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뜻이 담긴 낱말로 우리가 자주 쓰는 것에 '보루'가 있습니다. 담배 얘기 말고 "최후의 보루"라고 할 때의 그 보루입니다.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시설을 말하는데요. 군사용 작은 성곽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마지막 보루가 적에게 무너지면 큰일이겠죠? 자연스레 '최후의 보루'란 꼭 지켜야 할 대상을 뜻하게 됐고,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다시 야구 얘기로 돌아가, '루'란 말 자체로 보루를 뜻합니다. 공격수가 1루에서 3루까지 상대의 보루를 하나씩 밟아 들어가 '최후의 보루'인 홈베이스를 밟으면 점수가 나는 것, 야구 경기의 기본적인 진행 방식이죠.
야구 경기에선 도루(타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자가 누를 훔치는 것), 출루(누에 나가는 것), 만루(주자가 누에 꽉 찬 상태), 주루(다음 누로 달리는 것) 등 '루'가 들어간 말이 꽤 많습니다.
한편, 앞에 언급한 담배 10갑이 든 상자를 뜻하는 '보루'는 일본식 영어입니다. 담배 10갑을 포장한 종이인 보드지(board지, 판지)의 'board'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게 보루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쓰이며 사전에도 올랐는데요.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순화어인 '줄'이나 '포'를 권유하고 있습니다.
마무리 문제입니다. 다음 중 일본식 표현이 아닌 것은 무엇일까요?
1. '니스' 칠 좀 할까?
2. 글씨 연습 하려고 연필 한 '다스' 샀어.
3. 허리띠보다 '멜빵'이 편해.
4. 멸치 '다시' 국물로 요리하면 맛있지.
'니스'는 바니시(varnish)의 일본식 표현으로 국어사전에서는 '광칠'을 순화어로 제시합니다. '다스'는 영어 dozen[더즌]의 일본식 표현으로 우리말로는 '타'가 있고요. 멸치 등을 우려낸 국물을 뜻하는 '다시'는 일본어 出し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맛국물'이라는 단어를 권합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