받거나 남의 마음을 기쁘게 하려고 어린아이의 말씨나 태도로 버릇없이 굴거나 무엇을 흉내내는 일'입니다. 알랑방귀는 '교묘한 말과 그럴듯한 행동으로 남의 비위를 맞추는 짓을 속되게 이르는 말'입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유영재, 선우은숙 친언니 성폭행 직전까지"…증거도 제출
  2. 2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
  3. 3 "390만 가구, 평균 109만원 줍니다"…자녀장려금 신청하세요
  4. 4 장윤정♥도경완, 3년 만 70억 차익…'나인원한남' 120억에 팔아
  5. 5 "6000만원 부족해서 못 가" 한소희, 프랑스 미대 준비는 맞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