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낀 스프링클러·활짝 열린 방화문…소방시설 왜 있나?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최동수 기자 | 2014.06.02 06:03

["잊지 말자 4·16" - '안전이 복지다' <2부>"안전은 시스템이다">]<4-1>소방관들이 꼽은 화재취약시설 - 전통시장·대형쇼핑몰


- 좁은 골목·물건까지 쌓여 소방차 진입 어려워
- 샌드위치 패널·낡은 전선 뒤엉켜 곳곳이 위험
- 비상계단 방화문 개방상태…2차 피해 우려도


서울 강동구에 있는 한 시장 골목. 소방차량 진입은커녕 장비들이 들어가기도 비좁은 공간. 소방시설이 취약해 언제든지 화재가 일어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 사진=최동수 기자
"화재시설을 만들면 뭐하나요. 아무도 관심 없는데…."

서울에서 근무하는 소방관 A씨는 불만을 토로했다. 큰 불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가 있음에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다. 심지어 화재진압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걷어내는 데 시간을 대부분 쓴 경우도 있다.

비상계단을 자신들의 사적 창고로 사용하는 업주들이나 막아놓은 도로로 지름길을 버려두고 한참 돌아가야 하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됐다. 화재진압에 나서는 소방관들은 무엇보다 화재시설을 사적 편익을 위해 사용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어이없고 화가 난다고 말한다. 소방관들이 꼽아준 곳을 직접 찾아가 봤다.

지난 5월30일 오후 2시30분. 서울 강동구에 있는 한 시장 출입구는 장을 보러온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자칫 화재라도 발생한다면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음은 물론 대피로를 확보하기도 어려운 형편이었다.

시장 중앙 통로 옆 골목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길이 좁아 성인남성 2명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였다. 게다가 통로 양쪽으로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패널로 지은 구조물이 줄지어 있었다. 관할 소방서는 이곳을 통행곤란지역으로 지정, 특별관리하지만 화재가 발생하면 순식간에 타오를 만한 오래된 가구와 낡은 전선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


자양동에 있는 전통시장도 마찬가지였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초기 진압에 쓰는 소화기는 몇 년간 관리하지 않아 붉은색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먼지가 수북이 쌓였다. 천장에 달린 스프링쿨러에도 새까만 먼지가 잔뜩 끼어 가까이 다가가야 형태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 한 상인은 아예 스프링클러에 나무를 덧대 전등을 매달아놓기도 했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쇼핑몰에 설치된 비상용 방화문. 방화문은 현행법상 열어두면 안됨에도 활짝 열려 있다. / 사진=최동수 기자
대형쇼핑몰도 소방시설이 엉망이긴 마찬가지다. 이날 오후 4시쯤 찾은 강동구의 한 대형 쇼핑몰에선 지하 2층과 지상 3층에 각각 피난계단이 설치된 방화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방화문이란 불길과 연기가 층과 층 사이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된 시설을 말한다. 현행법상 방화문은 늘 닫혀 있어야 하고 열려 있다면 화재가 발생했을 때 자동으로 닫히는 구조로 제작돼야 한다.

방화문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지난달 26일 8명이 숨진 경기 고양종합시외버스터미널 사고가 잘 말해준다. 현장 소방관들은 이번 사고 때 방화문과 방화셔터가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인명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대형쇼핑몰 방화문에는 '화재시 사용되는 문으로 소방관계법령에 따라 항상 닫힌 상태로 유지돼야 합니다. 문을 열어 고정하면 과태료가 부과됩니다'라는 문구가 명확히 적혀 있다. 그럼에도 버젓이 문 아래에 상자나 나무를 고정한 채 문을 열어뒀다.

화재가 발생하면 불길과 유독가스가 비상구를 타고 다른 층까지 번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비상계단을 통해 탈출하던 사람들이 도리어 유독가스에 중독될 수도 있다.

서울의 한 일선 소방서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사람들이 모이는 영화관 같은 곳을 가면 방화문을 열어놓거나 자동으로 닫히는 장치를 제거해놓는다"며 "방화문을 방치하면 화재가 발생했을 때 큰 인명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번개탄 검색"…'선우은숙과 이혼' 유영재, 정신병원 긴급 입원
  2. 2 유영재 정신병원 입원에 선우은숙 '황당'…"법적 절차 그대로 진행"
  3. 3 법원장을 변호사로…조형기, 사체유기에도 '집행유예 감형' 비결
  4. 4 '개저씨' 취급 방시혁 덕에... 민희진 최소 700억 돈방석
  5. 5 "통장 사진 보내라 해서 보냈는데" 첫출근 전에 잘린 직원…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