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3루를 돌아, 최후의 보'루'로…?"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 2015.11.24 13:33

[우리말 안다리걸기] 13. 야구 베이스와 '보루'

편집자주 | '우리말 밭다리걸기' 2탄입니다

서울 아차산 홍련봉 2보루. /사진제공=뉴스1
국내 프로야구는 진작에 끝났지만, 21일까지 이어진 국가 대항전 '프리미어12'에서 대한민국이 극적인 우승을 하며 야구 팬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을 줬습니다. 야구를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말 중에는 '루(베이스)'가 있는데요. 이 말은 어디서 나온 걸까요?

같은 뜻이 담긴 낱말로 우리가 자주 쓰는 것에 '보루'가 있습니다. 담배 얘기 말고 "최후의 보루"라고 할 때의 그 보루입니다.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시설을 말하는데요. 군사용 작은 성곽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마지막 보루가 적에게 무너지면 큰일이겠죠? 자연스레 '최후의 보루'란 꼭 지켜야 할 대상을 뜻하게 됐고,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다시 야구 얘기로 돌아가, '루'란 말 자체로 보루를 뜻합니다. 공격수가 1루에서 3루까지 상대의 보루를 하나씩 밟아 들어가 '최후의 보루'인 홈베이스를 밟으면 점수가 나는 것, 야구 경기의 기본적인 진행 방식이죠.

야구의 원래 이름인 영어 'Baseball[베이스볼]'에서 base가 근거지, 기지를 뜻하니 '보루'와도 뜻이 잘 맞아떨어집니다. 만약 한국식 이름이 야구가 아닌 '누구(루구에 두음법칙 적용)'였다면 뜻은 더 자연스러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야구는 일본에서 들어온 말입니다.

야구 경기에선 도루(타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자가 누를 훔치는 것), 출루(누에 나가는 것), 만루(주자가 누에 꽉 찬 상태), 주루(다음 누로 달리는 것) 등 '루'가 들어간 말이 꽤 많습니다.

한편, 앞에 언급한 담배 10갑이 든 상자를 뜻하는 '보루'는 일본식 영어입니다. 담배 10갑을 포장한 종이인 보드지(board지, 판지)의 'board'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게 보루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쓰이며 사전에도 올랐는데요.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순화어인 '줄'이나 '포'를 권유하고 있습니다.


마무리 문제입니다. 다음 중 일본식 표현이 아닌 것은 무엇일까요?
1. '니스' 칠 좀 할까?
2. 글씨 연습 하려고 연필 한 '다스' 샀어.
3. 허리띠보다 '멜빵'이 편해.
4. 멸치 '다시' 국물로 요리하면 맛있지.

정답은 3번. 멜빵은 순우리말입니다.
'니스'는 바니시(varnish)의 일본식 표현으로 국어사전에서는 '광칠'을 순화어로 제시합니다. '다스'는 영어 dozen[더즌]의 일본식 표현으로 우리말로는 '타'가 있고요. 멸치 등을 우려낸 국물을 뜻하는 '다시'는 일본어 出し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맛국물'이라는 단어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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