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듣기엔 알쏭달쏭한 이 말은 동덕여고 공유경제단끼리 하는 '인사'다. 처음엔 경제·경영 동아리로 시작했다 기왕이면 함께 쓰는 가치를 배워보자며 시작한지 만 2년째. 초창기만 해도 공유경제가 뭐냐며 갸우뚱하던 아이들은 그새 많이 변했다.
"급식 남는게 많은데 같이 먹을 수 없을까요?" "선생님이 반마다 알려주시는게 조금씩 다른데 필기도 공유하고 싶어요." 틈만 나면 '공유'할 것이 없을지 찾는 아이들의 말이다. 몇 장 풀고 말던 참고서, 비올 때마다 샀던 우산, 매번 잃어버렸던 슬리퍼 등은 이미 공유하는 게 생활화 된지 오래다.
'내 것'이란 소유 개념만 있던 동덕여고 학생들에게 처음 '공유'의 재미를 알려준 이가 경제와 사회문화를 가르치는 정혜정(여·35) 선생님이다. 지하철에서 우연히 서울시의 '공유경제' 광고를 본 정 씨는 아이들에게도 가르쳐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 씨는 "책상에서 공부만 할 게 아니라 공유경제를 배우며 사회 문제를 인식하고 스스로 해결하게 해보자는 취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공유경제단'이란 이름으로 시작해 모인 학생들이 총 24명. 공유경제의 정의부터 시도하는 사례 하나하나 모두 정 씨와 학생들이 스스로 정해나가기로 했다. 부족한 게 있을 때마다 정 씨는 서울시와 공유기업 등에 무작정 연락해 지원해 달라 요청했다. 학생들의 열정이 부족하다며 꾸지람을 하기도 했다.
초기 비용을 모아 우산과 슬리퍼, 교복리본을 산 공유경제단은 이를 학생들과 함께 쓰기로 했다. 상징적인 의미로 대여료와 연체료 300원만 받았다. 학생들은 큰 호응을 보이며 공유에 기꺼이 참여했다. 일상용품의 부재를 해결하며 용돈도 아낄 수 있게 됐다. 빌린 후 다시 반납할 때는 자신의 물품도 기부해 물량이 5배 이상 늘었다.
좀 더 다양한 물품을 공유하고자 했던 학생들은 공유기업 '프리윌'과 협력해 공유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가장 많이 내놓는 물품이 '참고서'다. 기존에는 대다수 학생들이 학기 또는 학년이 지날 때마다 많이 안 쓴 참고서라도 그냥 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공유커뮤니티가 생기며 버려져왔던 참고서들이 필요한 학생에게 쓰이는 선순환이 시작됐다. 호응도 좋아 500명이 넘는 학생들이 200건에 가까운 물품을 공유 중이다.
정 씨는 "학교 미화원 할머니가 쓰시는 커피포트가 고장난 걸 본 학생들이 안타까워하며 공유커뮤니티에 올려 다른 학생의 커피포트를 받는 걸 보고 감동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공유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함께 문제를 해결코자 하는 것'이라고 정 씨는 설명했다. 정 씨는 "급식잔반을 남기던 학생들이 '남은 잔반도 공유하고 싶다'는 얘기를 한다"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공동체의식을 갖게 된 것도 '공유'의 좋은 교육 중 하나다. 공유경제단의 학생들은 다른 반과 필기를 공유하고 싶다거나 고3이 공부하기 위해 필요한 2G폰 등을 공유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쏟아낸다. 필기를 가리고 안 보여준다는 여느 여고 교실과는 조금은 다른 풍경이다.
올해부터는 학생들이 안 쓰는 교복도 공유할 예정이다. 정 씨는 "작아져서 안 맞거나 졸업하고 버리는 교복을 모으는 파티를 열어볼 생각"이라며 "더 재밌고 즐겁게 만들어 많은 학생들이 공유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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