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신고 했다가 10년동안 혼자 밥 먹었다"

머니투데이 황보람 기자 | 2014.10.16 05:53

[the300-보호받지 못하는 '제보자'①]직장잃고 동료잃어…제보자 '왕따' 당하는 사회

영화 '제보자' 포스터.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을 다룬 영화 '제보자'의 실제 모델은 류영준 강원대 의대 교수다. 황 박사의 연구윤리 위반 등 혐의가 확인된 뒤 류 교수는 사회로 복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보자들은 류 교수처럼 당당하게 사회로 돌아오지 못한다. 어렵사리 진실을 증명해 생업 현장에 복귀한다고 해도 '배신자'라는 꼬리표는 떼어지지 않는다.

"나름대로 각오했지만 확인한 점은 공익제보가 손해를 본다는 사실 뿐이었습니다. 대부분은 파면 당하죠. 복직해도 10년 동안 아무도 식사를 같이 할 사람이 없을 정도예요. 공익제보 이후 감사는 축소·은폐되고 공익제보자 보호는 전혀 없어요."

홍진희씨가 '사학을 바로세우려는 시민모임'(사바모)을 만든 것도 그 때문이었다. 홍씨가 영훈국제중학교 입시 비리를 제보한 댓가는 딸에게로 향했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딸은 자신을 예뻐하던 선생님에게 "멍청한 계집애"라는 눈총을 받아야 했고 결국 전학을 택했다.

홍씨는 검찰 제보 단계부터 철저한 신분 보호를 요청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고 전했다. 수사 조서에서부터 홍씨의 실명은 고스란히 노출됐다. 수사 접견권·열람권을 가진 학교 측 변호인은 홍씨가 내부고발자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학교에 알렸다.

법원도 홍씨를 지켜주지 못했다. 판사는 재판을 비공개로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비공개 대상은 일반 방청객과 언론뿐이었다. 학교 측 관계자들은 법정에서 홍씨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는 "수사 단계나 법정에서 공익제보자를 보호를 어떻게 하라는 메뉴얼이 전혀 없는 것 같다"며 "법정에서 그냥 얼굴이 다 드러났고 신분이 누구고 학교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물었다"고 말했다.

개인 사업자인 홍씨의 경우는 그나마 피해정도가 낮은 편이다. 민간기업이나 학교 등 조직에 소속된 경우 공익제보는 곧 '밥벌이의 종말'을 의미한다.

법에서는 공익제보자를 해고할 수 없도록 했지만 그 판단을 내리기까지 제보자가 보호받을 수단은 없다. 또 제보가 사실이 아닐 경우 명예훼손 등 역고발은 제보자 혼자 감당해야 한다.

제보자들은 현실적으로 완벽한 신변 보호가 어렵다면 사후 대책에 힘써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공익제보를 할 경우 '혜택'이 따르는 환경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한범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은 "공익신고자를 공공기관에서 우선 채용하는 등 규정을 둬서 해고나 보복을 당하더라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사바모 관계자도 "공익신고를 해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우리 사회가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
  2. 2 "390만 가구, 평균 109만원 줍니다"…자녀장려금 신청하세요
  3. 3 "욕하고 때리고, 다른 여자까지…" 프로야구 선수 폭로글 또 터졌다
  4. 4 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
  5. 5 "6000만원 부족해서 못 가" 한소희, 프랑스 미대 준비는 맞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