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씀이 큰 40대 10년내 10% 감소…소비경제 '허리' 흔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4.10.15 09:10

[2020 인구절벽-사람들이 사라진다]<2>돈 쓸 사람 줄어든다

'핵심소비인구' 지난해 정점 찍고 하락세로
길어지는 수명 '상대적 소비'도 움츠러들듯
전문가 "생산감소→실업률 상승 악순환 우려"

#지난 2월 롯데백화점 전략회의실에서 때아닌 세대 논쟁이 벌어졌다. 주제는 회원제 서비스 '영멤버스'의 도입 여부. 19~35세의 젊은 회원이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기존 롯데멤버스 회원보다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수차례 타당성 검토를 거친 끝에 롯데백화점은 지난 4월 영멤버스 서비스를 출시했다.

#지난 여름 제일모직에서도 비슷한 회의가 진행됐다. 남성복 브랜드 '갤럭시'의 백화점 매장 구성이 주제였다. 회의 결과 비교적 저가에 선보이던 기획상품을 줄이고 이탈리아 수입원단으로 만든 고급제품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이 채택됐다. '갤럭시'는 지난 8월 신세계백화점 본점 매장, 9월 롯데백화점 잠실점 매장의 인테리어와 상품 구성을 이 방안에 맞춰 완전히 뜯어고쳤다.

최근 소비시장이 직면한 인구전쟁의 한 단면이다. 늘어나는 인구에 맞춰 생산량을 키우기만 하면 됐던 기업들이 달라지는 인구 구성에 맞춰 마케팅 전략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와 민간단체에서 연이어 나온 몇 장의 인구추계 보고서가 출발점이 됐다. 보고서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2030년 5216만명으로 정점을 찍는 한국 인구는 2045년 5000만명 아래로 떨어지고 2060년 불과 4395만명까지 줄어든다. 연령대별로 20~30대의 인구는 이미 줄어들기 시작했고 2060년이면 현재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현재 700만명 수준에서 2060년 25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60%에 육박한다."

한마디로 '인구의 역습'이다. 기대수명이 늘면서 전체인구는 생각보다 서서히 줄지만 출산율 저하가 지속되면서 생산과 소비의 핵심 연령대인 19~64세 인구가 급감한다는 점에서 '인구절벽'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아우성이 터져나온 곳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한 공장이 먼저였지만 시장이 느끼는 사태의 심각성도 못지않게 크다. 무엇보다 반세기 동안 주력 소비층이었던 20~30대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30대의 매출 비중은 2009년 1~9월 31%에서 올 1~9월 27%로 떨어졌다. 20대 고객의 매출 비중도 같은 기간 16%에서 10%로 하락했다.

사실 이런 상황은 몇 년 전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10년 넘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운데 꼴찌를 맴돌고 있다. 일할 사람이 없는 시대를 맞은 한국사회가 다음으로 당면할 문제는 돈 쓸 사람이 없는 시대였던 셈이다.


통계청의 인구추계에 따르면 20대 인구는 2011년 691만명에서 올해 677만명으로, 30대는 808만명에서 777만명으로 줄어든다. 20~30대가 2011년 수준의 소비 규모를 유지한다고 해도 3% 이상의 소비 규모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40대 인구마저 올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선다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 40대는 전 생애에서 소비여력이 가장 큰 시점이다. 인구학에서는 40대 인구 감소를 생산과 함께 경제의 양대 주축 중 하나인 소비가 줄어드는 결정적인 신호로 본다.

미국의 경제전망 전문가 해리 덴트는 2011년 발간한 저서 '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The Great Crash Ahead)'에서 "한 사람의 일생 중 40대 후반에서 가장 많은 소비지출이 이뤄지고 결국 소비지출의 증가는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은 40대 인구가 지난해 853만명을 정점으로 꺾이기 시작해 2021년 800만명 선 아래로 내려가고 2023년 778만명 수준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예측이 현실화된다면 10년 안에 40대 인구가 10% 가까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소비시장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문제는 젊은 층의 감소와 동시에 진행되는 빠른 고령화다. 2013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1990년 전체의 5.1%에서 2000년 7.2%(고령화사회), 2013년 12.2%로 늘었다. 이런 추세가 유지된다면 2018년에는 14.3%, 2026년에는 20.8%로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은 "인구감소로 소비의 절대규모가 줄어드는 데 이어 수명이 길어지면서 현재의 부를 저축 등을 통해 미래로 이연시키려는 경향까지 증가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상대적인 소비마저 감소하게 된다"고 말했다.

소비인구 감소에 따른 경고음은 이미 현실화됐다. 2013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1년 신규 창업한 자영업이 99만4000개, 폐업한 자영업이 84만5000개로 나타났다. 폐업률이 85%다. 1년에 10명이 창업하면 9명 가까이 폐업한다는 의미다. 일본이 최근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나선 것도 인구 감소에 따른 자국내 소비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해리 덴트는 "대규모 인구집단 소비가 정점을 지나고 씀씀이가 줄어들면 경제는 서서히 하강한다"며 "수요부족으로 물가가 떨어지고 생산이 감소하며 실업률은 상승하고 이는 다시 수요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통해 디플레이션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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