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수천만원 껑충"… 천장없는 '전셋값'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 2013.07.09 18:17

[미친 전셋값]<1>가능하면 재계약, 집 사는 수요는 적어

그래픽=강기영
 #지난 6월 초, 6개월간 6억원 이하에 묶여있던 서울 송파구 '잠실리센츠' 85㎡(이하 전용면적) 전세가격이 처음으로 6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 85㎡는 잠실에서 가장 매물이 많고 시세를 이끌고 있는 주택형으로, 6억원은 이 지역 전셋값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져 왔다.

 2011년 전세대란 때도 전세 최고가는 5억8000만원을 넘지 않았다. 6억원이 무너지자 최고가 갱신은 계속되고 있다. 지역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6월26일 1000만원이 더 붙은 6억3000만원에 거래되더니 이달들어선 지난 3일 6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아파트 전셋값이 심상치 않다. 잠실을 비롯해 서초 반포, 강남 도곡 등 입주 5년차 안팎의 신흥주거단지 전셋값 상승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세매물 실종으로 당장 거래는 없지만 간간히 이뤄지는 전셋값은 2년전 전세대란 당시에 못지않거나 이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고삐풀린 전셋값… 한두달새 수천만원씩 '급등'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반포 일대 전셋값은 고삐 풀린 망아지를 연상케 한다.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84㎡ 전세의 경우 지난 4월까지만 해도 8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9억3000만~9억4000만원까지 시세가 형성됐다.

 이진섭 만복래공인 대표는 "올 초 풀옵션을 갖춘 집을 9억원에 내놓으면 수요자들은 거들떠도 안봤는데 지금은 에어콘도 없는 깡통집을 9억1000만원에 내놔도 수요가 몰려든다"며 "요즘 전셋값은 천정이 없다는 표현이 알맞다"고 혀를 찼다.

9일 잠실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걸린 시세표를 한 수요자가 주의깊게 살피고 있다./사진=김유경 기자
 올 봄 9억5000만원에 거래된 사례는 세입자의 사정상 급하게 거래된 특수매물이었다면 현 시세는 매물만 있으면 수요가 몰려드는 분위기라는 게 지역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10억원에 좋은 매물을 찾던 세입자가 매물이 없어 결국 더 넓은 평수의 융자 많은 집을 선택하기도 했다"며 "전세푸어의 위험성으로 대출이 많은 집을 기피하는 경향이 큰 요즘 트랜드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학군 수요를 흡수하고 있는 강남구 도곡동 일대 전세아파트도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지역 중개업계에 따르면 '대치 아이파크' 85㎡ 전세가 지난주 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 전세는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최고 6억5000만~7억원에 거래됐었다. 은행 융자가 없는 이른바 깨끗한 매물의 경우 현재 7억5000만원에도 매물이 없을 정도다.

 최선임 서울유화공인 대표는 "도곡렉슬 115㎡ 전세의 경우 4월까지 8억7000만~8억8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었지만 현재 로얄층은 10억5000만원까지 뛰었다"며 "방학 이사철을 맞아 수요는 몰리는데 전세매물이 없어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이 주택형 전세는 지난 4월 8억5000만원에 거래된 뒤 5월 9억3000만원까지 올랐었다.

 양천구 목동 역시 전셋값 상승이 대세다. 이 지역 중개업계에 따르면 목동신시가지5단지 95㎡ 전셋값은 한 달 전에 비해 1000만~2000만원 상승했고 115~142㎡는 최근 두달새 3000만~4000만원 뛰는 등 평수를 가리지 않고 오르는 분위기다.

 목동 H공인 관계자는 "목동은 매매에 이어 전세도 사실상 거래가 끊겼다"며 "전세 매물 실종이 전셋값 상승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9일 도곡렉슬 아파트 단지 내 상가. 부동산 중개업소 10여개가 몰려있지만 상담을 받으려는 손님은 찾아볼 수 없다./사진=지영호 기자
 ◇높은 재계약률, 전셋값 상승 요인
 전세 품귀현상이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재계약률 때문이다. 예년에 비해 올 전세 이동이 큰 폭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 반포, 잠실, 목동 등 주요 지역의 단지별 재계약률은 80%를 육박한다. '잠실리센츠'의 경우 90%, '도곡렉슬'과 '반포래미안퍼스티지'의 경우 80%, 목동의 경우 70%대에 이른다.

 이처럼 전세 재계약률이 높은 이유는 전세대출 활용이 용이해져서다. 현재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상품을 4%의 금리로 받을 수 있다. 과거 집주인이 몇 천만원을 올려달라고 하면 외곽으로 짐을 싸야했던 세입자들이 몇 억원까지는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강남, 잠실, 반포, 목동 등 학군이 우수한 지역이란 점도 높은 재계약률을 보이고 있는 원인으로 꼽힌다. 이들 지역 세입자들은 자녀의 교육문제가 얽혀있어 쉽게 지역을 떠나지 않는 성향을 가진다는 것.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보증금 대출확대가 시장에 참여하는 유효수요를 늘려 임대료를 끌어올리는 후폭풍이 있다"며 "전셋값 안정화를 위해선 소형아파트의 전세 공급을 늘려야 하고 공공임대의 전세전환이 정책적으로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주택 구매수요가 많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같은 기조에 큰 변화가 없어 하반기에도 전세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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