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와 "개", 소리로 구분할 수 있나요?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 2015.05.05 10:04

[우리말 밭다리걸기] 40. 'ㆍ'에 이어 사라질지 모르는 모음 'ㅐ'

"뭐, 네가 개를 먹어?"
"아니, 내가 게를 먹었다고."
"아~ 가이가 아니고 거이."

이런 대화 하신 적 있으시죠? 물론 좀 더 현실적으로 고친다면 첫 문장의 '네가'는 '니가(사전상으로는 경상도 사투리)'라고 해야겠지요. 현실에선 '내가'와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니가'를 쓰곤 하니까요.(발음은 비슷한데 뜻이 정반대이니 이는 대중의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보입니다. 만약 영어에서도 'and([앤드], 그리고)'의 반대말이 'end([엔드], 끝)'였다면 꽤 혼란스러웠을 겁니다.)

그런데, 현대 한국인들은 'ㅐ' 소리와 'ㅔ' 소리를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을 넘어 잘 구분 못한다고 합니다. 단지 듣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발음할 때도 'ㅐ' 소리를 잘 내지 않는다는데요. '개'나 '게'나 모두 '게'로 발음한다는 말입니다. 이렇다 보니 'ㅐ'가 애초 훈민정음에 있던 아래아(ㆍ)에 이어 사라지는 모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물론 우리말을 쓰는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ㅐ'를 완전히 버릴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만약 이것이 현실이 되면 어떻게 될까요?

유재석 씨는 유제석 씨와 동명이인이 됩니다. 게맛살은 무슨 맛일지 헷갈리게 됩니다. '제발, 병이 제발(재발)하지 않게 해 주세요'와 같은 문장도 나올 수 있습니다. 'ㅐ'가 들어간 말이 워낙 많은데다가, '하다→해'나 '아이→애'처럼 'ㅏ'를 근거로 'ㅐ'가 된 말도 많기 때문에 현실적인 부작용이 클 겁니다.

'ㅐ'를 표기용으로만 남겨둘 수도 있겠지만 정상적인 방법은 아닙니다. 사실 어린 층을 중심으로 '현재'를 '현제(×)'로 쓴다거나 '동네'를 '동내(×)'로 쓰는 것, 그리고 '되/돼'를 구분 못하는 것 등 여러 문제는 'ㅐ' 발음이 약해진 것과 관계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론은 '제대로 발음하기'인데요. 'ㅔ'와 'ㅐ' 소리 내는 법 배운 기억 있으신가요?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인의 경우 그들의 언어 특성상 우리말의 'ㅓ'와 'ㅗ', 'ㅜ'와 'ㅡ' 구분이 어렵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 안 쓰던 발음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데요. 우리도 'ㅐ'와 'ㅔ' 발음을 구분해 쓰지 않는다면 사라진 'ㆍ'처럼 되살리기 어려울지 모릅니다.

그러면 어떻게 발음을 해야 할까요? 음성학적인 설명은 복잡하니 단순하게 설명하겠습니다. 'ㅓ'를 발음하듯이 입을 벌린 뒤 옆으로 좀 더 벌려 'ㅔ'를 발음하고, 'ㅏ'의 입모양에서 옆으로 좀 더 입을 벌려 'ㅐ'를 발음하는 겁니다. 'ㅐ'의 입모양이 더 큽니다.

다음을 한번 발음해 볼까요?

'애'들이 '에'버○드에 가자고 해서, '해' 뜨기 전부터 '헤'매는 중이야.

오늘의 문제입니다. 현재 한글 자음과 모음은 '넓게 봐서' 모두 몇 개일까요?
도움말을 쓰자면 이번 주 '밭다리걸기' 횟수와 관련 있습니다. 즐거운 어린이날 되세요.

정답은 40개.
기본자음 - ㄱ,ㄴ,ㄷ,ㄹ,ㅁ,ㅂ,ㅅ,ㅇ,ㅈ,ㅊ,ㅋ,ㅌ,ㅍ,ㅎ (14개)
된소리  - ㄲ,ㄸ,ㅃ,ㅆ,ㅉ (5개)
단모음  - ㅏ ㅐ ㅓ ㅔ ㅗ ㅚ ㅜ ㅟ ㅡ ㅣ (10개)
이중모음 - ㅑ ㅒ ㅕ ㅖ ㅘ ㅙ ㅛ ㅝ ㅞ ㅠ ㅢ (11개)

※ 'ㅐ'와 'ㅔ' 발음법을 영상으로 보시려면 국립국어원 바른소리나
(☞ http://www.korean.go.kr/hangeul/cpron/02_vowels/03_comp_01.htm),
EBS에서 제작한 동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SfHMvJKasAk)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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