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 왕곡마을에서 만난 해설사 이광수씨(사진)의 말이다. 그는 왕곡마을 집성촌을 이룬 양근함씨, 강릉최씨와 관계가 없다. 왕곡마을 인근에 거주하며 이곳으로 매일 출퇴근을 하는 외부인이다.
하지만 왕곡마을에 대한 애정만큼은 주민 못지않다. 그는 젊은 시절 건설업계에서 일한 만큼 고택을 바라보는 시각과 지식도 남다르다. 특히 전통가옥 보수와 관리방법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씨는 "초가집은 지붕뿐 아니라 황토벽이 중요한데 지금은 편하게 황토색 '몰타르'로 보수를 하고 있어 사실상 뼈대만 남아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제대로 된 황토벽은 짚과 우뭇가사리 등을 넣고 발효해야 한다. 이렇게 정성을 들여 황토벽을 만들면 짚에서 나오는 섬유질 때문에 비를 맞아도 허물어지지 않는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그런데 '몰타르'로 보수하면서 이러한 자연이 주는 깊은 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이씨는 안타까워했다.
농사를 지을 때 농약을 써서 자연생태계가 파괴되는 것도 아쉬워했다. 불편해도 자연을 복원해 다슬기와 반딧불이가 사는 마을로 보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신 불편을 감수하고 농약을 쓰지 않아 농사가 잘 안되는 것에 대한 보상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이 마을 후손들이 마을을 떠나면서 공가가 발생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집은 사람의 숨결과 손길이 닿아야 오래 가기 때문이다. 그는 "타 지역 사람들을 배척할 게 아니라 작가나 예술인 등 불편을 감수하고 전통마을에 살고 싶어하는 뜻있는 사람에게는 장기임대 등으로 공가를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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