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사를 이끈, 혹은 세계미술계에서 여전히 맹활약 중인 53명의 위대한 예술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에서 열리는 '르누아르에서 데미안 허스트까지' 전시회다. 프랑스 파리에 본거지를 둔 오페라갤러리가 전세계 11개 지점에서 보유한 컬렉션 104점을 모아 전시회를 열었다.
모네, 르누아르 같은 19세기 말 프랑스 인상주의화가부터 입체파 창시자인 피카소, 야수파 마티스, 추상표현주의 윌렘 드 쿠닝을 비롯해 팝아트의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대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로댕의 조각, 이브 클라인과 데미안 허스트, 뱅크시 등 동시대 미술가들의 작품까지 시대별로 흐름을 따라 전시장을 꾸몄다.
걸음을 옮기며 샤갈의 '화가의 주변', 르누아르의 '풀밭의 두 여인'을 비롯해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까지 익숙한 화가들의 작품을 만날 때면 괜스레 반갑다. 특히 로댕은 끌어안고 있는 커플의 다양한 모습을 주제로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영원한 봄날' 조각과 같은 섬세하고 우아한 감정을 담은 연인들의 자세를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20세기 미술에 큰 족적을 남긴 화가를 꼽으라면 초현실주의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를 빼놓을 수 없다. 실험적 작품을 많이 남기며 명성을 얻은 달리의 머릿속은 대체 어떨까 궁금해지곤 한다. 무한한 자유로운 상상을 펼친 그는 화가로 알려졌지만 장신구와 영화, 조각, 무대디자인까지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작업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달리는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작품을 감상하던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는 곳에 걸린 것은 그림도 조각도 아닌 바로 달리가 점수를 매긴 '화가들의 성적표'였다. 기법, 영감, 구성, 독창성, 신비감 등 9개 분야로 나눠 점수를 줬는데 20점 만점에 19.9점을 받은 화가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로 유명한 베르메르다. 라파엘로, 다빈치와 같이 앞선 화가들에게 높은 점수를 준 반면 몬드리안에게는 구성 1점, 독창성 1.5점을 줘 평균 0.6점을 매겼다.
이밖에 르네마그리트의 조각·설치작품을 비롯해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과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미켈란젤로의 조각상을 인용한 이브 클라인의 '죽어가는 노예', 영국 작가 데미안 허스트와 줄리안 오피의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9월17일까지(오전 11시~저녁 8시). 입장권은 성인 1만3000원, 초·중·고생 1만원, 유아 8000원. 1899-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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