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좋은' 벤처 3만개 시대...'돈맥경화'에 허우적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김성은 기자 | 2013.10.11 06:30
지난 2000년 벤처붐 이후 국내 벤처기업수가 급증세를 보이면서 '벤처 3만개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정작 벤처캐피탈(VC) 등 벤처투자기관이 투자한 벤처투자기업은 겨우 700개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산업이 외형적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VC 등의 벤처투자는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다.

10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9월말 현재 전체 벤처기업수(예비벤처 포함)는 2만9044개에 달한다. 이는 2001년말 1만1392개에 비해 무려 1만7652개(155%) 급증한 수치다. 전체 벤처기업수는 현재 추세를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 중 3만개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전체 벤처기업 중 벤처투자기업수는 9월말 현재 702개로 2001년말 1542개에 비해 840개(54.5%)나 감소했다. 지난 2007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벤처투자기업은 벤처투자기관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벤처확인 요건을 충족한 기업이다. 벤처투자기관은 중소기업 창업투자회사와 창업투자조합, 한국벤처투자조합, 신기술사업금융업자 등 벤처캐피탈(VC)과 산업은행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을 말한다.

국내 벤처등록요건 유형은 벤처투자기업, 연구개발기업, 기술평가 보증기업, 기술평가 대출기업 등 크게 4가지이지만, 실제 벤처투자나 벤처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보여줄 수 있는 척도는 벤처투자기업수라는 것이 VC 전문가들의 평가다.


벤처투자기업수의 감소는 벤처산업의 외형 확대에도 불구, 자금줄 역할을 해야 할 벤처투자자들이 정작 투자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투자와 회수, 재투자라는 벤처산업의 자금 선순환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창업투자회사와 창업투자조합, 한국벤처투자조합의 신규 벤처투자 실적은 지난해 1조2333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는 2000년 2조211억원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올 7월까지 신규 벤처투자 실적도 8000억원 규모로 지난해와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벤처캐피탈 업계는 지난 10여년간 벤처 투자 기피 현상이 지속되면서 아직까지 투자 활성화가 요원한 상태"라며 "벤처투자를 활성화 해 벤처산업의 자금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벤처산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벤처기업수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지만 벤처캐피탈이 여전히 보수적인 투자 행태를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VC들이 투자위험이 큰 창업초기벤처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며 "이렇다보니 벤처기업은 넘쳐나지만,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진정한 벤처투자는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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