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티슈'도 '곽티슈'도 아닌 '갑 티슈'라고?

머니투데이 나윤정 기자 2015.04.2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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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밭다리걸기]39. 각, 곽, 갑

얼마 전 오랜만에 백화점에 들렀는데요. 조만간 시작되는 ‘황금연휴’ 때문일까요. 아직 봄임에도 의류매장은 시원한 해변 배경에 샌들, 반바지·반팔 등 벌써 ‘여름’입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들리는 익숙한 멘트. “고객님~저희 멤버십 카드 만들면 사은품 드려요.” 생필품 사은품을 보니 이 ‘아줌마 마음’ 또다시 흔들립니다. ‘어차피 자주 올 텐데 하나 만들면 포인트도 쌓이고 좋지 뭐. 보자~ 필요한 게 뭐가 있나.’ 생각을 정리한 후 결론은 ‘각티슈’. 집에 돌아와 다 써버린 각티슈 상자를 버리려는데 어? 여기엔 ‘곽티슈’라고 적혀 있네요. 각티슈? 곽티슈? 뭐가 맞는 말일까요?

/사진=한 백화점에서 멤버십카드 신규회원이 되면 ‘각티슈’를 사은품으로 준다고 적힌 입간판(왼쪽). ‘곽티슈’로 표기된 한 휴지상자. /사진=한 백화점에서 멤버십카드 신규회원이 되면 ‘각티슈’를 사은품으로 준다고 적힌 입간판(왼쪽). ‘곽티슈’로 표기된 한 휴지상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각’(角)은 ‘면과 면이 만나 이루어지는 모서리’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각’은 단순히 모서리를 가리킬 뿐이지 티슈가 담긴 용기를 부르는 말은 아니네요. ‘그럼 곽이 맞겠지?’ 생각하며 사전을 찾았더니 ‘갑’(匣)으로 고쳐 쓰라는 표시가 나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어 규정-표준어 사정 원칙’ 제22항에는 “고유어 계열의 단어가 생명력을 잃고 그에 대응되는 한자어 계열의 단어가 널리 쓰이면, 한자어 계열의 단어를 표준어로 삼는다”라는 조항이 있는데요. 즉, ‘갑’(물건을 담는 작은 상자)의 의미를 가진 고유어 ‘곽’의 쓰임 빈도가 한자어 '갑'보다 현저히 낮았기 때문에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갑'을 표준어로 삼았다는 결론입니다. 따라서 정답은 ‘각티슈’ ‘곽티슈’도 아닌 ‘갑티슈’입니다. 마찬가지로 ‘우유곽, 성냥곽’은 ‘우유갑, 성냥갑’으로 쓰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고유어인 ‘곽’을 버릴 정도로 한자어 ‘갑’이 많이 쓰였나 문득 궁금해지는데요. 담배 때문에 그럴까요? “담배 한갑 주세요”라고 말하니까요. 더구나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갑티슈’는 한 단어가 아닙니다. 따라서 ‘갑 티슈’로 띄어 써야 맞습니다. 여기에 티슈라는 말 대신 ‘화장지’로 순화해 쓸 것도 권고하고 있습니다.



‘갑’과 ‘곽’의 사용에 대해 이견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섞어 써도 뜻만 통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 한 단어처럼 말하는데 왜 붙여 쓰면 안되냐는 불만도 있고요. 하지만 지금은 옳다고 당연시하는 말들도 처음엔 어색하게 느껴졌을 겁니다.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죠. 그리고 그 약속은 지켜질 때만 의미가 있겠죠?

오늘의 문제입니다. 다음 중 순우리말은 무엇일까요?
① 도대체
② 심지어
③ 어차피
④ 마침내

'각티슈'도 '곽티슈'도 아닌 '갑 티슈'라고?

정답은 ④ '마침내'입니다. 도대체(都大體), 심지어(甚至於), 어차피(於此彼)는 모두 한자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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