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에게 기회를?" 깨진 독립구단의 꿈과 맞춤법

머니투데이 나윤정 기자 | 2014.09.16 15:32

[우리말 밭다리걸기]7. '~에'와 '~에게'

'열정에게 기회를.'

야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최근(9월11일) 해체를 선언한 국내 야구 최초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슬로건입니다. 슬로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프로구단의 부름을 받지 못한 '실패한 인생들'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를 마련해준다는 취지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응원을 보냈지요. '야신'(야구의 신) 김성근 감독의 혹독한 조련을 받으며 실제 23명의 선수가 프로팀에 입단하는 기적도 일궈냈습니다. 하지만 구단이 해체되면서 결국 '열정에게 기회를'로 대변되는 고양 원더스의 꿈도 멈춰서게 됐습니다.

/사진=고양 원더스 홈페이지 화면 일부
서설이 조금 길어진 것 같은데요. 야구광인 초등생 2학년 아들녀석과 함께 조간신문에 실린 소식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어내려가면서 순간 직업병이 도지고 말았습니다. '열정에게 기회를'이라는 슬로건이 눈에 거슬린 것이지요.

어떤 행동이 미치는 대상을 나타낼 때 '에게'나 '에'를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쓰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어떻게 구분할까요. 이는 유정(有情)명사와 무정(無情)명사를 구분하면 간단한데요. 명사는 감정의 유무에 따라 유정명사와 무정명사로 나뉩니다.

유정명사는 말 그대로 감정을 지닌 명사, 감정을 나타낼 수 있는 대상입니다.

엄마, 아들, 강아지 등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나 동물을 가리키는 명사입니다.

반면 무정명사는 감정이 없고 자신의 감정을 나타낼 수 없는 명사를 가리킵니다. 저녁, 동화책, 나무, 정부, 업체 등 유정명사를 제외한 모든 명사를 가리킵니다. 가끔 식물은 유정명사가 아니냐고 하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무정명사로 분류됩니다.

유정명사와 무정명사를 구분하셨다면 '에게'와 '에'의 구별도 간단해집니다.

'~에게'는 유정명사,

'~에'는 무정명사 뒤에 쓸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기억해두면 좋은 것은 유정명사 다음에 '에게'가 붙은 자리에는 언제나 '한테'를 대체해 쓸 수 있지만 무정명사 뒤에는 '에'만 쓰일 수 있답니다.

자~그렇다면 '열정에게 기회를'이라는 슬로건은 열정이 무정명사이므로 '열정에 기회를'이라고 쓰는 게 맞춤법으론 맞습니다. 다만 이 경우는 열정을 의인화한 것으로 '열정이 있는 사람에게 기회를'이라는 의미로 이해되므로 꼭 틀렸다고 볼 수만도 없을 것 같네요.

다시 고양 원더스 이야기로 돌아가볼까요. 이제 패자들이 그려내는 작은 신화를 지켜보는 설렘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소중하게 품어온 열정마저 송두리째 사라진 것은 아닐 겁니다. 그들이 다시 한번 일어설 수 있도록 마음속으로 외쳐봅니다.
'열정에 박수를!'

오늘의 문제~ 나갑니다. 다음 중 맞춤법에 맞게 쓰인 문장은?
⑴ 세상에게 도전하라
⑵ 꽃한테 물을 주었다
⑶ 나라에 요구했다
⑷ 기업에게 묻고 싶다

정답은☞ 세상, 꽃, 기업은 모두 무정명사이므로 '세상에 도전하라' '꽃에 물을 주었다' '기업에 묻고 싶다'로 써야 합니다. 정답은 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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