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내 아들 왜 야구를 시켜가지고…"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2013.09.14 10:18

어느 아버지의 눈물… 프로 신인연봉 2400만원 묶여 대졸 신입사원만도 못한 현실

- 프로야구 관중 2배 됐지만 신인 계약금은 되레 퇴보
- 20년 전 박찬호 메이저행 신인 계약금이 12억원 넘었는데...
- 꿈이 있어야 뛰어난 스타 선수들이 모인다
- 계약금 적게 주면 연봉이라도 풀어줘야... 판 바꿀 때

한국프로야구를 이끄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근무하는 직원에게 최근 문의전화가 걸려왔다. 2014년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빠른 순위로 지명을 받은 선수의 아버지였다. 그 분은 침울한 목소리로 꼭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 어렵게 전화를 하게 됐다며 속사정을 말했다.

"우리 아들이 프로구단에 지명을 잘 받았다. 그런데 만약 그 프로구단에 입단을 하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 야구를 계속할 방법이 없느냐?"라고 질문했다.

이에 KBO 관계자는 "해외로 진출하는 것을 제외하면 대학으로 가거나 독립 구단, 사회인 야구로 가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야구로 성공해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는 다른 길은 없다. 일단 지명이 되면 한국야구에서는 그 구단에 영구적으로 묶인다고 보면 된다. 다른 프로 팀으로 갈 방법도 없다"고 설명해줬다.

더 깊게 들어가보면 해외 진출 역시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 등과의 협약 때문에 지명을 받고 나면 쉽지 않다.

사실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당히 앞선 순위로 지명을 받았다면 흔히 하는 말로 그 어렵다는 '사법 고시에 뛰어난 성적으로 합격'한 것과 같다. 제9구단 NC 다이노스, 10구단 KT 위즈의 창단으로 우선지명이 있었지만 신인 1차 지명 전체 1순위라면 '사법고시 수석'이다.

야구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어린 시절 글러브를 껴 부모의 헌신적인 뒷바라지, 강도 높은 훈련, 남몰래 흘린 땀과 눈물로 이뤄낼 수 있는 첫번째 목표가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서 당당하게 지명을 받는 것이다.

그런 영광을 누리고 보람을 느꼈던 '아버지'는 왜 '다른 곳에서 야구를 할 방법이 없느냐?'고 하소연을 했을까.

답은 간단하다. 아들을 지명해준 '고마운' 구단과 계약금 협상을 해보고 있는데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도 큰 차이가 있었다. 그 정도라면 지명 구단에 입단하지 않고 차라리 야구를 계속할 수 있는 다른 길을 찾아보고 싶은데 한국에서는 방법이 없어 절망했다.

◇ 선수 계약금 전세집이라도 얻을 돈은 돼야 하지 않나

아들에게도 할 말이 없었다. 아직 계약금이나 돈의 의미, 가치를 잘 모르는 나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안다. 프로에 입단할 때 받는 계약금의 중요성을.

운동선수는 다른 여건에 처해 있다. 언제 심각한 부상을 당할지 모르고, 만약 그렇게 되면 운동선수를 직업으로서 포기해야 한다. 프로야구 선수도 한 순간의 방심이나 불운으로 선수 생명이 끝날 수 있다. 그런 최악의 상태에 대비해 신인 입단 계약금은 선수의 야구 인생에 지극히 중대한 가치를 지닌다. 전세 집이라도 얻을 수 있는 돈은 돼야 하는 것 아닌가.

필자는 모 구단의 신인 계약 현황을 살펴보았다. 최고 계약금이 2억원이었다.

지난해는 신생 9구단 NC 다이노스에 우선 지명된 천안북일고 출신 우완 윤형배(19)가 계약금 6억원을 받았다. 뒤늦게 부상이 발견돼 NC의 1군 무대 첫해인 올해 재활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한 해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2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순위로 NC에 지명된 연세대 출신 좌완 나성범과 신일고 출신 유격수 하주석이 나란히 받은 신인 최고 계약금은 3억원 이었다. 하주석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다가 한국프로야구에 잔류했다.

그런데 문제는 선수에 프로야구를 직업으로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고 더 큰 목표를 향해 가야 한다는 동기를 유발해주는 계약금이 너무도 초라해져 가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1994년 박찬호가 한양대 2년을 마치고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 입단했을 때 받은 계약금은 120만달러였다. 단순히 1달러를 1000원으로 환산해도 12억원에 달하는 놀라운 금액이다.

계약을 성사시킨 에이전트 스티브 김은 '마이너리그에서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야구에 집중해 메이저리그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계약금이 바탕이 돼야 한다. 계약금으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계약금은 성공을 위해 써야 하는 투자금"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스티브 김은 LA 다저스와의 협상에서 신경전을 펼쳐 120만달러를 확보했고 결국 박찬호는 성공을 거두었다. 당시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그런데 검증되지 않은 아마추어 선수라는 점에서 계약금을 10만달러(약 1억원)만 줬어도 계약이 될 수 있었다. 공주고를 졸업하고 프로야구 빙그레에 갈 수 있었는데 당시 빙그레가 제시한 계약금은 겨우 2000만원에 불과했다.

메이저리그 LA 다저스는 한국프로야구의 에이스 류현진을 데려가면서 포스팅 입찰 금액 포함 6년간 3600만달러(약 390억원)을 보장하는 계약을 해줬다. 포스팅금액 2573만달러(약 290억원)을 포함하면 모두 680억원을 투자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는 신인이다.

◇ 신인들에게 쓸 계약금이 외국인 용병에게 가고 있다

연봉으로 가보자. 한국프로야구는 신인 선수 연봉을 2400만원으로 묶어 놓았다. 고졸, 대졸 차이가 없다. 모두 2400만원이다. 대기업의 대졸 사원 초임도 안된다.

물론 프로야구 선수 신인 계약금을 무작정 많이 줘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다만 프로야구 선수가 꿈이 될 수 있는 상징적인 의미는 줘야 향후 프로야구가 지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운동선수는 재능을 타고 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스포츠에 재능을 지녔던 유소년들이 축구를 많이 해서 야구를 할 수 있었던 특급 선수들이 줄어들었다. 프로야구에서 대형 선수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배경이다.

신인선수 계약을 빨리 하는 구단의 계약금은 다른 구단들의 잣대가 된다. 누가 얼마 받았는데 너도 그 이상은 어렵다는 논리를 펼친다.

지명을 받은 선수들은 다른 대안이 없다. 야구를 하고 싶고, 야구를 잘하고, 야구 밖에 할 일이 없어 받아들일 밖에 없다.

적어도 신인 선수 계약금에 관해서 한국프로야구는 퇴보했다. 300~400만 관중시대에서 700만 관중시대가 열렸으나 신인 계약금은 적어지고만 있다. 사실 한국프로야구는 뛰어난 스타들만이 혜택을 받고 있는 무대이다.

계약금을 적게 준다면 연봉이라도 풀어줘야 한다. 초등학교에서 야구를 시작해, 고교 졸업, 대학까지 마치면 선수의 부모는 그 뒷바라지에 최소 몇억원을 쓰게 된다. 그렇게 해서 프로야구에 지명돼 계약금 2억, 1억, 몇천만원을 받으면 '투자금'도 회수를 못할 뿐 아니라 아들이 프로야구를 직업으로 해서 살아가도록 전세금도 못 주는 형편이 되고 만다.

이제 누군가 나서 판을 바꿔야 한다. 신인들에게 쓸 계약금이 외국인 용병들에게 가고 있다. 프로 스포츠는 '스타'들이 이끌어 간다. 많은 스타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그 프로리그는 발전하고 수익을 낼 수 있다.

현재 추세가 계속되면 한국 프로야구에서 더 이상 스타들이 나오지 않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인기가 떨어지고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류현진 추신수 임창용의 활약으로 메이저리그는 다시 우리 곁으로 왔다. 한국프로야구의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할 때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10개 프로야구 구단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주기 바란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유영재, 선우은숙 친언니 성폭행 직전까지"…증거도 제출
  2. 2 장윤정♥도경완, 3년 만 70억 차익…'나인원한남' 120억에 팔아
  3. 3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
  4. 4 "390만 가구, 평균 109만원 줍니다"…자녀장려금 신청하세요
  5. 5 "6000만원 부족해서 못 가" 한소희, 프랑스 미대 준비는 맞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