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이상한 위탁운용사 선정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4.10.15 09:06

선정평가서 운용성과 배점 낮고 면접심사도 줄여…3대 연금 중 수익률 꼴찌

국민연금이 기금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운용사의 수익률을 반영하는 비중이 낮아 운용성과 변별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의 운용수익률이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성을 활용해 운용성과를 높이겠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위탁운용사 선정 평가(대형주형 기준)는 1차 서류평가와 2차 면접평가가 각각 50점씩 같은 비중으로 이뤄진다. 운용성과에 대한 배점은 최종 선정 운용사의 2배수를 걸러내는 1차 심사에서 전체 50점 중 18점에 그친다. 운용성과는 기준수익률(벤치마크) 대비 초과수익률과 위험조정수익률이 각각 11점, 7점으로 평가된다.

국내 3대 연금 가운데 사학연금의 경우 1차 서류평가와 2차 면접평가에서 운용수익률(20점)과 위험대비성과(15점) 등 운용성과를 35점으로 평가한다. 국민연금의 2배 수준이다. 공무원연금도 1차 서류평가와 2차 면접평가에서 운용수익률과 위험조정성과 배점이 각각 15점, 20점으로 운용성과 평가 비중이 사학연금과 같다.

국민연금은 2011년 감사원 감사에서 주관적인 기준이 개입될 수 있는 면접심사 배점을 낮추라는 지적을 받은 뒤부터 평가 항목을 정량화하는데 치중했지만 정작 중요한 운용수익률 비중은 다른 연기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가져가고 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문성이나 운용성과는 사실 서류평가보다 면접을 통해 더 잘 확인할 수 있는데 면접심사 비중을 줄이고 평가를 객관화한다면서 정작 운용수익률보다 점수화하기 어려운 사항을 정량화한 것"이라며 "이 결과 다른 연기금에서는 평가하지도 않는 리서치 체계나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1, 2차 심사에서 중복 심사하고 운용기간 같은 지엽적인 부분까지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수익률이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3대 연금 중 가장 뒤처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올 들어 지난 7월말까지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은 4.2%로 사학연금(4.68%), 공무원연금(4.5%) 등 3대 연금 가운데 꼴찌다. 특히 국내주식 운용수익률이 3.7%로 공무원연금(4.3%)에 크게 못 미친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위탁기금을 따내려는 운용사간 경쟁이 치열하다. 국민연금이 외부에 위탁하는 자산은 국내 투자자산만 올 6월말 기준으로 주식 운용자금 86조9000억원 가운데 43조3000억원(49.8%), 채권 운용자금 245조6000억원 가운데 26조5000억원(10.8%), 대체투자자금 20조8000억원 가운데 15조1000억원(72.6%)이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나눠주기식 운용사 선정이 반복되고 있다"며 "위탁운용의 취지를 살리려면 운용성과와 전문성에 초점을 맞춘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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