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전날 증인 철회 도미노 왜? 국회의원의 증인 신청 활용법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 2015.10.07 15:26

[the300][2015 국감]마구잡이식 소환…'지역 민원' 또는 '길들이기'

2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부산시 국정감사에서 감사위원들이 자료를 열람하고 있다. 2015.10.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출석요구서 발송일인 1일까지 종합 국정감사 증인으로 모두 21명을 신청했다가 국감을 하루 앞둔 7일 증인 신청을 대폭 철회했다. 이날 철회된 증인은 모두 8명.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국감에 참석하지 못하는 증인까지 합하면 10명이다. 특히 대형 건설기업 CEO들은 국감장에서 면박받는 수모를 피하게 됐다.

7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국토위 증인 신청의 배경을 살펴본 결과 국정감사의 목적인 국정운영실태 파악과 국정에 대한 감시·비판과는 거리가 있었다. 오히려 지역 현안과 연계됐거나 '기업 길들이기'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 행정의 잘못을 따져묻는 귀중한 자리에 지엽적인 지역현안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총선을 불과 6개월 남짓 남겨두고 있어 지역주민의 눈도장을 받기위한 보여주기식 증인 신청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리한 증인 신청'이 종합감사 하루를 앞두고 철회 도미노로 이어지게 된 배경이다.

◇지역민원이라면…타 상임위 기관장도 증인 신청

함진규 새누리당 의원은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국토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불렀다. 지역구인 시흥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함 의원은 조 사장에게 시흥시 장현보금자리지구 내 고압선철탑 이전 문제를 집중 거론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철탑 이전 문제를 따져묻기에 조 사장이 적합한 증인인지는 의문이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진단에 포함된 한전의 사장이 철탑 이전에 대한 요구를 수용하기에 사안이 너무 작다. 게다가 한전이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관이다. 과도한 증인 출석 요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장의 국회 출석에 부담을 느낀 탓인지 한전 측은 함 의원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함 의원은 국토위에 조 사장의 증인 출석 철회를 요구한 상태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 통행료 관련해선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과 정성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의가 예고돼 있다. 대상은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홍완선 기금운영본부장이다.

이 구간은 서울 노원이 지역구인 이 의원과 경기도 파주가 지역구인 정 의원 지역구민이 자주 이용하는 도로다. 요금인하는 지역 주민들의 오랜 요구사항이다.

공단은 보건복지위원회 소관 상임위지만 운영사업자인 서울고속도로의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엮인다. 공단 이사장을 압박해 통행료 인하 약속을 받아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국민연금공단이 4년간 5500억원을 벌어들인 만큼 이 구간의 통행료가 과다하게 책정됐다는 논리에 수긍은 가지만 종합국감에서 질의할 내용인지는 고려 대상이다.

박덕흠 새누리당 의원이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와 전상헌 충청북도 경제자유구역청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것도 지역 현안과 얽혀있다.

항공정비(MRO)사업 육성지역으로 청주공항과 사천공항이 물망에 오르고 있는데 여기엔 각각 아시아나항공과 KAI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동반경쟁 중이다.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논리가 더해지면서 제2의 신공항 사태로 확대될 조짐이다.

충북 보은·옥천·영동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박 의원이 경쟁지역의 사업참여자의 대표를 증인으로 출석시킨 것은 다분히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하성용 대표는 경남 사천에서 열리는 항공우주엑스포 참석을 이유로 불출석하겠다고 통보했다.

MRO사업은 해외 기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분야를 국내에서 육성하겠다는 것이어서 정부의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변창흠 SH공사 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신문 요지는 마곡지구 관련이다. 마곡지구는 김 의원 지역구인 강서구 내에 있다.

시는 마곡지구에서 200여필지를 판매해 3조4000억원의 돈을 벌어들였고 여기서 발생한 이익 상당수를 부채감축비로 쓰고 있다. 김 의원은 마곡지구 택지개발에 따른 이익을 서울시가 아닌 지역에 재투자해야한다고 강조해왔다.

김 의원은 변 사장에게 발생수익 용도를 따져 묻는 한편 지역 재투자를 압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변 사장이 타이페이시 공공주택 포럼 기조연설 관계로 국감에 불출석하게 되면서 김 의원의 계획은 어그러졌다.

때문에 김 의원은 앞서 열린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박 시장에게 화살을 돌렸다. 그는 6일 "서울시의 부채감축은 박 시장의 행정력 때문이 아니라 마곡지구 토지분양으로 벌어들인 수익 때문"이라며 "마곡지구에 공원 개발의 의지가 있느냐"고 박 시장을 몰아세웠다.

◇건설 CEO 압박용 증인신청했다 줄줄이 취소

6일까지도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건설기업 CEO는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 임병용 GS건설 사장, 최광철 SK건설 사장, 이중근 부영 회장,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 등이다. 4대강 사업 이후 대형사 CEO가 대거 증인 출석할 예정이어서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증인 출석 하루를 앞둔 7일 대부분 취하 대상에 포함됐다.


현대·대우·GS·SK 4개사 사장을 증인으로 요구한 이는 김상희 새정치연합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이들에게 뉴타운 등 정비사업 해제 관련 질의를 한다는 계획이었다. 부천 원미갑 김경협 새정치연합 의원도 박 사장과 임 사장을 각각 증인으로 신청했었다.

건설기업 CEO의 줄소환의 배경에는 뉴타운 등 정비사업 해제로 인한 매몰비용 부담 문제가 얽혀있다. 부천 일대 뉴타운 사업이 해제되면서 재개발을 추진해온 건설기업은 사업무산에 따른 매몰비용을 조합에 청구해왔다.

부천시에 따르면 이날 기준 부천 뉴타운사업인 소사·원미·고강지구 29개 구역 전부와 일반 재개발 50개 구역 중 13개 구역이 해제된 상태다. 이들 상당수가 크고 작은 송사에 휘말렸다는 게 부천시 관계자의 말이다.

두 의원 지역구에 부천 소사·원미 뉴타운이 포함돼 있다. 지역구내 사업을 진행했던 건설기업의 대표들을 부른 배경이다. 두 의원은 그동안 국감을 통해 지역주민인 조합을 상대로 대형 건설기업의 소송을 문제삼았다.

CEO들의 입장은 난처하다. 기업 이윤이 걸려있는 만큼 배임죄를 피하려면 어쩔수없이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의 정비사업 해제에 따른 인센티브가 있긴 하지만 소송이 보다 실익이 있다는 판단이다.

증인 철회 조건으로 두 의원은 자신들이 낸 법인세 지원 법안이 통과될 경우 소송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확약서를 받아냈다.

반면 지역 현안과 무관하게 기업들의 운영 비리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건설기업 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의원도 있었지만 결국 모두 증인에서 빠졌다.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 정성호 의원은 공공주택용지를 분양받기위해 자회사를 늘려 입찰 확률을 높이는 편법분양을, 박영식 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전주 완산갑 김윤덕 새정치연합 의원은 대표 건설기업이면서 비리 적발 건수가 많다는 대표성을 고려해 '건설업계 부조리' 문제를 추궁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 의원은 정 회장의 증인 출석을 철회했고, 김 의원은 박 사장 대신 임원의 증인 출석을 수용하기로 했다.

경북 고령·성주·칠곡의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도 이중근 부영 회장을 증인으로 불렀다가 철회하게 됐다. 민간 임대사업자인 부영의 공급 임대아파트가 LH나 SH 등 공공임대아파트에 비해 높은 임대보증금과 분양가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예정이었으나 국토부 고시에 따른 표준원가를 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신청을 취소했다.

환경부가 24일 배출가스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폭스바겐 차량의 조사를 위해 평택항 입고 차량에 대한 봉인조치를 실시했다. 이는 평택항 입고후 사후 조작을 하지 못하도록 봉인한 뒤 배출가스 검출 여부를 정밀 조사하기 위한 조치다. 폭스바겐은 미국에서 배출가스 조작으로 리콜명령을 받았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시내의 한 폭스바겐 서비스센터. 2015.9.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파란눈 독일차 CEO도 줄줄이…'업계 길들이기' 논란

한숨을 돌린 건설업계와 달리 수입자동차업계는 요즘 긴장상태다. 8일 국감에서 CEO가 줄줄이 들어가야 하는 처지여서다. 국토위는 토마스 쿨 폭스바겐코리아 사장과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을 증인으로 합의한 데 이어,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대표와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장을 추가 증인으로 확정했다.

독일 브랜드 4사 국내 사장단을 모두 증인 신청한 의원은 이윤석 새정치연합 의원이다. 김효준 사장에 대해서만 변재일 새정치연합 의원이 대체부품 관련해 질의가 추가돼있다. 이 의원 측은 수입차의 부속품 가격과 수리비가 과다하게 책정되고 연비조작 의혹에 대해 답변을 듣기 위해 증인으로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이윤석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국감에서 수입차 3사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부품값과 수리비 과다 청구에 대한 질의를 했고, 대표들은 이를 개선하겠다고 답변했지만 여전히 나아진게 없다"며 "국감 기간 도중 폭스바겐그룹의 디젤차량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 터져 수입차의 국내 서비스 전체를 살펴볼 필요가 있어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수입차업체의 '길들이기' 차원이라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만약 특정 사안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 대표 기업을 증인으로 부르고, 감독기관과 정책기관을 불러 제도정비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상식적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업계 CEO를 모두 부르는 것이 국정 전반을 살피고 개선하는 국정감사의 취지와 맞느냐는 지적이다.

소수의 국회의원이 다수의 증인들을 상대로 제한된 시간 내에 얼마나 심도있은 답변을 끌어낼 지도 미지수다. 의원당 주어진 증인 심문 시간은 고작 3~4분이다. 이 의원 측은 본질의나 추가질의 시간을 아껴 증인 심문 시간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이지만 한계는 여전하다.

게다가 4사 중 3사의 CEO는 모두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이다. 통역시간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1분 남짓의 발언기회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한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마구잡이식 증인 요청이 이어지면서 국감의 본질이 왜곡되고 있다"며 "눈앞의 표만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보고 국감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300만원 든 지갑 돌려준 노숙자, 돈벼락 맞았다…"수천만원 돈쭐"
  2. 2 [단독]허웅 전 여친, 이선균 공갈사건 피고인과 같은 업소 출신
  3. 3 '합의 거절' 손웅정 "손흥민 이미지 값이라며 수억 요구…돈 아깝냐더라"
  4. 4 "물 찼다" 이 말 끝으로…제주 간다던 초5, 완도에서 맞은 비극[뉴스속오늘]
  5. 5 "허웅이 낙태 강요…두 번째 임신은 강제적 성관계 때문" 전 여친 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