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삼성SDS 청약 좀 밀어줘요"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4.11.0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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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톡톡] 부모, 형제 등 가족 총동원

편집자주 자본시장과 투자은행(IB) 세계의 뒷얘기를 수다 떨듯 친근하게 전해드립니다.

"엄마, 삼성SDS 청약 좀 밀어줘요"


삼성SDS 김모 부장은 우리사주조합 청약으로 110주를 받았습니다. 통상 근속 20년 안팎의 부장 직급은 100주 정도를 배정받는데 일부 직원들이 청약을 포기하면서 발생한 실권주를 추가 청약해 10주 정도를 더 따냈습니다.

사내 커플인 김 부장의 아내가 받은 주식까지 합하면 이들 부부가 확보한 주식은 총 200주입니다. 지난 5일 우리사주조합 주식 납입일에 들어간 돈은 3800만원. 김 부장은 가족들에게 손을 벌려 대금을 치렀습니다.



당초 김 부장 부부는 우리사주조합 주식을 청약할 생각이 없었다고 합니다. 올초 집을 사면서 통장 잔고가 바닥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 부장 부부가 청약을 포기하겠다는 얘기에 가족들이 앞다퉈 '숟가락'을 얹자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처음 김 부장에게 손을 내민 것은 김 부장의 친형이었습니다. 돈을 대줄테니 수익을 절반씩 나눠갖자고 제안한 것이죠. 나중에는 김 부장의 누이와 조카, 처남까지 펀딩을 제안했습니다.



김 부장 부부는 고민하기 시작했고 결국 부모님을 설득해 빌린 종잣돈과 형제들의 지원금을 받아 투자를 강행했습니다.

삼성SDS 직원들 중에선 이번 우리사주조합 청약에서 이렇게 '가족펀드'를 동원한 이들이 적잖았다고 합니다. 특히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사원, 대리급 직원들은 가족들로부터 투자금을 받은 경우가 상당하다고 합니다.

한 기업의 IPO(기업공개) 과정에서 우리사주조합 주식 청약에 온가족이 동원된 사례는 좀처럼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만큼 삼성SDS의 IPO에 쏠린 관심이 컸다는 얘기겠죠.


삼성SDS의 실적과 미래가치를 감안했을 때 최근 37만원대까지 오른 장외주가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상장 후 주가가 20만원대만 유지해도 공모가 19만원으로 주식을 취득한 투자자들의 수익은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취득한 주식의 보호예수기간은 1년입니다. 1년 뒤 김 부장 부부는 웃을 수 있을까요. 김 부장 부부가 적어도 이번 투자 결정을 후회하게 되는 일은 없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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