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200만원 버는 변호사 "어디 하소연도 못해"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 2013.07.29 07:30

['사'자의 몰락-2회] 변호사 '대량생산'시대, '연봉'따져 보니…

편집자주 | 직업명 끝에 '사'가 들어간 전문직을 성공의 징표로 보던 때가 있었다. 이제 전문직의 입에서도 하소연이 나오기 시작했다. 낮아진 문턱과 경쟁 심화로 예전의 힘과 인기를 잃어버린 전문직의 위상을 돌아본다.

지난 1월 21일 오후 경기 고양시 장항동 사법연수원 대강당에서 열린 '제42기 사법연수원 수료식' /사진=뉴스1
# 사법연수원 수료식이 열린 지난 1월21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 대강당. 곳곳에 빈자리가 보였다. 절반 넘는 연수원 수료생들이 일자리를 찾아다니느라 수료식조차 참석하지 못했다. 군입대 인원을 제외한 645명 가운데 302명(46.8%)만이 판·검사 임용 및 로펌 취업에 성공했다. 연수원생들은 "그나마 지난해 취업률(40.9%)보다는 높아졌다"면서도 불안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 지난해 한 재경지법 국선전담 변호인으로 뽑힌 A변호사(35)는 지금도 한번씩 가슴을 쓸어내린다. 41명 선발에 388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무려 9.46대 1에 달했던 때문이다. A변호사는 "법조시장이 위축되다보니 월급 600만원 받고 2년마다 재계약하는 국선전담변호인도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고 말했다.

자격증만 딴 채 '손가락 빠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 변호사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매해 1000명씩 사법시험 합격자가 나왔다. 로스쿨 졸업생이 나오기 시작한 2012년 이후로는 해마다 약 2000명의 변호사가 나오고 있다. 현재 1만4000여명에 달하는 변호사는 2016년 2만여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사시 끝 낙원'은 옛말이 됐다.

◇넘쳐나는 변호사
1990년대 초반 300여명에 머물던 사법시험 합격자수는 1996년부터 500여명으로 늘기 시작해 2001년부터 2009년까지 1000명 안팎이 됐다. 2010년부터 로스쿨 도입에 따라 정원이 줄긴 했지만 2012년부터 로스쿨 1기 졸업생 1451명이 변호사 자격시험을 통과하며 매해 변호사 수는 폭증하고 있다.

이는 수입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 4월 한국고용정보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변호사 평균 연봉은 8860만원이다. 국내 10대 대형 로펌이 채용하는 연수원 졸업생은 1년에 100여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변호사 3명이 함께 서울 서초동에 개업한 한 법률사무소의 경우 변호사 1인당 한달 수입이 200만원에 불과하다. 이 법률사무소의 한 변호사는 "들어오는 돈은 적은데 변호사 됐다고 하면 향우회며 동문회 등에 내야 하는 돈이 많아 사실상 일반 회사원보다 못한 삶을 산다"고 토로했다.

경쟁에 치이는 것은 대형로펌도 마찬가지. 지난해 가을 국내최대 로펌 A사는 한 유통업체에 '공짜 변호사'를 파견했다. 업체의 요청도 없었다. 이른바 '경쟁사 고객대상 마케팅'이다. 처절한 구애 끝에 이 유통업체는 최근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A사에 일을 맡겼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조시장 경쟁이 아무리 치열해졌다고는 하지만 대형로펌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정말 몰랐다"고 했다.

◇수임료는 뚝뚝···하향평준화

변호사들의 사건 수임 단가는 로스쿨이 지난해와 올해 1451명, 1538명의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배출하면서 곤두박질쳤다. 10여년 전 일반 민사사건 수임료가 500만원 선이었다면 요즘은 200만원 이하 사건도 부지기수라는 전언이다. 한 사시 출신 변호사는 "로스쿨 졸업생들이 몸값을 낮춰 가격경쟁력으로 승부를 본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한 대형로펌은 같은 시기 공채로 뽑은 사시 출신 변호사의 절반보다 조금 높은 초봉으로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채용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이를 항의하지 않고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개업보다는 로펌에 있는 게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늘어나는 변호사 숫자로 인해 변호사들의 월평균 수임 건수는 지난 2011년 2건 이하로 줄었다. 충남 중소도시에 사무실을 낸 한 변호사는 '영일만 변호사'라며 자조했다. 홀수달은 0건, 짝수달은 1건 수임한다는 뜻이었다. '영일만 변호사' 사무실 달력에는 단 1개의 '공판기일' 메모가 적혀있다.

◇"변호사 유사직종 줄여달라"
한 변호사는 "변호사 유사직종을 없애야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사 숫자가 적었던 과거 보조업무 수행을 위해 존재했던 법무사, 세무사, 변리사 등을 줄이거나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유사직종 없는 영국, 미국처럼 우리도 변호사가 법조업무를 일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최모 세무사(66)는 "세법은 사법시험 1차에서만 선택과목으로 있고 그마저도 대부분 사시생들은 국제법을 선택한다"며 "변호사라고 해서 실무경험도 없이 모든 분야 법조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로스쿨 교수는 "유사직종 이익단체가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변호사가 그 밥그릇 뺏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로스쿨이 변호사를 쏟아내는만큼 배 곯는 변호사도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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