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수사 책임' 최재경 인천지검장 사임…"국민께 송구"(종합3보)

머니투데이 황재하 기자 | 2014.07.24 18:26
24일 오후 퇴임한 최재경 인천지검 검사장 / 사진=뉴스1

최재경 인천지검장이 숨진 채 발견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수사 전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그는 전날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구두로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24일 오후 인천지검에서 퇴임식을 갖고 검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 지검장은 퇴임식에서 "유 전회장을 체포해 법정에 세워 사법적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에 100% 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사 과정에서 잘못된 일이 있었다면 오로지 지휘관인 제 책임이고, 그간의 적지 않은 성과는 오로지 수사팀 구성원들의 땀과 헌신 덕분"이라며 부하 직원들의 노력을 강조했다.

최 지검장이 사표를 제출한 것은 검찰이 유 전회장을 눈앞에 두고도 놓쳤다는 비판에 책임을 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인천지검은 세월호 사고 직후인 지난 4월20일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을 구성하고 유 전회장 일가와 측근들의 비리를 수사해 왔다. 지난 5월18일부터는 최 지검장과 김 차장검사를 포함한 부장급 이상 검사들이 매일 철야 작업을 벌이며 수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지난 21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때도 "추적의 끊을 놓지 않았다"며 유 전회장 검거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달 12일 순천의 한 매실 밭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 전회장의 시신임을 40일간 인지하지 못했다. 따라서 담당 검사 등이 유류품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수사력을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검은 직무태만 등을 점검하기 위해 순천으로 감찰팀을 파견했다.

검찰이 순천 별장 압수수색 당시 별장 통나무 벽 안에 숨어 있었던 유 전회장을 발견하지 못한 못했다는 비난 여론도 일었다.


유 전회장의 여비서 신모씨의 진술에 따르면 검찰이 지난 5월25일 전남 순천 송치재 '숲속의 추억' 별장을 압수수색하는 동안 유 전회장은 별장 내 비밀 장소에 숨어 있었다. 신씨의 진술대로라면 검찰은 2시간여 동안 압수수색한 건물 안에 유 전회장이 숨은 것도 모르는 채 신씨만 체포하고 돌아선 것이다.

최 지검장은 이날 퇴임식 전 검찰 내부 통신망에 '검찰을 떠나면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소감을 밝혔다.

그는 "좌고우면(左顧右眄, 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을 곁눈질함), 정치권이나 실세에 빌붙지 않고 나름대로 자존심과 품위를 지키는 꼿꼿한 검사가 되기를 소망하고 노력했지만, 타고난 자질이 못나고 수양도 부족해 결국 화호성구(畵虎成狗, 범을 그리려다 개를 그리는 데 머무름)에 그쳤음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최 지검장(사법연수원 17기)은 대검 중수1과장과 서울 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수사기획관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사법연수원 부원장, 전주지검장, 대구지검장을 거쳤으며, 지난해 12월부터 인천지검장을 맡아 유병언 일가 및 측근 비리 수사를 지휘해왔다.

한편 김 차장검사와 특별수사팀 부장들도 사표를 제출했으나 최 검사장은 사표를 반려하고 대균씨 검거에 만전을 기하도록 지시했다. 최 검사장은 "유 전회장의 장남 대균씨와 혁기씨 등 책임이 무거운 이들을 조속히 체포해 사법절차를 밟는 등 많은 일이 남아있다“며 "남아있는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 국민이 기대하는 바를 다하는 것이 오히려 공직자로서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겠나 생각하고 (사표를) 반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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