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5000억 내놔라" 환자까지 찾아간 국회의원들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 2013.08.23 12:45

기름유출 사고 관련 "5000억 내야" 면회요구, 재계 "사채업자도…"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가운데) 등 국회 유류특위 의원들이 지난 22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을 방문해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등 삼성 관계자들과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사진= 뉴스1 최영호 기자
지난 22일 오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건희 삼성 회장을 만나야겠다며 국회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피해대책 특별위원회(유류특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들이닥쳤던 것. 새누리당 김태흠(충남 보령·서천) 성완종(서산·태안), 민주당 박수현(공주) 의원이 그들이다.

올해 71살인 이 회장은 폐렴 진단을 받고 이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아 23일 열기로 했던 '신경영 20주년' 행사도 무기한 연기했다.

권기창 삼성서울병원 부원장이 나와 "이 회장이 각종 의료장비를 착용하고 있고 상태도 좋지 않다"며 의사 입장에서 면담이 환자에게 부적절함을 밝혔다. 하지만 의원들은 엘리베이터 앞까지 다가서며 병실 진입을 시도했다.
관련기사☞ 이건희 회장, 예상보다 일찍 퇴원 "건강 이상無"

의원들은 병원 측과 한동안 대치하던 끝에 "이 회장이 퇴원하는 대로 국회의 입장을 전달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의원들은 병원 방문에 앞서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사옥도 방문해 이 회장 또는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등 그룹 핵심 인사가 나와 항의 서한을 받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국회 유류특위는 삼성중공업이 2007년 발생한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해 피해 어민을 위한 지역 발전기금으로 5000억원을 출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이 올린 당기 순이익 7963억원의 63%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더군다나 주식의 31.10%, 5.04%를 외국인과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들이 법적의무사항이 아닌 이 같은 자금 출연에 선뜻 동의를 할지 의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진행된 유류특위 1차 특위에서 1000억원, 올해 2차 특위에서 2000억원대 후반의 금액을 제시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5000억원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면서 삼성중공업 차원을 넘어 삼성그룹과 이건희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유류특위 소속 국회의원 20 명 가운데 특히 지역발전기금이 집중적으로 쓰일 태안과 인근 지역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적극적이다.

특위는 요구 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올해는 이 회장의 국회 증언대에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박완주 의원은 논평을 통해 "삼성을 이건희 회장이 이끌고 있다는 것은 세상모두가 아는 일"이라며 "이 회장의 특위 출석은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측면에서 국민적 요구"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당시 노인식 삼성중공업 사장이 국회에 나와 국회의원들의 '호통'에 가까운 질의에 갖은 수모를 당했다. 여기에 특위는 해양수산부와 국무총리실 등 관계 기관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것을 요구하며 압박을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가뜩이나 경기 불황과 경제민주화 논란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영업 환경이 더욱 악화되지나 않을지 우려하는 모습이다.

한 재계 단체 관계자는 "사채업자도 환자가 입원해 있는 병원까지 찾아가지는 않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을 지역구 지원을 위한 '화수분'으로 보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유영재, 선우은숙 친언니 성폭행 직전까지"…증거도 제출
  2. 2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
  3. 3 "390만 가구, 평균 109만원 줍니다"…자녀장려금 신청하세요
  4. 4 장윤정♥도경완, 3년 만 70억 차익…'나인원한남' 120억에 팔아
  5. 5 "6000만원 부족해서 못 가" 한소희, 프랑스 미대 준비는 맞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