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모스크바’ ‘러시아’라는 단어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단어는 '겨울'이다. 거의 매번 내가 듣는 말도 “어머, 거기 얼마나 추워요?”, “여름이 있긴 해요?”, “겨울만 있죠?”이다.
하지만 모스크바는 시베리아에서도 참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4계절이 있긴 하다.
비록 겨울이 길긴 하지만...
라흐마니노프, 스크리야빈, 카발렙스키, 하차투리안, 리히터, 로스트로포비치등 무수히 많은 음악가들, 작곡가들의 요람이었던 모스크바 국립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은 붉은 광장에서 도보 10분거리에 있다.
1866년 러시아음악협회 모스크바지부의 음악교실로 설립이 되었는데 니콜라이 루빈시타인이 초대교장이었다. 한때 차이코프스키도 이곳에서 화성학이라는 이론 과목을 가르쳤었다. 1940년 국립이 되면서 현재의 모스크바 국립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으로 개칭되었다.
차이코프스키가 살아있을 때 모스크바는 어떠했을까?
1992년 내가 맨 처음 모스크바에 갔을 때만해도 요즘같은 화려한 불빛은 없었는데 ‘차이코프스키가 살던 그 때는 어땠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음악원에서 학생들과 수업을 하고 또 시간이 있으면 그곳에서 새로운 곡들을 구상하고 작곡하고 그러다 근처에 있는 극장에 가서 연극도 보고 산책도 하고...
또 일이 안풀려 머리가 아프거나 마음이 아프면 교회도 갔을 것이다. 가까운 작은 교회를 갔을 수도 있고 모스크바 시내에 있는 큰 성당에 가서 초를 하나 세우고 간절히 기도를 했을 수도 있다.
차이코프스키가 길을 거닐 때 거리는 어땠을까... 한겨울, 눈이 많이 오면 그 눈들을 치우며 무엇을 했을까? 그 때도 영화 러브스토리에 나오는 장면처럼 눈 위에 누워서 양팔과 양다리를 이용해서 천사를 만들었을까? 아니면 그 때 겨울엔 포커놀이와 오페라를 즐기며 사교계의 가십거리를 서로에게 전하느라 바빴을까?
굉장히 긴 6개월의 겨울이 지나면 모스크바는 갑자기 온통 꽃밭으로 변하고 너무나 밝고 예쁜 햇살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우울한 멜로디의 대명사인 차이코프스키의 마음조차도 이때는 밝은 빛으로 조금은 더 반짝였을까?
어쩌면 이런 따스한 햇빛을 보며 유일하게 그가 연모(?)했던 폰 메크 부인에게 달달한 편지를 썼을 수도 있겠다.
모스크바에 봄이 지나고 여름이 돌아온다. 이 여름은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 짧은 가을로 이어진다.
아마도 이 시기에 차이코프스키는 모스크바가 아니라 근교 별장이나 다른 귀족들의 집에 놀러갔을 지도 모르겠다. 근교 별장에서 여름을 만끽하며 작품을 작곡하고 자신의 삶도 되돌아보며, 진정한 사랑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열어도 열어도 계속 나오는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차이코프스키의 음악도, 모스크바도 알아갈수록 더욱 새로운 것이 보인다. 모스크바에서 참 오래 살았는데... 지금도 그 곳은 내겐 여전히 새롭고 신기한 것 천지다.
☞ '송원진,송세진의 소리선물' 콘서트 4월21일 광화문 KT올레스퀘어 드림홀
◇ 클래식도 즐기고 기부도 하는 <착한 콘서트> |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